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멈춤이야말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과정은 아닐까"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관성의 법칙이란 게 있다.
일단 하던 대로 계속하는 것, 하던 데로 변화 없이 가는 것.
그게 몸에 익었고 편하니까.
꽤 오래전부터 다.
책욕심을 너무 부린다. 그렇다. 이것은 욕심이다.
책을 좋아 보이면 무작정 사는 거, 이건 과욕이다.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가 무겁게 느껴져서 카트 안을 정리했다.
다시 56권째 쌓이는 중이다.
희한하게 실제로 들고 있는 장바구니가 아닌데도 마음이 무겁고 몸도 무거운 것 같다.
책을 사기 전 원칙은 도서관에서 빌려 보자였다.
그렇게 읽고 나서도 좋다고 판단되면 그때 사도 괜찮다.
집에 사놓고 읽지 않은 책, 읽다가 잠시 쉬고 있는 책,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어야 할 책들이 쌓여있다.
새로 생긴 도서관의 맛에 중독되어 일단 빌리고 싶은 걸 다 빌린다.
못 읽어서 재대출 한 책이 쌓여간다.
그 또한 마음의 무거움으로 다가온다.
켜켜이 쌓인 책들을 보면서 언제 다 읽나 한숨이 푹푹 나온다.
세상에 이렇게나 읽고 싶은 책이 많은 것도 행복이지만
이렇게나 많이 빌리기만 하는 것도 불행이다.
이 행동을 멈춰보려 해도 잘 멈춰지지 않는다.
신종 정신병인가.
멈춤 신호등을 깜박여본다.
책을 무작정 사고 싶은 충동을 멈추기 위해 밀리의 서재도 이용 중이다.
일단 '내 서재'에 읽고 싶은 책을 눈에 띄는 대로 쟁여놓으면 해소가 다소 되기 때문이다.
다독으로 많이 읽어도 정독도 필요하다.
어쩌면 <은수저>를 일 년 내내 학생들과 읽은 일본의 한 선생님처럼 슬로리딩도 필요하다.
자꾸 문장에서 멈춰서 생각해 보고 느껴보는 것.
그 방법은 천천히 생각하면서 읽기에 있다.
내 생각과 의견을 정리하고 나만의 관점을 갖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인데
가끔씩, 아니 사실은 꽤 자주 책 권수와 1일 1 책 읽기 같은 미션에 흔들린다.
다 못 읽을 책을 마음이 부채처럼 쌓아가지 말고, 한 권씩만 빌려서 꼭꼭 씹어먹는 기쁨을 느껴야겠다.
아, 어쩌면 두 권까지는 괜찮을지도.
벌써부터 책 고를 생각에 가슴이 선덕선덕거린다.
또 생각 없이 책을 사거나 많이 빌리려고 할 때, 누가 제 손가락 좀 멈춰주세요. Plea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