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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홍 Mar 30. 2018

금목서

나는 내 품에 꽃더미가 뛰어든 줄만 알았어


우리 고등학교 때 학교 가는 길목에 성당이 있었잖아.

왜, 너희 집 다음 골목의 오래돼서 회색인지 흰색인지 모를 그 건물.

가을이면 새끼손톱만 한 노란 꽃이 무더기로 피던 꽃나무가

벽담을 따라 심겨있던 곳 말이야.


네가 무서운 너희 아버질 피해 맨발로 뛰쳐나오던 그날,

진동하는 꽃내음에 뒤섞여 내 손을 잡고 뛰었던 그날.

나는 내 품에 꽃더미가 뛰어든 줄만 알았어.


함부로 짓밟힌 꽃잎들이 신발 밑창에 들러붙어

가는 길 내내 꽃내음이 따라붙던 그 꽃 이름이 금목서래.


맡기만 해도 속이 뒤집힌다고 네가 싫어하는 그 꽃.


내가 남몰래 널 닮았다 생각한 그 꽃 이름이 금목서래, 연아. 금목서.

아찔한 향의 그 꽃 이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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