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글을 써가지고

글쓰기는 생존 전략이다

by 마음돌봄

중학교 때 편지 쓰기 대회에 참가했다.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어보니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K-중학생(당시엔 이런 말도 없었지만)으로써 현 교육계를 비판하는 내용을 보냈었는데 상을 받아버렸네.

더 오래전엔 스케치북 한가득 시를 썼었다.

열 살 때이니 동시인 듯싶다.

아직도 가지고 있었다면 엄청난 추억이 되었을 텐데 아쉽다.

중3 때 시화전을 마지막으로 글 쓴 기억이 별로 없다.

드라마에 나온 것처럼 팬픽을 써서 대학을 간 것도 아니고

기똥차게 글을 잘 써서 눈에 띈 것도 아니었다.


결혼하고 애들 키우고 살다 보니 그냥 세월이 훅 흘렀다.

아담 샌들러 주연의 영화 '클릭'을 보면 주인공 건축가 마이클은 너무나 바쁜 아빠여서 가족들과 한 약속을 미루기도 한다. 그에게 어느 날 만능 리모컨이 주어지고 싫은 순간은 빨리 감기와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 때는 되감기를 하는데 결국 긴 시간을 리모컨으로 돌려버린 후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부인은 다른 남자와 결혼을 앞둔 상황이 돼버린다. 단순한 코믹 영화가 아니다.

마치 나에게 그런 리모컨이 주어진 것처럼 아이들이 어릴 때는 주변의 상황이 다 아이 위주, 가족 위주로만 흘러갔다.



아이들이 커가고 마흔이 넘어가면서 감정의 변화가 생겼다.

더 이상 아이들은 품 안의 자식이 아니었고 자신만의 세계로 성장하고 있었다.

나 또한 이러다가 금방 할머니가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찾아왔다.

이대로 살다가 결국 이대로 가는구나 싶은 생각이 엄습했다.

하고 싶은 말도 더 하고 살아야겠구나.

무조건 '네네' 하는 삶은 버려야겠구나 싶었다.


무언가 마음에 차오르면서 글을 끄적이던 그때, 우연인지 운명인지 브런치 작가 도전을 하게 되었다.

몇십 년 만에 긴 경주에 통과한 기분.

어른이 된 내가 다시 칭찬받는 느낌이었다.

잘했어. 잘했어.


글을 쓴다는 건 내 삶을 정리하는 일.

가슴속 박힌 작은 돌멩이 하나 끄집어내어 숨구멍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알알이 들어가 있는 미세한 돌멩이들이 점점 박혀 들어가 생채기를 내기 전에 내가 나를 살리는 일이다.

요즘은 책을 사는 사람은 없어도 책을 쓰고 싶은 사람은 많다고 한다.

그 말은 틀렸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읽는 사람이다.

고로 책을 읽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글쓰기는 최고의 생존 전략이라는 작가의 말은 옳다.

편성준 작가의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를 보면 인간에게는 사회적 관계망이 중요한데

운동은 사망 위험도를 23~24퍼센트 낮출 수 있지만. 가족이나 친구처럼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행위는 사망 위험도를 45퍼센트까지 낮춰준다고 했다. 나이 들수록 '사람과의 연결과 연대'가 중요하다.


작가의 말처럼 나 또한 글쓰기를 통하여 평생 만날 가능성이 희박했던 인연들을 만났고, 책을 통해 연대하며

글쓰기를 통해 연결되고 있다.

생전 모르던 사람들이 인생으로 들어왔다.

순전히 살기 위해서 쓰기 시작한 글로 인해 책을 더 읽고, 생각을 나누며, 다른 시선으로 살게 되었다.


글쓰기를 천재적으로 잘하거나 몇 년 이상 꾸준히 글을 쓰진 않았다.

다만, 나라는 인간을 살리기 위해 글을 쓴다.

글을 통한 치유의 효과를 알고 나니 글을 쓰기 이전의 나의 삶이 안쓰러워서 보듬어 주고 싶다.

잘 견뎌온 자신에게 남은 생은 감히 글을 써보라고 하고 싶다.

속된 말로 자식새끼 있는데 무책임하게 죽을 순 없지 않겠는가.

다른 건 몰라도 인복하나 기가 막히게 타고난 내가 또 사람 덕분에 산다.

글을 써서 산다.

자존감은 집 안의 식물처럼 늘 챙기고 보살펴야 한다고 한다.

글을 쓰며 나를 돌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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