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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현anna Jul 16. 2024

부모됨이란 ______이다. [No.20]

_부모됨 시리즈] 철든 어른으로 도약함. 편

#20. 부모됨이란 지금까지의 내가 아닌 또 다른 나의 삶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15년전 쯤인가? 우리 애들이 유치원에 다니던 때였던 것 같다.

애들을 놀이터에 데리고 가서 애들이 노는걸 벤치에 앉아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애가 옆에서 "아줌마!!" 하고 외쳤다.

나는 그 말을 듣고도 멀뚱멀뚱 우리 애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다시 "아줌마!!" 그러는 거다. 그래서 무의식중에 돌아봤더니,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뭐?" 했더니, 나를 보면서 "아줌마!" 또 그러는 거다.


그때 그 애가 나한테 무슨 얘기를 했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그때 모르는 그 애가 나한테 '아,줌,마!'라고 한 그 자체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아줌마라니.
아줌마라니!
아줌마? 
내가, 
내가, 아줌마???????




그 날, 내 세상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아~ 
나, 이제, 
아, 줌, 마, 구나...


그때 나는 '아줌마'아주 나이가 많은 사람, 동시에 나랑은 거리가 먼, 그런 존재로 인식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아줌마로 불렸으니, 나는 이제 그 '아줌마의 세계'에 속한 사람이 되는 건가?


그날부로 나에게는 '아줌마 세상'의 문이 활짝 열렸다. 

아이가 태어나고 '엄마의 세상'과 '부모의 세상'이 열림과 동시에 새로운 또 하나의 세상, '아줌마 월드'로 입성하게 된 것이다.


나에게 '엄마'라는 단어는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돌봄의 현신 정도로 인식이 되고, '부모'는 온전한 보호자, 아이를 완전히 책임지는 사람으로 인지된다.

반면 '아줌마', 특히 내가 속한 '대한민국 아줌마'는 거칠것 없고, 막무가내에, 나이도 한참이나 많고, 뽀글뽀글 파마머리를 한 그런 좀 '안 예쁜 여자'로 인식되어 있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크게 충격을 먹었나보다. 내가 '안' 예쁘고 나이도 많고 막무가내인 그런 여자 같아서.


아이 때문에 아줌마 소리를 듣는 진짜 아줌마가 됐지만,

또 생각해보면 아이 덕분에, 

내가 싱글이였다면 가져보지 못했을 이 엄마, 부모, 아줌마라는 이름이 이제는 마음에 든다.


아이 덕분에, 

우리 애들한테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면서 아이들이 나를 사랑해주고,

'학부모'라는 이름으로 아이 유치원, 학교에서 새로운 '내'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자모'라는 이름으로 성당에서 봉사하면서 또 친구들도 많이 생겼다.  


결혼하기 전에는

딸, 대리님, 여자친구로서의 세상이 전부였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새로운 세상이 열린 지금 현재, 

나는 딸, 아내, 며느리, 엄마, (학)부모, 아줌마로서 각각의 세상을 넘나들면서 살고 있다.


이런 새로운 세상은 내가 정의하기 나름이고, 이 세상은 이름에 주어진 역할로 정해진다.

이것을 '사회정체성'이라고 한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맞이하는 나의 새로운 사회정체성 중에서 나는 유독 '아줌마'에 대한 정의가 부정적이었나보다.

그래서 그 말이 그렇게 충격적이었을까? 심지어 거짓말 못한다는 '어린 아이'에게 들어서?


그때 이후로, 

나는 이 아줌마라는 단어에 말 그대로 꽂혔다.


그리고 몇 년을 생각한 후에,

그 아줌마라는 단어를 쿨하게 접수했다.


내가 정의를 달리하면 그 뿐이더라. 


나는 '안' 예쁜 아줌마 말고, '예쁜' 아줌마가 되기로 했다.

예쁜 아줌마가 되고 싶어서, 퍼지지 않게 운동도 하고, 예쁜 옷도 다시 사입고, 머리에도 신경쓰고 그러기로 했다.

내 블로그 제목도 '꿈꾸는 예쁜 아줌마'로 정했다. 


뭐든 마음먹기 나름인 것 같다.

그렇게 정의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명확하게 수정하고 나니, 

이제는 내가 아줌마인게 그렇게 나쁘지 않다. 

그냥 있는 그대로, 나 그대로 당당해졌다고 할까?



이런 식으로, 나는 나의 


엄마 정체성,
부모 정체성,
상담자 정체성


도 새롭게 정립했다.


정립하고 한 문장으로 명료하게 표현하기. 이거 생각보다 어렵다. 

내가 의도하는 바를 모두 담으면서 한문장으로 명문화하려면 생각을 아주 오래 해야한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한번쯤 시도해보면 좋겠다.

나는 딸, 아들, 며느리, 사위, 아빠, 엄마, 부모, 부장, 사장, 선생, 교수 등등인 나를, 어떻게 정의하고 표현하겠는가?


특히 쌍으로의 관계로 이루어진 '부모'에 대해서는 

부부가 함께 자신의 부모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고 표현해보고 또 배우자의 것도 들어보면서 함께 공유하면 좋다.

여기서 가족의 철학이 도출될 수 있고, 이것이 곧 그 가정의 가훈이 될 수 있다.

부부가 함께 가족의 우선 순위를 만들어서 공통된 무언가가 생기면, 그것은 그 가정의 등대이자 길잡이가 된다. 

아이를 키울때, 특히 훈육을 할 때 기준이 되어 준다.


사실 매우중요하고 꼭 필요한 작업인데, 대부분의 부부가 정신이 없고, 미처 생각하지 못해 간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부모가 되면서 나의 세상이 더 넓어졌다.

경험해보지 못한 신세계가 펼쳐졌다.


신세계에 입성한 당신,

당황하지 말고, 천천히, 

음미하며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 화이팅!!  






* 본  '부모됨은 ____이다.' 시리즈는 2020년 12월 발행된 학술지 『 영아기 첫아이를 양육하는 어머니의 부모됨 인식에 대한 개념도 연구_열린부모교육연구 14-4-7(심위현,주영아) 』 를 모티브로 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도출된 참여자들과의 인터뷰로 다듬어진 '부모됨에 대한 88개의 새로운 정의들(최종진술문)'을 인용해, 심리상담과 부모교육 현장에서 느낀 나의 인사이트들을 정리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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