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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플레임 Oct 29. 2023

이렇게나 내 멋대로 소고기장조림

레시피는 참조할 뿐 절대 따라 하지 않는다.

요리를 못한다.

요리하는 것도 싫어한다.

흔히 말하는 요똥이는 바로 나를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말인 듯싶다.


그래도 밥은 먹고살아야 하니 아주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한 음식만 해 먹고 산다.

사실 열심히 노력하나, 노력을 하지 않으나 결과물의 차이가 없다. 그러므로 가성비를 위해 노력이라도 최소한으로 해야 실패를 할 경우 마음이 조금 덜 아프다.

이렇게 요리 한번 하는 데도 나 혼자 밀당을 한다.


오늘은 아주 오래간만에 요리를 조금 해볼까 싶은 마음이 드는 주말이다.

조심스레 요리 실력과 상관이 없는 메뉴를 골라본다.


고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두고 먹을 수 있는 반찬을 생각하다 보니 문득 떠오르는 것은 소고기 장조림.

그래, 오늘은 이걸 만들어 봐야겠다.




1. 마트에서 홍두깨살을 산다. 어차피 바글바글 끓이고 양념맛으로 먹을 테니 한우는 사지 않는다. 수입산 쇠고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골라서 집으로 온다.

2. 핏물을 뺀다. 인터넷 레시피는 한 시간을 담가두라지만 성격 급한 요똥은 30분 이내로 마무리한다. 고기를 물에 담가둔 채로 다른 재료를 찾아본다. 

3. 대파 뿌리도 넣고 어쩌고 하는 레시피를 살짝 째려봤지만 절대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 요똥이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요리도 못하면서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 냉장고에 남아있던 대파 살짝, 양파 쪼끔 그리고 통마늘이 없으므로 다진 마늘을 투하해 본다. 어차피 다 그게 그거라는 마음으로.

4. 고기가 대충 익었다 싶으면 꺼내서 식힌다. 내 손은 소중하므로 완전히 식기를 기다린다.

5. 이제 무아지경으로 고기를 찢어본다. 오늘은 유튜브로 정조와 사도세자 이야기를 보며 찢어본다. 정조가 참 효자였구먼, 그런데 고기는 언제 다 찢냐.

6. 드디어 잘게 찢은 고기를 냄비에 넣고 고기 익힐 때 썼던 육수를 넣고 양념을 한다. 원래 요리의 비결은 양념인데 여기서 요똥의 진수가 나온다. 그냥 간장, 설탕, 맛술을 느낌에 따라 넣어본다. 대충 색깔이 난다 싶을 때까지 넣고 끓인다. 그리곤 먹어본다. 싱겁다. 간장을 더 넣는다. 맛간장, 양조간장, 국간장을 손에 집히는 대로 넣어본다.

7. 오늘은 메추리알이나 꽈리고추 등등이 없으므로 아들이 좋아하는 버섯을 잘라서 넣어준다. 소고기 혼자 있으면 외로워 보이니까.


육수를 너무 많이 넣었는지 국물이 너무 많다.

그럼 더 끓여야지. 불을 줄이고 한참을 끓인다. 


드디어 완성!

인터넷에서 찾은 레시피를 가볍게 무시하고 완성한 소고기 장조림.

따끈한 소고기 장조림을 주니 아이들이 잘 먹는다. 그럼 만족이지.

불량주부 자격지심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하도 양념을 퍼먹어서 그런지 오늘 장조림은 못 먹겠다.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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