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윈플레임 Jul 15. 2024

7월의 텃밭

감사가 넘쳐흐르는 초보 농사꾼

4월부터 텃밭을 일구었으니 이제 딱 3개월이 되는 시점이다.

별로 하는 것이 없다 싶지만 그래도 매주 한 번씩 밭에 들러서 물을 주고 잡초도 뽑아주고 하다 보니 작물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볼 때마다 뿌듯한 마음이다.


우리 밭 말고 다른 밭은 어떤지 늘 호기심 가득하게 살펴보는데 3개월쯤 지나고 나니 밭들이 저마다 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밭은 주인의 성격이 반듯한 것을 좋아하는지 작물들이 줄을 맞추어 심어져 있고 줄기가 타고 올라갈 수 있게 꽂아둔 막대도 가지런하다. 이런 밭들은 잡초도 잘 제거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에 어떤 밭은 주인이 언제 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풀이 자라 밀림이 되었다. 분명 저 안에 쓸만한 작물이 있을 텐데 풀 속에 묻혀서 잘 보이지 않는다. 내 밭은 아니지만 왠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분명 몇 주 전에 주인이 왔던 것을 봤던 것 같은데 아마 몇 주 버려둔 사이 밭의 모습이 급변했을 테다.


뭔가를 꾸준히 하지는 못하지만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우리 밭은 이제는 제법 괜찮은 수확물을 안겨주고 있다. 감자는 이미 다 캤지만 아직 다 못 먹고 있어서 조금 부담스러울 지경이고, 이번 주는 고추와 토마토를 땄다. 특히 고추는 아주 잠깐 땄을 뿐인데도 양이 엄청나서 저걸 언제 다 먹나 싶은 생각이다.

장맛비에 토마토가 좀 터졌지만 살짝 그 부분만 도려내니 충분히 먹을만했다. 

어떻게 보면 귀찮을 수 있는 일이지만 하루하루 시간이 가고 해를 받고 비를 맞으며 커가는 이 녀석들을 보면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은 발걸음을 밭으로 향하게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특별히 잘해보자는 마음이 없어서일까.

그저 열매를 조금만 열어도 기특하고 감사하고 신기할 뿐이다.

잠깐이지만 흙을 만지고 초록을 쳐다보며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지우다 보면 이것이 마음의 평화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비를 싫어하는데 요즘같이 더운 여름에는 비가 와서 녀석들을 적셔준다고 생각하니 또한 고맙다.


7월의 텃밭은 이글거리는 태양과 며칠씩 연달아 오는 장맛비 속에서도 이렇게 잘 커가고 있다.

그 또한 참 감사하다.


별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초보 농사꾼을 보이는 것 하나하나에 다 감사하게 만드는 텃밭은 참으로 놀랍다.

성격개조가 필요한 분들, 텃밭으로 가시길.





매거진의 이전글 텃밭의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