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닌 시작
아이들이 꼬꼬마 시절, 이해명 교수의 책 <이제는 아버지가 나서야 한다>라는 책을 읽었다.
밤에 책을 읽어주고 재우고 나면 잠시라도 나를 위한 책을 읽곤 했었다.
온갖 고전을 섭렵하고, 전공 교수님에게 배우며 인문 고전을 읽게 했다는 부분을 읽었을 땐
나란 엄마는 왜 이 정도의 사회적 지위는 없는지
나아가 나의 성실한 남편이 이렇게 독서 지도에 관심이 많았으면 하고 철없는 생각을 했었다.
전형적인 남 탓을 하는 잉여적 인간이었던 것이다.
마치 고전 읽기가 엄청난 국가 기밀이나
천재들이 가지는 특급 비기처럼 여겨진다면 안심해도 좋다.
어머니의 요리 비법처럼 며느리도 딸도 모르는 특급 비기가 아니다.
그냥 좋은 글을 사람들과 나눈다고 생각하면 된다.
함께 이야기 나누고, 상대의 생각을 경청하는 일이다.
더 정확하게는 나 자신을 돌보는 것이 고전 읽기다.
고전을 읽는다고 해서, 특히나 인문 고전을 읽는다고 해서 엄청난 자만심으로 자랑할 것도 아니요
우쭐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과거의 삶 속에서 현재의 나를 들여다보고 미래를 낙관하는 것이 고전 읽기다.
아울러 고전이든 어떤 책이든 실천으로 연결이 되어야만 의미 있는 것이다.
고전은 고전이다.
두려워하지도 어려워하지도 말고 그냥 읽으면 된다.
삶에 한 가지씩 적용하면 된다.
4개월여의 인문고전 독서지도사 과정이 다 끝났다.
'가만히 물을 바라보고 있다고 해서 바다를 건널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한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말처럼
인문고전 읽기라는 바다를 경외시 하고 바라만 봤다면
난 결코 고전 읽기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인문고전을 읽고 싶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진하게 읽고 배우며 이제 해볼 수 있겠다는 작은 불씨가 마음속에 생겼다.
그 첫 단추로 '가족 독서 모임'을 시작하면서 그 꿈에 다가가고 있다.
언제나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한 나의 또 다른 항해가 시작되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꼭 한 번은 고전의 바다에 빠져보시길.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오히려 느리게 가는 사람이 되어보시길.
느리다고 생각한 그 길이 되려 시간을 넘나드는 초능력을 내게 줄 수도 있다.
세상이 인문고전 읽기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나의 뇌를 깨우기 위한 인문고전 읽기와 인문 고전 독서지도사 공부로
한 뼘 더 행복해졌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