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기억은 대기업의 자산이다.
사진을 찍었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오후, 테이블 위엔 갓 내린 커피와 작지만 비싼 디저트가 있었고,
그 장면이 좋아서 잠깐 멈췄다. 핸드폰을 꺼내 최적의 앵글, 감성 필터를 입혀서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짧은 문장도 달았다. ” 요즘 핫한 악마의 음료 그리고 신상 케이크"
그저 소소한 일상, 약간의 자랑, 기억을 남긴 줄 알았다.
하지만 업로드된 순간부터 그 사진은 이미 내 것이 아니었다. 시간대, 위치정보, 컵에 찍힌 로고,
내가 주문한 메뉴, 내 기분, 내 느낌, 짧은 설명까지. 그 모든 조각은 순식간 데이터로 바뀌어,
거대한 대기업 시스템의 알고리즘 속으로 흘러들어 간다.
디지털 유산, 결국 누가 마지막 주인일까?
우리는 예전엔 사진을 한 장 한 장 정성스레 앨범에 붙였고, 그날의 기분을 쓴 기록은
일기장에만 썼다. 누가 들춰보지 않는 한, 그것은 온전히 내 것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인스타그램"그 소유주는 메타(Meta), 그러니까 페이스북을 만든 기업이다.
인스타뿐만 아니라 구글, 틱톡, 유튜브, 네이버 블로그 등등 그들의 목적은 편의성을 내세운
무료 정보 공유 플랫폼을 제공하여 우리 삶의 흔적을 수집하고 가공하는 것이다.
우리가 올리는 사진, 글, 감정 표현, 해시태그 하나까지, 그 모두는 ‘사용자 경험 데이터’
라는 이름으로 분석된다.
우리는 매 순간, 자발적으로, 과시하듯,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디지털 이력을 축적하고 있다.
그 이력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우리의 소비 성향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미래의 행동을
예측하게 만드는 더 이상 개인의 추억저장소가 아닌 알고리즘의 재료가 된다.
당신이 아침에 올린 커피 사진은, 어느 시간에 외출하는지, 어떤 지역에서 활동하는지,
요즘 어떤 브랜드에 반응하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오후가 되면, 당신의 피드엔 그 동네의
카페 광고가 노출된다. 마치 우연처럼 보이지만, 실은 너무 정확해서 소름이 돋는다.
인간의 감정이 만든 데이터가, 다시 인간을 조종하고 유혹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여전히 “공유”하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양도”에 가깝다.
소중한 기억을 그냥 대기업 플랫폼 속으로 넘기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보라고 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보게 되었다. 그것이 디지털 시대의 기억이다.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그러나 데이터는 영원히 남는다. 내가 세상을 떠나도 계정은 살아 있다.
사진도, 글도, 웃는 얼굴도, 댓글도. 나의 온라인 자취는 그대로 남아 서버 속을 떠돈다.
인스타그램은 사망자의 계정을 확인하여 ‘기념 계정’으로 바꿀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누가 사망증명서를 보낼까? 대부분의 계정은 그렇게 살아 있는 듯 방치된다.
죽은 사람의 기억은 누구에게 관리되고 통제되는 걸까?
이제 더 이상 기억은 개인의 유산이 아니다. 기업 서버에 쌓인 그들의 자산일 뿐이다.
그 기억은 학습되고, 분류되고, 추론된다. 그렇게 또 다른 사용자에게 노출될 새로운
광고의 씨앗이 된다. 우리는 죽지만, 그 기억은 그들에겐 또 다른 수익이 된다.
우리가 남긴 장면들, 기쁨, 분노, 사랑, 실망, 회복, 슬픔…
그 모든 감정들은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다. 그건 그들의 데이터이고, 우리가 남긴
감정의 무덤이다. 그리고 더 이상 그 자산은 개인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단순한 플랫폼 사용자일까? 아니다.
우리는 그들의 최고의 정보원이다.
무료이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기념하고 픈 모든 순간을 자발적으로 찍고,
타이핑하고, 이쁘게 편집하고, 해시태그로 멋있게 포장해서 그들에게 고스란히 바친다.
우리는 상품이 아니라, 감정을 팔게 된 감정의 공급자다.
여행목적, 음식, 취향, 표정, 몸짓 하나까지 그들에겐 ‘예측 가능한 행동 패턴’이고 ‘정확한 타깃’이다.
우리는 결국 소비자다.
하지만 단지 물건을 사는 소비자가 아니다. ‘자기 자신’을 소비하게 만든다.
우리는 오늘도 자기감정의 잔해를 포장해 올린다. 좋아요 수치와 댓글의 반응을 기다리며,
데이터라는 연금술로 가공되는 감정의 조각들을 그들에게 넘긴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건 당신의 삶이 아니라, 대기업이 가공한 당신의 기억일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그런데 우리의 계정은 남는다.
누군가는 그것을 추억이라 부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데이터는 기업에게 ‘자산’이다.
죽은 당신은 그들의 서버 속에서 끝없이 학습되고, 분석되고, 분류된다.
당신은 오늘, 무엇을 기록하고 있는가. 그건 누구를 위한 기억일까?
당신이 떠난 후에도 살아남을 그 자산은 당신을 기억하기 위해 남는지,
아니면 그들을 더 부유하게 만들기 위한 재료로 남을까?
우리는 죽지만,
그들은 기억을 가진 불사조로, 감정을 먹고 자라는 알고리즘 괴물로 영원히 산다
이 시스템 안에서 가장 효율적인 연료는 '살아 있는 인간’의 경험이다.
기억은 원래 당신 것이었다.
그러니, 기록하되, 넘기지는 말자.
〈인스타그램, 과연 행복한 추억의 공간..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