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무혈전을 꿈꾸며
아주 불순하다.
매우 사사롭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먼 옛날을 돌아다보면 도서관 사서가 되어 책을 쓰고 싶단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늘 책 냄새를 맡으며 살고, 온갖 책을 다 읽는 삶.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쓴 책.
아마 티브이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도서관 사서여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중학생 때 '위노나 라이더'가 '조'로 분한 '작은 아씨들'을 보면서 작가의 삶을 동경했었다.
어두운 밤 초 하나에 의지해 쿠키와 차를 마시며, 옷엔 잉크를 묻히면서 글을 쓰는 '조'를 보며 작가는 저런
모습이겠구나 막연히 생각했다.
누구보다 삶에 열정적이고 자신의 목소리를 사회에 드러내는 모습을 보며 멋지다고 생각했다.
왜 '로리'와 이어지지 않는가에 분개하며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작가의 모습이란 그녀의 모습이었다.
파워블로거들을 주변에서 봐도 남의 세상이라 생각하고 글을 쓰는 건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역시나 이건 마흔이란 나이가 주는 배짱인가, 운명인가.
브런치를 통해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지난 생각들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나오면서 네 자식 얼마나 잘 되나 보자라는 욕 아닌 욕을 먹고 나왔다.
더 이상 그곳에서 일할 의미를 찾기 힘든 나에게 계속 그 삶을 영위하기란 쉽지 않았다.
누군가는 배가 불렀나 보다, 숨겨놓은 돈이 많소 회사를 그만두게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도 난 내가 일하는 것에 대한 의미와 목적이 필요한 사람이다.
이 일은 참 보람 있다는 당위성이 없는 이상 일하기가 힘들다,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 같아서.
남편의 지지로 시작한 공부방 창업도 하고 싶다는 생각만 몇 년을 하다가 시작했다.
역시나 난 마음 당기면 해야 하는 사람.
꾸준히 해야 하는 숙제를 마음에 안고는 있었지만 나만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펼쳐지는 세상이 마냥 기뻤다.
이 또한 시작이 쉽지 않았다.
가족들의 언어도 두 부류로 나뉘었다.
한번 해보라고 지지하는 쪽과 굳이 집에서 그걸 돈 들여해야겠냐고 말리는 사람.
대출받아 상가를 나가든지 해야지 왜 식구들 불편하게 집에서 하냐고 하는 가족들이 있었다.
일을 하기 전 아이들과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며 동의를 구하고 의견을 묻고 난 상태였다.
하지만 그 식구들은 탐탁지 않은 눈치였고 내가 뻔히 다른 방에 있는 걸 알면서도 험담을 했었다.
어쩔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니까.
결국 결혼이란 관계도 제도로 묶인 일종의 계약 관계가 아니던가.
금전으로 보여줄 수밖에.
아직은 삐걱삐걱이지만 포기한 지 않는 한 결과를 있을 거라 굳게 믿으며 운영 중이다.
날 믿어주는 다른 가족들에게 미안해서라도 셀프 탈락은 하지 않으려 한다.
글을 쓰는 이유는 나의 마음 돌봄과 책을 통한 성공(?)이라는 얄팍한 야심 때문이다.
왜?
글쓰기로 나라 구할 것도 아니지 않은가.
'나'를 구해야 '나라'도 생각할 것 아닌가.
'나라'가 있어야 '나'도 있는 건 당연한 거지만
'내'가 없이 '나라'만 있다면 그 또한 이 생의 삶은 아니지 않겠는가.
오늘도 무혈의 복수전을 꿈꾸며
글 쓰는 삶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