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의 지우개 날려 날려 멀리멀리
꼭 이런다. 순식간이다.
항상 화장대 서랍에 넣어놓는 금목걸이.
어디로 가버린 걸까?
때는 바야흐로 3년 전 가을과 겨울과 애매모호한 계절
주식이 잘 되었다며 생일 선물로 남편에게 받은 금붙이.
입을 필요 없다 외쳤지만 이 나이에 금붙이는 있어야지 하면서 받았는데.
사실 어느 순간부터 반지며 귀걸이며, 액세서리가 무겁게 느껴졌다..
아이들 어릴 때부터 생긴 습관이라 그런가 보다.
결혼 전엔 버스 손잡이만 한 링귀걸이에 반지까지 주렁주렁 감나무 열리 듯 달고 다녔는데
결혼한 후엔, 결혼반지마저 귀찮다며 끼지 않았다.
귀걸이만 해도 1.5배 이뻐 보인다는 말에 열심히 했건만 아이들 키울 때 그런 것은 1도 관심이
안 생기고 짐스럽기만 했다.
게다가 액세서리와 세이 굿바이를 외치면서 같이 빠져나간 건지
육아로 인한 에너지 과다 소비인 건지
제법 명석했던(?) 기억력은 사라진 지 오래다.
자꾸 잊어버리는 일들이 많아지니 그 또한 엄청난 스트레스다.
잊지 않기 위해 메모를 하면 그 메모지를 잃어버린다.
선물 받은 다이어리에 열심히 적어놓고선 한참 후에 아 이런 게 있었지 하고 발견한다.
이번 목걸이도 그렇다.
분명 청바지 주머니에 잘 넣어놓았는데.
정말 다행인 건 청바지 주머니에 넣었다는 사실을 기억한 것이다.
세탁기를 돌리다 멈추고 주머니를 뒤졌다.
오 마이 갓.
없다.
사라졌다.
노트북 가방을 뒤진다. 있을 리가 없다.
그더라 문득 집에 있는 진공청소기가 생각났다.
진공청소기 충전기를 분명 잘 놔둔 것 같은데 찾을 수가 없다.
그 녀석은 어디 있는 거지?
멀쩡한 청소기를 두고 열심히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집안을 쓴다.
이게 뭐 하는 거지?
청소기 충전기에 이어 금목걸이까지 대단하다 정말.
이런 순간에 난 마인드컨트롤을 한다.
목걸이를 찾을 거라는 확신.
진공청소기 충전기도 어디선가 짜잔 하고 보일 거라는 생각.
결국 찾게 되어있으니 지금 이 시간 해야 할 스케줄을 소화한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세탁기를 보다가 혹시 저 안에 있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후후후.
빨래가 끝난 후, 다된 빨래를 꺼내다 쇳소리 같은 게 난다.
찾았다, 내 사랑. 내가 찾던 사랑. 뜨겁게 안아주고 싶어.
그럼 그렇지.
나의 확신은 언제나 실현이 된다.
찾았다, 요놈.
세탁까지 된 상태로 깨끗하게 나왔다.
이제 청소기 충전기만 찾으면 완벽하다.
너무나 자주 무언가를 잊는 내가 참 답답하고 스트레스도 느꼈지만
그냥 완벽하지 않은 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대신 잘 될 거라 생각하는 긍정심은 얻었다.
이렇게 긍정적인 내가 완벽주의까지 있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좀 더 나를 몰아붙이면서 살았겠지.
여전히 기억력이 좋지 않은 건 불편하긴 하지만
결국 읽어버린 것은 내게로 다시 돌아오게 있으니 좀 더 기다리는 연습만 하면 될 것 같다.
완벽주의 말고 글이나 잘 완결시켜야겠다.
금붙이, 웰컴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