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윈플레임 Nov 12. 2023

요똥의 구세주, "무수분수육"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나요.

아이들이 좋아하면서 하기 쉬운 반찬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아마도 지글지글 고기 굽기가 그중 하나가 아닐까.

그저 생고기를 굽기만 하면 뚝딱 완성되니 거의 매일 우리 집은 고기잔치였다.


그렇지만 아무리 성장기 아이들이 고기를 많이 먹는다고 해도 이렇게 매일매일 기름기 번들번들한 고기반찬을 올리기가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고기를 굽는 게 아닌 삶기.

수육을 해보면 어떨까였다.


하지만 기존의 물에 넣고 끓이는 조리법은 왠지 그 물안에 좋은 영양분이 다 빠져나가고 우리는 나머지 부분만 먹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요리하고 난 이후의 뒤처리가 힘든 것도 두 번째로 나를 주저하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런데! 

신세계다!

물 한 방울 넣지 않고 만드는 수육이 있다고 한다.

바로 실전에 돌입해 본다.


1. 수육으로 먹을 돼지고기를 산다. 삼겹살, 앞다리살, 목살 등등 원하는 부위의 고깃덩어리를 구매한다. 오늘은 목살을 준비해 보았다. 

2. 돼지고기에 밑간을 한다. (된장, 맛술, 간 마늘 - 양은 그냥 고기에 바를 수 있을 정도)

3. 냄비 아래쪽에 야채를 깐다. 원래 레시피는 양파를 깔라고 되어있는데 텃밭에서 가져온 무가 너무 많아서 무를 약간 깔고 나머지 부분에 양파를 깔았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는 오래된 사과도 하나 잘라서 넣었다. 

4. 가운데 부분에 밑간이 된 돼지고기 덩어리를 넣는다.

5. 고기 위로 대파와 통마늘을 덮어준다. 정육점에서 월계수잎을 같이 챙겨줘서 그것도 넣어주었다.

6. 뚜껑을 덮고 중불로 끓인다.

7. 30~40분 정도 지나면 꺼내서 먹는다!



그 어떤 요리스킬도 필요 없다.

그저 집에 있는 남는 야채 다 때려 넣고 그냥 끓이기만 하면 된다.

요똥이에게 정말로 딱 맞는 요리가 아닐 수 없다.


대단한 노력 없이 고기 냄새 없는 야들야들한 수육이 완성되었다. 

아이들도 잘 먹는다.

이렇게 또 한 끼를 때워본다.


무수분이라 처리하기도 간편하다. 하지만 물 대신 들어간 야채를 다 버려야 하는 약간의 번거로움은 있다.

누군지 모르지만 이 레시피를 만든 분께 큰절 한번 올리고 싶다.

"의도하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귀하께서는 이 세상의 요똥을 한명 구하셨습니다!"


오늘의 요똥 메뉴 강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