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만난 건 영어 학원에서 그림책 수업을 하면서였다.
영어유치원 친구들과 그림책을 읽고 노래를 들으며 따라 불렀다.
'제시 베어, 왓 윌 유 웨어? 왓 윌 유 웨어 인 더 모닝?"
종알종알 귀엽게 입을 움직이면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을 보며 내가 더 그림책에 빠져들었다.
그림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대부분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을 좋아할 것이다.
묘하게 매력 있고, 설득력 있는, 어른들의 마음도 울림을 주는 작가.
절대 지키고 싶은 고릴라 윌리의 모습에서 우리는 나의 어린 시절을 본다.
인문 고전이란 단순히 어렵게 느껴지는 그런 책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긴 세월 동안 읽힌다면 그것 또한 고전이다.
아름다운 글과 그림이 넘쳐흐르는 책, 바로 그림책(picture book)이다.
소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는 '글'과 '그림'이 일치하는 작품이 좋다고들 이야기한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수작들은 분명히 있겠지만 좀 더 안전하게 읽고 싶다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작품들을 추천하고 싶다.
그림책이란?
글이라는 문학과 그림이라는 미술이 결합하여 독자에게 의미를 전달하는 독특한 매체
그림책에 주는 상들은 다음과 같다.
뉴베리상 (Newbery Medal)
'뉴베리상'은 미국 아르아르보터 출판사의 프레더릭 G. 멜처가 지정했으며, 아동용 도서를 처음 쓴 18세기 영국의 출판인 존 뉴베리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미국도서관협회의 연례총회에서 주관하고 있다.
1922년 처음 시상하였고, 상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은 미국 국적자 거나 거주자여야 하며, 칼데콧 상과 함께 미국 최고의 아동문학상으로 꼽히고 있다.
'뉴베리 메달상'과 '뉴베리아너상'으로 나뉘며, 중복 수상도 가능하다.
칼데콧상
칼데콧상은 뉴베리상과 함께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리고 있다.
근대 그림책의 삽화가이지 아버지라고 불리는 영국의 예술가 랜돌프 칼데콧을 기리기 위해 미국 도서관 협회에서 주관하는 그림책 상으로 1938년 처음 제정되어 이듬해부터 시상한 상이다.
칼데콧 수상작 다음으로 뛰어난 그림책 1~5권을 선정하여 칼데콧 아너상도 함께 수여하고 있다.
뉴베리상과 다른 점이 있다면 칼데콧 상은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주는 상이다.
즉, 그림 작가에게 주는 상이다.
케이트 그린어웨이상(Kate Greenaway)
미국에 뉴베리상과 칼데콧 상이 있다면 영국엔 카네기상과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이 있다.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또한 영국도서관협회에서 주관한다.
'케이트 그린어웨이'는 영국에서 활동한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이 상을 받기 위한 요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어야 한다.
둘째, 반드시 영어로 출판되어야 한다.
셋째, 영국에서 초판이 발행된 적이 있어야 하는데 다른 나라에서 먼저 발행된 경우엔 3개월 이내에 공동 출판 형식으로 영국에서도 출간되는 경우 인정한다고 한다.
앤서니 브라운(Anthony Brown) 이 대표적인 수상 작가이다.
한스 크리스틴 안데르센상
19세기 덴마크 출신 작가인 '한스 크리스틴 안데르센'을 기리고자 제정한 상으로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안데르센상은 특정 작품이 아닌 한 작가가 지금까지 창작한 모든 작품을 대상으로 하기에 그 수상은 대단한 명예로 여겨지고 있다. 본래 글 작가에게만 주어졌으나, 1966년부터 그림 작가에게도 따로 일러스트레이터(그림) 부분이 만들어져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이수지' 작가가 2022년에 이 상을 수상했다.
1996년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이 작가는 2001년 영국 캠버웰예술대에서 북아트 석사 과정을 밟은 뒤 본격적으로 그림책 작가의 길을 걸어왔다.
주요 작품으로 <그늘을 산 총각>, <강이>, <선>, <거울 속으로>, <파도야 놀자> 등이 있어요. 특히 2022년 2월에는 <여름이 온다>로 ‘그림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 스페셜 멘션(우수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상을 받았다고 다 좋은 책이 아닐 수 있지만, 상을 받았다는 건 그만큼 공들인 작품,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그림책은 아이들만 읽는 책이 아니다. 어른들도 그림책을 보며 마음을 위로받고, 공감할 수 있다. 그림책이야말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고전이다.
그림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속 깊이 숨어있는 어린아이가 깨어난다.
그 아이도 여전히 따듯한 그림을 바라보며 맘껏 상상하고 있다.
내 아이와 그림책을 읽으며 교감하는 그 순간은, 느껴본 부모님이라면 누구나 가슴이 서서히 데워지는 그 느낌을 알 것이다.
좀 더 행복한 느낌을 느끼고 싶다고 그림책 읽기를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다.
은은하게 퍼지는 달빛처럼 이야기와 그림이 마음속에 스며들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