네덜란드 카드 문화
더치인과 연애 시작하고 나서 처음 맞이한 내 생일. 네덜란드에서 한국까지 생일 축하하는 카드가 왔다. 더치인의 부모님이 정성스레 생일 축하 인사를 적어 카드를 보내신 거였다. 사실 한국에서는 생일이라고 해도 카드를 잘 주고받지는 않아서 낯선 문화였다. 네덜란드로 오고 나니 이 카드 문화가 얼마나 일반적이고 평범한 것인지 알았다.
네덜란드에서는 정말 다양한 카드를 볼 수 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생일, 입학, 졸업, 결혼, 이사 등 특별히 축하할 일이 있거나, 장례와 같이 위로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카드를 보낸다. 카드를 받은 사람은 그저 보관하지 않는다. 받은 카드를 거실 한 편에 잘 보이도록 전시해둔다. 그래서 네덜란드인들의 집에는 항상 카드를 전시할 공간이 있다.
카드를 보내는 가장 대표적인 날은 공식적인 기념일들이다. 예를 들어, 어머니의 날, 아버지의 날이나 크리스마스, 새해와 같은 날이다. 이런 날이 다가오면 카드 회사에서도 이 날들만을 위한 특별한 카드들을 선보인다. 특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12월에는 크리스마스만을 위한 특별한 우표를 판매하기도 한다. 해당 우표는 당해 연도의 12월부터 1월까지 사용 가능하고 이후에는 사용이 불가하다. 하지만 남은 우표는 그다음 해 12월에 다시 사용해도 카드는 잘 전달된다.
가장 많이 카드를 주고받는 일은 바로 축하하기 위해서다. 생일, 입학, 졸업, 취업 등 축하할 일이 생기면 카드를 보낸다. 생일 카드는 단순히 생일 축하하는 문구와 그림이 있는 카드도 있지만, 특별한 나이를 강조해 축하하는 카드도 있다. 예를 들어, 1살, 18살, 30살, 50살 등 특별한 나이의 생일카드는 나이가 카드에 크게 강조되어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카드를 주고받는다.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의 부모가 가족과 친구들에게 탄생 카드(Geboortekaartje)를 보낸다. 탄생 카드에는 아기의 이름, 생일, 성별, 몸무게, 키 그리고 부모 이름과 연락처, 산모와 아기를 방문할 수 있는 시간대와 주소가 적혀있다. 탄생 카드를 받은 사람들은 아기의 부모에게 아기의 탄생을 축하하는 카드를 보내며 화답한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은 결혼을 알리는 결혼 카드(Trouwkaart)를 가족, 친구, 지인 및 이웃들에게 보낸다. 결혼 카드는 결혼식과 결혼식 파티에 초대되는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결혼 카드에는 신랑과 신부의 이름, 결혼하는 장소, 결혼 날짜 등이 적혀있다. 결혼 카드를 받은 사람들은 축하 카드를 보내기도 하고, 결혼식과 파티에 참석해 신랑 신부에게 결혼 선물을 전해준다.
누군가가 사망하면 그의 가족들은 부고장(Rouwkaart)을 보낸다. 부고장에는 사망자의 이름, 생일, 사망일, 장례식 주소 및 시간 등이 적혀있다. 부고장을 받은 사람들은 위로 애도의 내용이 담긴 카드를 보낸다. 부고장을 받은 사람들은 장례에 참석해 가족들을 위로한다. 가족 및 친한 친구들은 화장에도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