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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6시에 일어나는 아들의 심리
by
마음돌봄
Nov 3. 2023
8시까지 체력장을 하러 학교에 가야 한단다.
6시 30분에 엄마를 깨우겠다더니 정말 6시 20분에 나를 깨웠다.
사실 이상하게 오늘 아침은 5시에 눈이 떠졌는데 잠깐 잔 사이에 시간이 흘러버렸다.
평소 7시 30분에 일어나는 아들이 이렇게 일찍 일어난 이유는 뭘까.
7시에 일어나도 충분할 것 같은데.
아마도 지각할까 봐 걱정하는 거겠지.
요즘 아들이 걱정이 많다.
중학교 가서 공부를 못할까 봐 걱정
학교에 힘센 애들도 많을 텐데 작은 키 걱정.
그래서 아빠와 운동을 열심히 하는 걸까.
어제만 해도 땀에 흠뻑 젖어 운동하고 하고 온 아들 기분이 살짝 가라앉아있다.
일주일에 한 번 운동하면서 살이 빨리 안 빠진다고 투덜대는 아들을 보며 남편이 어이없어했다.
근육통이 가시기 했지만 지난번 운동에서 무리했던지라 복부 근육이 아직 회복 중이다.
수영을 4개월 바짝 해보자고 했는데 그마저도 퇴자를 놓더니.
'엄마랑 요가나 탁구를 해볼까? 엄마도 운동 좀 규칙적으로 해야 하니까'
라고 제안을 해봐도 귀가 솔깃하진 않다. 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거나 잠깐이라도 이야기를 나누는 편인데(이때
속얘기를 많이 한다.)
고민이 온통 중학교 갈 걱정과 외모에 있다.
특별히 잘하는 과목도 없는 것 같고, 얼굴도 못생긴 것 같단다.
엄마도 14살이 되었을 때, 그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버스만 타도 다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아 쭈뼛거리고
(실제로 아무도 관심 없지만),
귀밑 3센티 단발머리는 유럽식 얼굴인 나에게(광대가 승천하고 각졌다는 말) 전혀 어울리지 않았었다.
초등학교 때는 중간, 기말고사가 있던 시절이라 매달 나오는 이달학습과 다달학습을 열심히 풀어제끼고
세광음악교실 문제집도 풀었었다.
중학교에 가니 난다 긴다 하는 애들이 모인지라 더 이상 일등은 나의 것이 아니었다.
일등에 대하 열망만 가득한 어정쩡한 등수의 소유자가 되었고, 더 이상 전과 비슷한 것을 씹어먹어 봐도
성적 향상은 요원했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는 왜 뺀 거니)을 잘하고 싶다는 아들에게 공부법 책을 소개해줄 테니
읽어볼래 했더니 바로 오케이 사인이 떨어진다.
유튜브에도 영상이 있을 테네 함께 찾아보자고 했더니 요것도 오케이다.
이 녀석, 진심인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큰 애와 다르게 공부를 잘해보고 싶다는
(큰아들 미안^^)
생각이 있는 것 같다.
공부도 재능이니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는데
둘째는 좀 생각이 다른 것 같다.
벌써 중2 과정 수학을 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자기가 너무 늦는 것 같다고 한다.
'그거 알아, 아들? 그 친구들 다시 자기 학년 것 해야 할 수도 있어. 너무 빨리 해서'
사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네가 좋은 방법으로 노력한다면 소기의 성과는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해주었다. 그건 사실이니까.
아들이 이런 고민을 하는 것도 사실 잘 커나가고 있다는 증거인 것 같다.
다만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그냥 저절로 찾아오진 않으니, 아들이 이제는 노력하고 인내하는 부분을 해야 할 때이다. 결과를 떠나서 목표를 위해 노력해 보고 점검해 보고, 다시 여영차 출발할 줄 안다면 그것만으로도
한 뼘 더 성장할 듯싶다.
이제 7시 40분, 열심히 학교로 출발하는 아들을 보며 그날이 머지않았음을 느낀다.
계절은 어김없이 변한다,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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