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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Jun 15. 2024

<변신>, 프란츠 카프카

서거 100주년이 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이번 독서모임 책으로 정했다. 

학기 중이라 바쁜 아이들이 짬 내서 읽기에 페이지도 적당한지라 정했지만 그 이상으로 묵직함을 주는 책이었다. 카프카는 체코에서 가장 존경받는 작가 중에 하나이다. 독일어를 쓰는 유대인으로 자랐던 그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소원했던 어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자랐다. 문학을 배우고 글을 쓰고 싶었던 청년은 아버지의 강권으로 법학을 전공했고, 박사학위까지 취득하여 프라하의 보험 회사에 취업했다. 일상적인 보고서도 꽤 잘 썼던 그는 오후 2시까지 일을 마치며 집으로 돌아와 잠을 자고 식구들이 휴식을 취하는 저녁에 일어나 글을 쓰곤 했다. 마치 <변신> 속 그레고르처럼 자신의 방에 틀어박힌 채.


카프카는 아이들에게 익숙한 작가가 아니다. 

작품을 읽어오지만 작가 설명까지 자세히 읽고 오는 것은 드문 일이므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전 꼭 작가에 대한 정보를 찾아서 노트에 정리해보게 한다. 읽고 온 책에서 찾아도 좋고, 인터넷 서핑을 통해 찾아도 좋다. 한 번이라도 정보를 찾아보는 연습에서 작가가 왜 이 작품을 썼는지 그 배경과 시대를 이해하는 길이 되기 때문이다. 학기 중의 독서 모임은 양 조절도 필수다. 고전의 특성상 다소 호흡이 길고, 생각을 요하는 부분이 많다. 그러면서도 흡입력 있게 쑥 읽히는 고전도 많다. <변신>은 내용은 심오하나 페이지 수가 많지 않아 아이들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변신> 문학동네, 읽고 질문하는 아이들>


Q. 그레고르는 벌레가 되기 전까지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행실은 어땠을 것 같나요?

Q. 왜 작가는 작품에 흉측한 해충이자 갑충인 벌레를 등장시켰을까요?

Q. 여러분의 가족 중에 벌레가 된 가족이 있다면 어떻게 대할 것인가요?

Q. 그레고르는 벌레로 변했지만 여전히 가족을 걱정하고 사랑하는데요, 가족들은 그렇지 않고 그레고르를 싫어하지요. 왜 사람들은 내면보다 외면을 더 좋아하고 신경 쓰는 걸까요?

Q. 여러분이 벌레로 변한다면 혹은 벌레가 아니어도 변신하고 싶은 존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Q. 왜 일을 하지 않던 그레고르의 아버지 잠자 씨는 아들이 벌레가 된 후 직업을 가졌을까요?

Q. 아버지 잠자 씨는 모아 놓은 돈이 있었는데 왜 식구들에게 말하지 않았을까요?

Q. 그레고르는 왜 벌레가 되었을까요?

Q. 여동생은 처음엔 오빠인 그레고를 가장 근접해서 챙겨주었는데 왜 나중엔 태도가 바뀌었을까요?




최소 3가지 질문 만들기를 하는데 더 만들수록 좋다고 말해도 3가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않는 뚝심 있는 아이들이다. 그림이 그로데스크 하고 처음엔 징그럽게도 느껴졌다고 말하는 아이들. 지금 읽은 이 작품이 다음번에 읽을 땐 그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늘 함께 고전을 읽으면서 추억이 되어가는 지금의 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맛있는 음료를 마시며 때론 떡볶이를 먹으며 고전 읽기는 즐거운 것이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훗날 이들이 지금의 독서 모임을 추억했을 때 따스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생각보다 아이들의 질문은 깊이가 있어지고 때론 아이다운 발언에 웃음도 나온다. 논어 읽기를 마지막으로 모임을 마치면 다음 읽은 고전 책을 선택하게 한다. 스스로 선택한 책이니 더 애정을 갖고 읽기를 기대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엄마도 성장한다. 내 곁을 떠나기까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시간 속에서 고전이 그들에게 힘이 될 것을 믿는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는 날이 되어도. 



카프카 뮤지엄


카프카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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