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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플레임 Mar 06. 2023

요조숙녀 되기 프로젝트

메이크업으로 메이크오버 하기

엄마가 제발 꾸미고 좀 다니래.

친구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우리는 21살, 꽃다운 대학생이었다.

그냥 그대로도 충분히 예쁜 나이었지만 예쁜 옷을 입고 아름답게 외모를 가꾸고 살랑살랑 예쁘게 걸어 다니는 아가씨를 꿈꾸던 친구 어머니는 늘 편안한 차림으로 운동화만 신고 다니는 딸이 안타까우셨나 보다.


그래서 우리는 뭔가 우리를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 '차밍스쿨'을 찾아야 했다.

영화에서나 봤던 걸음걸이부터 테이블 매너, 그리고 외모 변화까지 시켜주는 그런 곳은 없었지만 대신에 우리가 찾은 곳은 어느 신문사 문화센터에서 하는 메이크업 강좌였다.


그래, 내가 정샘물은 아니지만 내 얼굴 정도는 꾸밀 수 있어야지.

호기롭게 수강신청을 하고 친구와 함께 갔다.

원래 화장을 안 했던 것은 아니지만 강의실에서 미묘하게 밝기가 다른 갖가지 파운데이션과 색색깔의 아이섀도 그리고 크기별로 준비된 브러시들을 보니 나도 곧 전문가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커리큘럼에 따라 매번 조금씩 다른 메이크업 기법을 배웠다.

눈썹 다듬는 법, 아이섀도 색을 고르는 법, 파운데이션으로 쉐이딩을 하는 법, 계절별 달라지는 화장법 등을 배우면서 소꿉장난같이 재밌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화장을 하나 안 하나 뭐 그리 다르겠냐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차에 강의가 끝난 후 바로 동아리 모임에 가야 하는 일이 생겨서 수업시간에 했던 화장을 한 채로 모임장소에 가게 되었다. 평소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모임에 왔던 언니들이 하나같이 뭘 한 거냐 왜 이렇게 예뻐졌냐 화장품을 뭘 썼냐며 물어봤다.

화장을 하나 안 하나 똑같다는 것은 그저 내 생각이었고 보는 사람들 생각은 달랐던 거다. 역시 배워두면 다 득이 되고, 밖으로 티가 난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그동안 배웠던 것들 중에 가장 활용도가 높은 것이 아닌가 싶다.

아이 둘 돌잔치, 회사 행사 사회자로 무대에 설 때, 기타 가족 이벤트가 있을 때 따로 돈들이지 않고 화장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반전은 평소에는 전혀 화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이후로는 매일같이 쌩얼이다.

화장을 하는 것도 귀찮은데 지우는 것은 더 귀찮다.

이제 메이크업 트렌드도 바뀌어서 배운 기술을 써먹기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뭔가를 배울 때의 좋은 점은 내가 그동안 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인다는 거다.

아는만큼 보이고, 알고 나면 더 잘 보인다는 말이 이럴 때 사용되는 건가 보다.

뭔가 전문가들만 아는 세계를 엿보는 느낌이랄까.

이렇게 살짝살짝 다른 세계를 엿본다는 느낌이 좋아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그만둘 수가 없다.


하나씩 더 알게 될수록 더 알록달록 해지는 세상.

다음번엔 뭘 또 배워볼까.





*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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