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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현anna Jul 02. 2024

부모됨이란 ______이다. [No.10]

_부모됨 시리즈] 책임감과 부담감. 편

#10. 부모됨이란 양육의 가치관이나 목표 기준점을 가지고 아이를 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수시로 '내 귀가 이렇게 팔랑귀였나' 싶다.


이 말을 들으면 이 말이 맞는 것 같고, 저 말을 들으면 또 저 말이 맞는 것 같다.

유튜브에 어느 교수가 나와 얘기하면 그 말이 맞는 것 같다가,

또 옆집 엄마 얘기 들으면 또 그 말도 다 맞는 것 같다. 


다 맞는 말들 뿐인 이 상황에 

도대체 나는 애를 데리고 어디로 가야하나 막막함이 밀려온다.


    이 병원이 좋은가? 저 문센이 좋은가? 

    이 브랜드 장난감이 더 안전한가? 저 브랜드 식재료가 더 신선한가?   

    이 전집이 좋은가? 저 홈스쿨이 더 좋은가?

    이 학원이 좋은가? 저 선생님이 더 좋은가?

    이 유치원이 더 좋은가? 저 학교가 더 좋은가?


아이가 떼를 쓸 때,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부터 선을 그어야 할 지도 모르겠고,

아이가 뭐에 소질이 있는건지도 잘 모르겠고, 당장 이 고집을 어떻게 꺾어야 할 지도 모르겠다.


하루 하루 매 순간 순간이 모르는 것 투성이인데,

또 두려운 결정은 내 몫이고, 아이가 클수록 아이와의 기싸움은 점점 수위를 높여간다. 


누구한테 배워본 적 없는 양육, 

책보고 유튜브 보고 그대로 키우려고 보니,

말은 또 더럽게 안듣고, 남의 집 애나 가능한 얘기 같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아이의 고집을 어떻게 다뤄야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정말, 하나도, 없다.


어떻게 하면 될까? 어떻게 해야 할까?



DALL·E 2024-07-02 08.50.04 - 위현anna



그 질문에 대답하려면 확인해야 할 것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방향 설정이다.


나는 아이와, 어디를 가고 있나? 
나는 아이와, 어디로 가고 있나?
내가 '원하는' 곳은 어디인가? 
그러므로 나는, 
네비게이션에 입력할 목적지를 명확하게 설정했나?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분명하게 설정이 되어 있으면 된다.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하고, 그 길만 따라 가면 된다.


누구의 말도 필요없다. 

남의 말들은, 힌트는 될 지언정, '내' 아이를 위한 최고의 목적지를 설정해 준다고 말 할 수는 없다.  


양육의 최종 목적지는, 아마도

아이가 멋지게 자라 훌륭한(?) 어른이 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 가지고는 네비게이션에 입력할 수 없다.

너무 모호하다. 


어떻게 자라는게 '멋지게' 자라는 것인가? 어떻게 크면 '훌륭한' 어른이 되는가?


그 '어떻게'가 명확해야 한다.


    '소소하고 평범하게 자기 밥벌이 잘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라든가 
    '글로벌한 인재가 되어 국위선양을 했으면 좋겠다.' 라든가 
    '전문직이 되어 안정적인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라든가 '뭘하든,
    '뭐가 되든 아이가 원하는 삶을 주도적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라든가.


부모로서 우리 집의 형편과 가풍을 고려하면서 성인이 된 나의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거꾸로 내려와 아이에게 시킬 교육의 정도가 나이 순으로 짜진다.


    국내 대학을 보낼지, 유학을 보낼지,

    일반고를 보낼지, 특목고를 보낼지,

    일반초를 보낼지, 사립초를 보낼지,

    일반유치원을 보낼지, 영어유치원을 보낼지,

    학원을 얼만큼 보내야 할지, 사교육을 어디까지 시켜야 할지.


이것이 부부의, 부모의 '교육 목표'가 될 것이다.






두 번째로 확인할 것은

아이에 대한 관찰과 그 관찰에 대한 나, 혹은 배우자의 '감정 반응' 관찰이다. 

보통, 이 두번째에서 부모들이 가장 헷갈리고 힘들어한다. 


아이를 관찰하고 나의 감정을 관찰하라니. 도대체 뭘 하라는 건가?


아이를 관찰하는 이유는, 

우리 부부가 만든 아이에 대한 청사진이, 정작 아이에게 잘 맞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 아이이고, 우리 부부가 사랑과 정성과 돈과 시간을 들여서 키우는 것이지만, 

정작 이 인생은 아이의 것이다.


    내가 그려놓은 청사진이 '의사'였으나, 

    아이에게 '의사'를 할 달란트가 아닌, '예술'을 할 달란트가 주어졌다면?

    우리 부부는 성격이 급해서 기다리는 것이 답답한테, 

    우리 아이는 즉각적으로 반응이 나타나는 빠른 아이가 아니라, 대기만성형인 아이라면?


아이가 보여주는 모든 행동들에 대한 부모의 반응을 관찰하면서, 

아이가 만족하는지, 힘들어 하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 

만약 아이가 무언가에 힘들어한다면 항상 이것을 떠올려라. 

'이 청사진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려는 것이 아니라, 

혹시 나의, 우리 부부의 만족과 행복을 위한 청사진은 아닌가?'


이런 것들을 바로바로 알아차리려면서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채워가게 하자.

그러기 위해 부모는 항시 정신을 차리고 부모인 '나'를 끊임없이 관찰해야 한다. 


아이가 힘들어 하거나, 나 혹은 배우자가 힘들어지는 상황이 생기면 그때가, 

점검해야 하는 타이밍이다. 


우리 부부가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 부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가? 

그것을 바탕으로 당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당신의 '양육 가치관'은 무엇인가? 

배우자와 내가 각자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서로 나누어 보라.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데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나누고, 

그것을 우리집 가훈을 정해 글로 써보자. 


      '공부보다 인성!'이라든지,  '양보와 배려가 먼저'라든지, '진정성있는 사람이 되자.'라든지 

      '돈 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든지, '가족이 우선'이라든지, ' 폭력은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라든지...


       (나와 우리 남편이 정한 우리 집 가훈은 '과유불급'이다. 

                            모든 것이 균형을 가지고 정도를 걸었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이런 양육 가치관을 바탕에 깔고 가면 헷갈릴 일이 줄어든다. 

왜냐하면 이런 기준은 양육이 아니라 '훈육'을 할 때 필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양육과 훈육은 구별되야 한다.

양육은 따뜻하고 무조건적인 보살핌이고, 훈육은 아이가 지켜야 할 단호하고 절대적인 행동 기준이다. 

그러므로 훈육이 필요한 때는 냉정해져야 한다. 아이의 행동이 우리 부부의 양육 가치관에 위배될 때는 단호할 필요가 있다.


모호하고 불투명한 것보다 명확하고 투명한 목적지와 기준이 있는 편이 덜 헷갈린다. 


팔랑귀가 되지 말고, 줏대있는 엄마 아빠가 되자.

남의 아이 키운 옆집 엄마 방식 말고, 내 아이에게 어울릴 방법들을 학자들이 써 놓은 교과서에서 찾아보자. (제대로 된 공부를 하라는 말이다.)


불안해하지 말고, 내 아이를 믿어보자. 

언제라도 아이의 천성에 맞춰 목적지를 수정할 수 있도록 융통성을 발휘해보자.



DALL·E 2024-07-02 08.49.29 - 위현anna



내가 설계한 아이의 인생은 아이의 것이니, 커가면서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자. 
인생을 멀리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생각하고 선택하게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분명하게 하도록 해주자. 
그러면 아이는 바른 길을 타고 멋진 성인으로 성장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 부부의 양육 가치관이자 믿음이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을 이런 관점을 가지고 키워가고 있다. 

우여곡절 많은 20여년이었지만, 다행히 아직까지 잘 커주고 있다. 




명료하게 설정하고, 믿고 나아가자. 아이를 사랑하는 그 마음을 담아서. 

세상이 모든 부모들, 화이팅!





* 본  '부모됨은 ____이다.' 시리즈는 2020년 12월 발행된 학술지 『 영아기 첫아이를 양육하는 어머니의 부모됨 인식에 대한 개념도 연구_열린부모교육연구 14-4-7(심위현,주영아) 』 를 모티브로 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도출된 참여자들과의 인터뷰로 다듬어진 '부모됨에 대한 88개의 새로운 정의들(최종진술문)'을 인용해, 심리상담과 부모교육 현장에서 느낀 나의 인사이트들을 정리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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