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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필 Aug 01. 2022

#10 종로에서 시인과 함께 1

-내가 좋아하는 것(3) 종로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는데도 등에선 땀이 흘렀다.

 


 저녁 8시. 현재 기온 34도.

 낮동안 후끈했던 열기로 인해 조계사 대웅전 안은 여전히 한증막 같았다.




 지난겨울 이곳에서 추위와 사투를 벌였다면 7개월이 지난 현재의 나는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조계사 대웅전은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더운 곳이다. 겨울엔 최대한 두텁게 옷을 갖춰 입고, 여름엔 최대한 가벼운 옷차림을 해야 한다. 물론 종교시설이기 때문에 가벼운 복장이되, 어느 정도의 예의는 갖추어야 한다.




 크리스마스이브가 생일인 죄로 케이크 구매에 실패한 지난겨울의 내가 선택한 것은 종로 여행이었다. 연말이었지만 날은 추웠고,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라 종로 밤거리에 사람은 없었다. 새벽 4시 근방에 울려 퍼지던 조계사의 종소리만이 이곳이 대한민국 중심인 종로임을 일깨워줄 뿐이었다.




 그런 내가 또 종로에 왔다.

 7개월 만에.



 제주도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기엔 늦었다. 모처럼 맞은 휴가를 집에서 보낼까 하다 종로에 왔다.

 광화문 근처에서 일하는 사촌 오빠는 여기에 뭐 볼 게 있다고 매번 오냐고 물어보지만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네. 전생에 이 일대 양반가에 살던 노비였나.




 종로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내 활동범위는 대부분 '북촌' 아니면 '인사동'이었다. 때문에 이번엔 낯선 종로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서촌'은 오며 가며 한두 번 들르긴 했는데 말 그대로 광화문에 볼일 보러 왔다 지나가는 정도의 동네였지 진지하게 한 번 돌아다녀봐야겠다고 생각을 하진 못했던 곳이다.




 그렇게 나는 이번 3박 4일의 여름휴가를 '서촌'에서 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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