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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니 onee Feb 26. 2024

모콰의 왈츠

돌고 돌아 다시 그의 시간을 입는 것


우리 가족은 모두 봄에 태어났다. (탄생비화)


아직 겨울의 기운이 가시지 않은 조금 추운 봄과 몽글몽글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는 더운 봄. 어느 봄에 아날로그 라디오를 들으며 비밀스럽고 앳된 엄마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게 이 곡의 탄생비화.


겨울에 봄을 생각하며 노래를 쓴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차라리 폭염의 여름을 녹진히 그리워하게 되는지라 여름의 소재가 비교적 잘 떠오른다. 영하 10도 안팎을 오가다 갑작스러운 영상을 누릴 때면 아 봄이구나! 하는 착각을 자주 하게 되는 만큼, 이미 나타 날 것이라 여기며 마음속 채비를 두둑이 하고 있는 느낌이다.


겨울 내내 이파리 하나 없는 오렌지 나무를 바라보다 갑자기 초록의 새싹이 느닷없이 빼꼼하고 있는 날이 있었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봄을 더 기다리고 기다리게 된다. 초록의 새싹이 이파리가 되고 거기에 작은 열매가 맺히는 그 순간은 더 특별한 관리를 해줘야 하는 시기이다. 탄생이 또 다른 탄생을 앞둘 때 그 주변은 어느때보다 분주해진다. 서툴지만 꼼꼼히 작은 정원을 가꾸며 그 나무가 사랑으로 자라날 수 있게 하는 수많은 마음으로 둘러싸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받은 DM •••


얼마 전 팬 분이 모콰의 뜻을 물었다. 스와힐리어 전공을 하셨냐고.. 모콰가 스와힐리어로 가짜라는 뜻이랬다. (재미따•••) 모콰는 목화를 의인화하는 과정에서 지어진 귀여운 이름이다. 목화는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내 태명은 뭔지 모르지만 모콰가 귀엽다. 아기 이름 같고. 그래서 아가 시절 지원은 곧 모콰로 . .




Lyric Video 해석 by Ezu


'이 곡은 비단 특정 개인의 ‘엄마와 딸’의 일차적 관계로만 해석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원씨가 아주 특별하지만 보편적인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려준 옷에서 엄마가 딸을 동일 자아로 본다는 생각이 들었고 뮤비를 그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음악을 듣는 내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의 엄마와 아들의 서사가 생각났습니다. 서로 다른 방으로 나가면서 너를 만나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이거든! 하고 외친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결국엔 지원씨 음악을 듣고 느낀 점을 그린 것 같아요. 해석의 자유도가 높은 작업이었으니까요. ㅎㅎ)


뮤비는 엄마의 딸인 한 아이가 엄마가 되고 다시 아이를 만나는 내용이자,

엄마의 딸인 한 아이가 나이가 든 후 엄마를 만났는데 그 엄마가 자기 자신인 내용입니다.


1. 태어나기 준 우주 속을 떠도는 모습을 형상화했어요. 의식 없이 우주 속을 떠돌다 바다와 같은 엄마의 사랑 속에서 아이는 눈을 뜹니다. (0:00-0:11)


2. 여기서 잠깐 나오는 나비가 복선입니다. 한 아이의 자아는 나비로 변하고 날아갑니다. (뒤에 설명) (0:12-0:23)


3. 꽃이 봄 빛으로 변합니다. 봄 빛이 한 아이로 변합니다. (0:23-0:27)


4. 발자국이 음률로 변한 모습을 형상화했습니다. (0:36-0:48)


5. ‘길’이라는 단어가 겹쳐 나오고 연속성을 주고 싶어서 음률로 변한 발자국이 다시 빗소리로 변합니다. (0:48-0:55)


 6. 마주친 숨결이란 단어에서 영감을 받아 눈을 그렸고, 눈 안에 이미 눈이 있었고 눈을 뜨니 다시 그대의 눈이 있었다. 그 눈은 엄마일 수도 자기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0:57-1:00)


7. 꽃잎은 아이 눈꽃은 성숙한 자아 (자신/엄마)를 뜻합니다. 아이가 자란 자아와 마주쳤다고도 볼 수 있고 아이가 엄마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꽃잎이 눈꽃이므로 어린 자아/ 성숙한 자아/ 엄마 사이의 구분이 없다는 점을 마주치게 된 지점입니다. (이 부분은 서사를 따라가지 않습니다) (1:02-1:05)


8. 꽃밭과 눈꽃이 계속해서 교차하면서 엄마-아이-엄마-아이-엄마/ 성숙한 자아- 어린 자아 - 성숙한 자아... 의 관계가 반복됨을 암시합니다. (1:11-1:15)


9. 햇살이 꽃으로 필 때까지 엄마/성숙한 자아는 기다립니다. (1:26-1:44)


10. 한참 동안 밟아온 발자국이 찰나의 파도로 성숙해져 버리는 지점입니다. 지난날 어떤 시점의 기억이 상기되면서 아이는 찰나에 자랍니다. 동시에 엄마/ 성숙한 자아가 자신임을 깨닫습니다. (1:48-1:55)


11. 나비는 엄마-아이의 관계를 표현한 매체입니다. 찰나의 발걸음으로 엄마-아이의 관계가 우주임을 깨닫는 지점입니다. (1:55-2:00)


12. 아이가 엄마를 만납니다. 아이가 미래의 아이를 만납니다. 서로가 서로임을 알게 됩니다. 서로의 관계가 아주 특별한 관계임을 알게 됩니다. (2:05-2:10)


13. 두 개로 갈라졌던 자아가 하나로 합쳐지는데 이것을 나비의 형상으로 표현했습니다. 엄마와 딸의 관계를 한 여러 양상들이 차례대로 나옵니다. 엄마의 딸의 특별한 관계의 보편성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2:11-2:16)




https://www.youtube.com/watch?v=t7vwTfRQw-w

모콰의 왈츠 Lyric Video by Ez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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