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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호 Feb 28. 2024

마지막 장이 없는 일기장.

서른한 번째 공백

사람들 속에서 번듯한 어른으로 비치려고 아등바등 살아가다가도, 실은 여전히 모르겠다. 어디까지 드러내고 티를 내고 표현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숨기고 감추는 편이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불편할 일이 적을 것이라는 건 안다.

그래서 알고, 익숙하고, 쉬운 방법만 찾게 된다. 내 모든 이야기들이 타인의 시선에서는 알 필요가 없고,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일 거라는 믿음을 깨는 게 쉽지 않다. 그리고 대체로 그게 사실이기도 했다.

요 며칠은 감정을 느끼기도 전에 자꾸 눈물이 나온다.

너무 아파서, 너무 힘들어서, 속상해서, 답답해서.

다 지나갈 거라는 건 알지만 꼭 어린애가 된 것 같다.

문득 든 기시감에 지나간 문장을 곱씹으니 이유를 찾았다.

아빠의 일기장에 똑같은 문장이 쓰여 있었다.

수시로 자라지 못한 일면을 마주할 때마다, 전부 도려내고 싶어 진다. 그러면 아마 남는 게 없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사람들 속에 섞이고, 지금 걷고 있는 세상을 똑바로 마주하려면, 당연할 것들을 털어놔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일기장이 필요한 것 같다. 길고 긴, 마침표가 찍히지 않아 지루하게 반복되는 문장들을 끝없이 나열해도 절대 일기장의 마지막 장이 보이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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