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번쩍 났다.
나도 이랬구나.
아이들이 방 정리 잘 안 하는 것.
한 번씩 찾으라고 부탁한 물건을 빨리 안 찾는 것.
답답하다. 갑갑하다.
이런 말들을 했었는데, 나도 겪어보니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좋은 말을 하는 게 인간관계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는 비난의 말을 하지 않는다.
남 탓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엄청나게 착한 인간이거나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있어서는 아니다.
명료하다.
다 쓸데없기 때문이다.
나쁜 말, 기분 좋지 않은 말, 부정적인 말.
이 모든 것은 나의 에너지를 갉아먹고, 시간을 소멸시킨다.
아울러 나와 상대방의 자존감도 무너뜨린다.
역지사지라고 했던가.
이 경험은 자식으로서 나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최근에 한 번씩 친정 엄마에게 잔소리를 들었다.
깊이 생각할 줄 모른다.
갑갑하다.
이런 말들이었는데, 순간 내가 너무 쓸모없는 사람으로 느껴졌다.
대단한 자존심, 자존감으로 산 건 아니지만 너무나 쉽게 영향받는 나를 보면서
내 아이들에게도 내가 이럴 수 있겠구나 싶었다.
말로는 믿어주자, 격려해 주자 하지만
감정이 예민한 어린아이들은 엄마의 말 뉘앙스에서도 수많은 감정을 느낀다.
내가 듣기 싫은 말은 남에게도 하지 말자.
역시 겪어봐야 안다.
7년 전쯤, 계약금 150만 원을 날린 뻔한 적이 있다.
누군가에겐 적다면 적은 돈일 수 있겠지만 당시 나에겐 아주, 매우 큰돈이었다.
문제가 해결되기 이틀 전까지 그야말로 똥줄이 타는 경험이 무엇인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때 친정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난 힘이 났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엄마란 존재는 얼마나 든든한가.
과연 난 내 아이들에게 이런 역할을 잘해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 힘을 주는 엄마.
도와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어졌다.
지금의 시기에선 돈 때문에 아이들이 힘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 나에겐 시간과 기회가 있다.
긍정의 말로 힘을 실어줄 기회.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여줄 시간이 아직 충분하다.
의지할 수 있도록 좀 더 힘을 내보자.
다 잘 될 거다.
모든 일엔 해결책이란 게 분명 있다.
자녀에게 우리 모두는 든든한 베이스캠프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