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의 무한반복
"사실 나도 학생 때 물리가 진짜 싫었어. 그런데 싫어도 그냥 꾸역꾸역 하다 보니 어느새 교수가 된 거야. 세상에 적성 같은 건 없어. 그냥 계속하다 보면 전문가가 되는 거야. 그러니까 엄한 적성 찾는 데 시간 낭비 하지 말고 그냥 해."
<귀찮지만 매일 씁니다>의 작가 '귀찮'은 대학교 첫 전공이 천문우주학이었다.
당시 일반물리 교수님이 강의 중에 이런 말씀을 하셨단다.
작가는 그 말이 너무 충격적이고 슬펐다.
'꾸역꾸역'이란 그 말이. 그날 이후 20대 내내 전과와 자퇴, 편입으로 방황하고 고뇌하는 대학생이 할 수 있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고 프리랜서로 일하면서도 꾸역 꾸역이라는 단어가 일상으로 스며들면 또다시 좋아하는 일을 찾아 떠났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어떤 분야의 전문가는 되지 못했지만 밤하늘의 오리온자리쯤은 곧잘 찾는 만화작가가 되었다고 자신에 대해 말한다.
365일 글과 그림을 그리는 작가를 보며 이미 자신의 인생에서 전문가가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꾸준히 했으니까.
사람들이 매일 꾸준히 하는 게 밥 먹고 이 닦고 배설하는 것 외에 뭐가 있지.
생각해 보면 대학을 어영부영 성적 맞춰 들어간 후 전공 수업을 띄엄띄엄 들었던 기억이 났다.
동아리방에서 활동에 심취하여 영어 공부를 했는데 사실 영어를 공부했다기보다는 어설픈 대학생활에 이미 물들어서 열심히 놀았는지도 모른다.
정신을 차린 건 3학년 이후다. 그 뒤로 학점 관리와 계절학기를 들으며 학점을 채웠고, 영국문화원 서포터스와 영어 캠프 등을 참여했다. 지나간 시간을 메꾸기라도 하듯 뭐라도 하고 다녔다.
늘 관심사는 다양해서 이것저것 하기 일쑤였는데 안되면 안 하면 되지 뭐라는 생각으로 부담 없이 살았다.
모든지 2년이 고비인 사람이 나란 인간이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일적인 면에서 이뤄놓은 것도 없고 늘 호김심에 이끌린 삶을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
침울할 때도 있다.
하지만 성격상 그때 그때하고 싶은 걸 하지 않았더라면 계속 머리에 맴돌았을 것을 안다.
차라리 해보고 후회하자 라는 타입이랄까.
가만 보니 뭔가 계속 시도하고 도전하는걸 계속했다.
그걸 꾸준히 했다.
글이랍시고 쓰기 시작한 게 일 년이 다 되어 가는데 (한 3개월 남았지만) 한 해를 더 하면 마의 2년이 된다.
2년짜리 프로도전러는 이름은 불명예가 아니라 늘 도전하는 걸 꾸준히 하는 사람이라는 영광스러운 훈장이다.
<회색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를 쓴 김동식 작가, <브리짓 존스의 일기>, <하우스 오브 카드>를 쓴 시나리오 작가 앤드루 데이비스는 말한다. 본인들이 작가가 된 건 매일매일 글을 썼기 때문이다. 글을 잘 써서라기 보다는 계속해서 썼기 때문이라고. 매일 읽고, 글을 쓰고, 글을 고치는 삶. 그것을 반복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꾸준히가 안되면 간헐적으로 천천히 가보겠다.
작심삼일을 3일에 한 번씩 반복하면 계속 연결될 테니까.
반복되는 작업이 마치 새로운 일인 양 이벤트를 만들어야겠다.
나의 뇌에게 명한다.
난 꾸준히 하는 게 아니야.
천천히 계속하는 거야.
3일 뒤에 또 말해줄게.
오늘은 오늘의 글을 쓰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