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에 삼겹살 구워봤니

냄비밥은 못해도 냄비고기는

또다시 주말이다.

그 말은 즉, 이틀 내내 삼시 세끼를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다.

아침은 간단하게 때워본다.

시리얼, 식빵, 주먹밥, 유부초밥 등으로 근근이 한 끼가 지나갔다.

점심도 대충 어제 먹던 밥과 반찬으로 때워본다.

그렇지만 결국 저녁엔 뭔가를 해야 한다.

이럴 때는 제일 간편한 건 뭐다?

바로 고기다.

매일 지글지글 기름기 넘치는 고기가 부담스럽지만 일단 할 줄 아는 것이 몇 개 없으므로 제일 간편한 고기를 오늘도 구워본다.

보통은 고기를 프라이팬에 굽는다.

굽고 자르고 굽고 자르고 무아지경 이후에 남는 건 온통 기름 투성이 부엌뿐이다.

그래서 오늘은 좀 다르게 고기를 구워보려고 한다.

이름하여 냄비 삼겹살.

원래는 냄비에 삼겹살 덩어리를 넣어서 겉바속촉 느낌으로 익히는 수육인데 고기를 덩어리가 아닌 일반 삼겹살로 사서 그건 안 되겠고 내 맘대로 냄비 삼겹살이다.

역시 요똥이는 괜히 되는 게 아니다. 요리는 레시피대로 하는 날이 없다.

1. 냄비에 기름을 두른다. 스텐냄비이므로 기름을 안 두르면 들러붙는다. 고기를 냄비에 반납하지 않고 깔끔히 먹고 싶다면 꼭 기름을 듬뿍 둘러야 한다.

2. 충분히 뜨거워진 기름에 고기를 덩어리째 투하한다. 

3. 그냥 두면 고기 냄새가 잡히지 않으므로 통마늘을 아낌없이 같이 넣어준다. 나중에 기름에 튀겨진 통마늘도 같이 먹으면 아주 맛있다.

4. 뚜껑을 꼭 닫아준다. 가스레인지, 인덕션을 깔끔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5. 고기 뭐 별거 있나. 익으면 먹는 거지.

분명 저녁을 먹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또 먹고야 말았네.

이렇게 고기를 구우면 냄비 속 수분 때문인지 고기가 촉촉하고 야들야들하다.

겨우 저녁반찬을 돼지고기로 때웠다.

요똥의 부작용은 이렇게 지나친 고기반찬으로 살이 찌는 것이다.

그래도 한 끼를 때웠음에 감사한다.

자, 그럼 내일은 또 뭐 먹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