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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플레임 Feb 20. 2023

공짜, 어디까지 해봤니?

내가 돈이 없지 재미가 없나

옛말에 공짜를 좋아하면 머리가 벗겨진다고 했다.

다행이다. 나는 머리숱이 많은 편이다.


20대 시절, 대학 때문에 서울로 상경을 했고 집 나와서 사는 삶이니 늘 금전적으로는 빠듯했다.

용돈을 받았지만 학비와 하숙비만으로도 이미 상당한 돈을 쓰고 있는데 그 외 나의 유흥비(?)까지 받아서 쓰는 건 좀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스무 살 넘은 성인인데 언제까지 손 벌릴 수는 없지.


돈이 없으면 쓰지를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다.

이 때는 더 많이 벌거나 덜 쓰거나의 선택인데, 거기에서 나는 한 가지 더, 공짜로 할 수 있는 일 찾기로 눈을 돌렸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공짜가 많다. 20년 전 나의 공짜 라이프를 소개한다.

1. 일단 인터넷에는 여러 가지 경품 응모가 많다.

간단하게 회원가입만 해도 되는 것부터 시작해서 퀴즈를 풀거나 아니면 당첨이 되면 선물을 주는 것들도 있다. 경품 정보를 모아둔 사이트가 있어서 심심할 때마다 들어가서 이것저것 응모를 했더니 상품이 하나둘씩 배송되어 왔다. 소소하게 립글로스, 향수 같은 것부터 쌀 같은 생필품을 받기도 했다. 나름 쏠쏠하다.


2. 돈이 없어도 문화생활은 해야지.

제일 쉬운 것은 영화 시사회. 영화도 공짜로 보는데 남들보다 먼저 개봉영화를 볼 수 있다니 당연히 신청해야 한다. 보통 영화 잡지에서 공지를 하거나 젊은이들이 자주 가는 커뮤니티 등에 티켓을 많이 푼다. 열심히 도전했다. 근데 나름 경쟁률이 치열해서 잘 뽑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드문드문 뽑혀서 영화 볼 일이 생겼고 잘하면 배우들의 무대인사도 보고 소소한 사은품 같은 것도 받았다. 다 살림에 도움이 된다.


그다음 문화생활은 공연보기.

보통 뮤지컬은 인기가 많아서 공짜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잘 없는데 그 외의 공연은 생각보다 무료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특히 클래식 같은 경우는 누구누구 귀국 공연 뭐 이런 표는 구하기가 꽤 쉬웠고, 대학교에 다닐 때는 음대 게시판에 들락거리면 표를 종종 구할 수 있었고, 그 이후 취직을 하고 나서는 공연 관련 커뮤니티에서 표를 구할 수 있었다. 나는 잘 모르는 연주자, 가수지만 이미 다들 프로의 반열에 오른 분들이니 공연 자체는 모두 다 충분히 수준이 높았다. 


가끔 방송국 프로그램 방청도 노려보았지만 이건 너무 경쟁이 치열해서 겨우 몇 다리 건너 아는 사람 통해서 한번 가본 게 다였다. 이렇게 노력해야 얻어지는 건 가성비 떨어지므로 다시는 안 하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3. 먹는 것도 중요하지.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먹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이럴 때는 쉽게는 마트 시식 코너를 이용해 보기도 했지만 도통 눈치도 보이고 감질나게 먹는 터라 배도 안 찬다. 이 방법은 아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미스터리 쇼퍼. 내가 했던 것은 대형마트의 푸드코트에 가서 음식을 먹고 평가하는 일이었다. 배도 채우고 돈도 벌고 이거야 말로 꿩 먹고 알 먹고. 공짜로 먹는 푸드코트 음식은 대부분 훌륭했다. 


4. 젊은이라면 유흥도 빠질 수 없지.

다른 건 다 용돈으로 해도 눈치가 보이지 않지만 놀러 다니는 건 좀 눈치가 보인다. 그래서 생각한 게 공짜로 놀기. 물론 20대 여성은 그냥 가도 나이트에서 공짜로 다 받아준다. 그런데 그렇게 가면 몇 시까지 있어야 한다는 웨이터의 당부를 들어야 하고 또 원하지 않는 부킹도 해야 하니 좀 귀찮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각종 파티들. 가수들이 활동 재개할 때 쇼케이스 하는 자리들, 그 외 각종 브랜드들이 마련하는 파티, 즉 각종 클럽에서 술도 주고 안주도 주고 춤도 출 수 있는 자리가 있다. 이런 데가 생각보다 재미있다. 그리고 또 소소한 경품을 많이 준다. 평소에 안 입던 옷 입고 가서 열심히 놀다가 내가 나오고 싶은 시간에 나오면 되니 부담도 없다. 딱 대중교통비만 있으면 하루 저녁 재밌게 놀 수 있다.



 

요즘은 공짜 세상(?)에서 은퇴를 해서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20대 때는 이것 외에도 공짜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공짜를 좋아할 뿐만 아니라 젊었기에 다 가능했던 일인 듯싶다.


지금은 모든 걸 다 돈으로 해결하려는 게으른 40대 아줌마가 되었지만 가끔은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시겠다 싶었던 20대 좌충우돌 시절이 생각나 실실 웃음이 새어 나오곤 한다.


아, 내가 왜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지 이제야 알겠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매일 글 쓰는 건 공짜니까.

공짜로 이렇게 재밌을 수 있는데 안 할 이유가 없다.


나의 공짜 인생이 여기까지 오려고 이렇게 뻐꾸기를 그동안 많이 날렸나 보다.



* 이미지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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