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한 번째 공백
사람들 속에서 번듯한 어른으로 비치려고 아등바등 살아가다가도, 실은 여전히 모르겠다. 어디까지 드러내고 티를 내고 표현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숨기고 감추는 편이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불편할 일이 적을 것이라는 건 안다.
그래서 알고, 익숙하고, 쉬운 방법만 찾게 된다. 내 모든 이야기들이 타인의 시선에서는 알 필요가 없고,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일 거라는 믿음을 깨는 게 쉽지 않다. 그리고 대체로 그게 사실이기도 했다.
요 며칠은 감정을 느끼기도 전에 자꾸 눈물이 나온다.
너무 아파서, 너무 힘들어서, 속상해서, 답답해서.
다 지나갈 거라는 건 알지만 꼭 어린애가 된 것 같다.
문득 든 기시감에 지나간 문장을 곱씹으니 이유를 찾았다.
아빠의 일기장에 똑같은 문장이 쓰여 있었다.
수시로 자라지 못한 일면을 마주할 때마다, 전부 도려내고 싶어 진다. 그러면 아마 남는 게 없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사람들 속에 섞이고, 지금 걷고 있는 세상을 똑바로 마주하려면, 당연할 것들을 털어놔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일기장이 필요한 것 같다. 길고 긴, 마침표가 찍히지 않아 지루하게 반복되는 문장들을 끝없이 나열해도 절대 일기장의 마지막 장이 보이지 않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