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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Dec 14. 2024

깨우지 말지어다.

저녁 7시 20분경 잠든 부인을 깨우지 말지어다.

하교한 아이 병원에서 주사 맞히고 저녁 식사 준비까지 다 끝냈으니 깨우지 말지어다.

아무리 다정히 밤에 못 자니 지금 일어나라고 옆에서 속삭여도 반갑지 않으니 깨우지 말지어다.

몸이 노곤하여 스르르 잠이 드는 것은 몇 년만이니 깨우지 말지어다.

아이들이 커서 엄마를 덜 찾으니 잘 수 있는 이 잠을 절대 깨우지 말지어다. 

밤에 몇 시에 자든 아침밥을 16년째 준비하고 있으니 저녁이든 오후든 잠들면 깨우지 말지어다.

몇 시에 깨워달란 말이 없으면 절대 깨우지 말지어다.

늦잠은 주말에나 잘 수 있으니 제발 깨우지 말지어다.

주말에 일하거나 집안 행사 있으면 잠도 못 자니 절대! 절대! 깨우지 말지어다.

낮잠 자거나 초저녁 잠을 자면 깨우지 말지어다. 

와이프를 깨우지 않는 남편에게 복이 있나니 

신이여 이 남자를 보호해 주시옵소서.

간혹 왜 깨우지 않았냐며 변덕을 부릴 수 있으니 이 또한 그대의 운명.

그러나

전반적으로

대체적으로

총괄적으로

확률적으로

통계적으로 볼 때

잠든 부인을 깨우지 말지어다. 


사진: Unsplash의 Isabella Fis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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