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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플레임 Feb 05. 2024

정원 '외'가 된다고요?

참외는 먹어봤어도 정원외는 처음이구료.

2월 1일.

중학교 배정이 발표되었다.


친절한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서는 아침부터 문자로 중학교 배정을 알려주어서 서류를 받으러 가기 전에 미리 내용을 알 수 있었다. 배정결과는 역시 예상했던 동네중학교여서 놀라움은 없었다.


미리 준비해 두었던 대안학교에서 보내준 입학허가서와 정원 외 관리학생으로 처리해 달라는 공문을 가지고 아이와 함께 배정 중학교로 향했다. 보호자 혼자 가도 될 것 같았지만 아이에게 공립학교를 직접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서 아침부터 두통약을 한 알 먹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인지 식은땀이 났지만 버스를 타기보다는 그냥 좀 걷고 싶었다. 천천히 세정거장 정도 거리에 있는 학교까지 걸어갔다.

아이와 두런두런 실없는 농담 따먹기를 하며 걷다 보니 금방 학교에 다다랐고 무거운 머리도 조금 개운해졌다. 


학교는 지금 한창 증축공사를 하는 중이었다. 워낙 과밀학급으로 유명한 곳이어서 공사는 예전부터 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번에 드디어 실시하는 것 같았다. 공사 때문에 바뀐 출입구를 통해 임시 교무실에 들어갔다. 중학교 배정 통지서를 내면서 정원 외 관리 학생으로 신청을 하려고 한다고 했더니 담당 선생님께 안내를 해주셨다.


아마 우리 말고도 기존에 신청을 한 학생이 많았는지 아주 익숙하게 서류를 준비해 주셨고, 필요한 부분을 작성하고 가면 된다고 안내해 주셨다. 뭔가 이것저것 체크하고 써야 할 내용이 많았다. 아이가 서명하는 부분도 있었다.


"여기다 서명해."

"서명? 어떻게 하면 되지?"

"그냥 이름 써. 그리고 이거 니 이름으로 내는 거니까 내용도 한번 잘 읽어보고."


아이는 무슨 내용인지 서류를 열심히 들여다보고는 이름을 쓰고 서명을 했다.


"어머님, 이거 신청하고 나서 바로 되는 거 아닌 건 아시죠?"

"네, 대략 내용은 찾아봤어요."

"입학처리도 되고 반이랑 선생님 배정도 다 되고요, 이후에 출석일수를 채우지 못하면 위원회를 열어서 거기서 결정하게 되는데요. 그때 아이랑 같이 한 번 나오셔야 해요. 날짜 정해지면 따로 연락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뭔가 복잡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의무교육인 중학교를 다니지 않으려고 하니 이런저런 절차가 있는 것이다.

그래도 왠지 아이 이름으로 반이 배정된다니 무단결석하는 학생이 되는 느낌이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결석처리 되는 것도 맞고.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교복을 고르고 있는 강당에 가서 입학지원금을 교복지원이 아닌 제로페이로 받겠다는 서류를 제출하고 학교를 나섰다. 교복이 든 두툼한 가방을 들고 나서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올 때와 마찬가지로 빈손으로 돌아가려니 뭔가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학교에 와보니 어때?"

"지나가다 많이 봤는데 뭘..."

"그래도 들어와 본 건 처음이잖아. 여기로 안 와서 아쉽지는 않겠어?"

"난 괜찮은데?"

"엄마는 혹시라도 엄마가 원해서 네가 대안학교로 가는 걸까 봐 걱정돼서."

"아닌데. 내가 가고 싶어서 가는 건데."


그래, 네가 하고 싶은 게 있고 하고 싶은 걸 한다면 그걸로 다행이다.

자꾸 나의 고민을 아이에게 떠넘기는 거 같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단호하게 본인의 의사를 밝혀주니 이제는 고맙기까지 하다. 

그런데 너는 왜 대안학교를 가고 싶은 거니. 그저 학원을 안 다녀서인가.


집에 돌아와서 저녁시간에 친정엄마에게 서류를 잘 내고 왔다고 말씀드리니 다시금 걱정을 하신다.

"중학교 간다는 아이가 저렇게 하루 종일 놀아서 어쩌니. 저렇게 논다는 얘기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는데. 다른 애들은 다들 공부한다고 아침저녁으로 바쁘다는데... 정말 걱정이다."


왜 아닐까.

나도 걱정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시간이 많아도 너무 많은 아이는 오늘도 방에서 뒹굴고 있다.

그래 뭐 좀 뒹굴기도 해 봐야지. 뒹굴뒹굴 뒹구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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