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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플레임 Jul 10. 2024

텃밭의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분명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땅을 고르고 모종을 심은 것이 불과 며칠 전 같이 느껴지는데.

벌써 7월이다.


작년과는 다르게 처치 곤란이었던 상추는 좀 적게 심었고, 이것저것 다양하게 심는 것은 하지 않고 주로 땅속으로 자라는 작물을 심기로 했다. 아무래도 손이 좀 덜 가긴 한다.

그래서 밭의 2/3는 감자를 심었고 그 외에 땅콩, 고구마를 심었다. 그리고 난 뒤 남는 공간에 상추, 토마토, 당근, 시금치 등등을 심었다. 

작물 숫자를 줄이니 일단 관리하기가 편해서 좋다.


봄에서 여름이 넘어갈 때 시금치는 다 뽑아서 먹었고 그 자리에는 고추를 심어주었다.

봄비, 여름비를 맞고 작물들은 쑥쑥 자랐고, 우리 밭뿐만 아니라 다른 밭들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역시나 텃밭은 주인을 닮아 제각각의 모습을 나타냈고, 우리 양 옆으로는 다들 부지런히 밭일을 하시는 분들 이어서 다들 수확이 제법 잘 되고 있는 듯하다.

작물들은 나날이 무럭무럭 자랐고 7월 초 우리는 드디어! 감자를 수확했다.

사실 너무 많아서 2주에 걸쳐서 수확을 했는데 감자 농사는 처음이라 알이 굵은 것과 아주 작은 것들이 섞여 있긴 했지만 그래도 일단 꽤 많은 양이 나와서 삶아 먹고 졸여먹고 전도 부쳐 먹으면서 다양하게 먹어 치우는 중이다.


그 사이에 옆집 작물들은 어떻게 컸는지 살짝 둘러보았다.

방울토마토는 빨갛게 익었고 오이도 싱싱하게 열렸다.

그리고 조롱조롱 매달린 수박은 참으로 앙증맞다.


작년에 텃밭을 일구면서 가장 많이 타박을 들었던 것은 사실 해바라기였다.

먹지도 못하는데 왜 심었냐.

키는 또 왜 이렇게 커서 다른 애들 해도 못 받게 하냐.

많은 핀잔을 들었는데 올해 다른 텃밭을 보니 해바라기를 키우는 집이 꽤 여러 집이 있었다!

나 같은 사람들이 많구나.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어서 또 사진을 한 장 찍어보았다.

"다들 너를 반기지 않을지라도 나는 너희들을 반긴단다. 누가 뭐라 해도 활짝 활짝 피어라.'

해바라기가 내 말을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반가운 마음에 말을 몇 마디 걸어보았다. 


텃밭은 작년이나 올해나 비슷한데 왜 이리 올해 텃밭의 시간은 빨리 가는 것 같은지.

가는 시간을 붙잡고 이렇게 즐길 수 있을 때 즐겨 봐야지.


이상 밭은 갈지 않고 사진만 찍는 입만 동동 농사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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