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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혜근 Sep 30. 2015

토터스 : 정보생성자 (22)

TOTERS : Who making information

 “국장님. 스톤 팀장입니다.”


 프로젝트 로빈 훗이 종료되자마자 스톤 팀장은 자료국장을 만나기 위해 그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전달할 것이 있어서였다.


“들어오세요. 스톤.”


 국장 필립 블랙타이거는 책을 기록하고 있었다. 프로젝트 로빈 훗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녀에겐 프로젝트의 결과를 남겨야할 의무가 있었다. 과거 다른 자료국장들도 그렇게 해왔으니까... 스톤 팀장은 열심히 기록하고 있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는 그녀에게 안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는 불투명 비닐 봉투를 건내줬다.


“그녀가 보내왔습니다.”


“무엇을요?”


“처형인 조혜근의 혈액입니다.”


“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요?”


 그들은 이 일의 ‘시간’ 을 중요시 했다. 처형인의 혈액에 시간이 중요한 듯 했다. 정확한 의미는 그들만이 알고 있었다. 국장은 잠시 혈액을 쳐다봤다.


“닥터 글러브 살바토르의 혈액은 어떻게 됐죠?”


그녀는 닥터의 피도 원했다.


“국장님께서 처형인의 피만 원하시지 않았습니까?”


“그건 그렇죠. 하지만 좀 아쉽군요. 닥터가 누구인지 좀 더 알 수 있었는데.”


필립은 아쉬운대로 처형인의 혈액 봉투를 옷 안에 집어넣었다. 


“그럼.”


국장을 만난 목적을 이룬 스톤 바이어는 방을 나서려했다.


“잠시만요.”


 그런데 국장은 그를 가지 못하게 잡았다. 잠시 있으라는 제스쳐를 취하면서. 그리고는 책상 위의 버튼을 눌러 비서를 호출했다.


“마리아. 레이슈터를 이리로 불러줄래요?”


그로부터 몇 분 뒤.


똑. 똑.

 누군가 국장의 방을 두드렸다. 레이슈터였다. 그가 도착했음을 알게된 국장은 스톤과의 대화를 잠시 멈추었다.


“국장님. 계호입니다.”


“오셨군요. 들어오세요.”


 국장이 잠금장치를 해체시키자, 레이슈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레이슈터는 프로젝트가 끝난 뒤여서 편한 복장이었다. 그는 국장 혼자만 있을 줄 알았던 국장실에 스톤 팀장도 있는 것이 보이자, 좀 놀란 표정이었다.


“안녕하시오.”


스톤이 먼저 인사를 건냈다.


“스톤팀장도 있었군요.”


“저녁은 잘 드셨나요?”


형식적인 인사였다.


“늘 그렇듯 맛있진 않았습니다. 아프리카 음식이 제 입엔 맞지 않으니까요.”


“참. 그랬죠.”


 잊고 있었던 듯 잠시 고개를 끄덕이던 국장. 그녀는 잠시 뜸을 들어더니 그를 부른 목적을 이야기했다.


“그건 그렇고. 설인 사진 가지고 계시죠?”


프로젝트 로빈 훗의 최대수확. 설인의 영혼이 잡혀있는 사진 말이다.


“예.”


 레이슈터는 설인이 여전히 발버둥 치고 있는 사진을 꺼내 필립 국장에게 보여주었다. 설인이 움직이고 있음을 확인한 국장은 그에게 요청했다.


“이제 다시 넣어주세요. 우리에 가뒀고, 사슬도 걸어놨으니, 괜찮을 겁니다.”


 레이슈터는 사진에 갇힌 영혼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그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


“예.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계호는 사진을 다시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국장을 쳐다봤다. 이제 가도 되냐는 눈빛으로 말이다. 눈치 빠른 자료국장 필립 블랙타이거가 그것을 모를 리 없었다. 


“수고하셨어요. 가보세요.”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국장은 계호가 방을 나가는 것을 허락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가 완전히 나갈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나갔음이 확인되자, 스톤에게 말을 걸었다.


“좀 이상하죠?”


“뭐가 말입니까.”


“레이슈터. 뭔가 숨기는 것이 있는 것 같아요.”


 그녀는 또다시 ‘그’ 에 대한 걱정을 했다. 자료국장은 파워국장을 잡을 때의 기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에드워드 J, 화이트베어를 잡아넣을 때 전쟁을 벌이다시피한 그 기억을 말이다.


“무슨 걱정이십니까. 화이트베어가 영혼이 있는 상태로 살아서 강철박스 안에 갇히는 것을 본 적이 있지 않으십니까.”


“그건 그렇지만.”


 그렇긴 했다. 화이트베어가 박스에 갇히는 그 순간까지도 살아 발버둥 치는 것을 그녀도 두 눈으로 확인했었다. 하지만, 무엇인가 꺼림칙했다. 스톤은 그런 국장의 마음을 어느 정도 안정시켜야 겠다고 생각했다.


“레이슈터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은 같습니다. 하지만, 그리 걱정하실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파워국장은 워터리그 쪽에 인질로 잡혀있으니 함부로 행동할 수 없으니까요.”


 그는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대처할 수 있는 토터스 자료의 전형적인 팀장이었다.


“그리고 그가 있으면 우리 일이 편해지니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그는 유연한의 사고 소유자였다. 그의 말은 옳았다. 레이슈터가 토터스 자료에 들어온 뒤로부터 프로젝트 달성률이 100%를 달리고 있었으니까. 


“그렇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편하겠네요.”


 국장도 그의 생각에 동의했다. 


“아. 그리고. 보여드릴 것이 있는데.”


 사실, 스톤 팀장을 가지 못하게 붙잡아 놓은 이유는 정작 다른 곳에 있었는데, 레이슈터를 부르는 바람에 잠시 잊고 있었다. 


“보여줄 것이라뇨?”


“따라오세요.”


 국장은 스톤팀장을 대동하고 방을 나섰다. 그들은 1건물로 옮겨갔다. 그리고는 론(Loan)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에 가야겠어요.”


“도서관은 왜 가십니까.”


“처형인의 혈액을 가져오라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세요?”


“DNA 검사를 하시려는 것 아니셨습니까?”


“DNA 검사로 나오는 것은 한계가 있죠.”


“한계라... 그렇다면 무엇을 알아보기 위해 그의 혈액을 원하신 겁니까.”


그녀는 무엇을 보여줄 생각이었을까. 스톤은 전혀 짐작하고 있지 못했다.


“잠자코 오기나 하세요.”


 그녀는 스톤팀장과 론 도서관의 입구에 도착했다. 자료 국에서 제일 철저한 보안 속에 유지되고 있는 그곳에 말이다. 각각 매일 바뀌는 3개의 패스워드와 동공검사 그리고, 정맥검사까지 이곳은 단 한사람의 침입자도 허용하지 않는 곳이었다. 이 모든 검사를 끝낸 필립일행은 드디어 마지막 문에 도달했다.


“비과학적이라는 말도, 비상식적이라는 표현도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이곳은 론 도서관이니까요.”


 국장이 마지막 문을 열었다.


“네 번째 방문이죠? 스톤 팀장?”


 팀장인 그도 20년 일하는 동안 단 세 번밖에 출입하지 못했던 이곳. 토터스 자료의 중심. 론 도서관이었다.


“매번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압도적이군요. 이곳 규모는.”


 스톤 바이어는 입구에 있는 계단을 내려가며 눈앞에 펼쳐진 엄청난 규모의 사서에 혀를 내둘렀다. 사서의 높이를 맞추기 위해 설치된 계단의 높이가 20m였으니, 사서 하나의 높이가 얼마나 높은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만 했다.


론(Loan) 도서관.


 세계 지식의 80%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 곳. 토터스 자료는 이곳에서 모든 정보를 얻었고, 모든 궁금증을 해결했다. 자연현상에 대한 비밀이나, 미스테리에 대한 연구, 그리고, 지구상에 지금까지 건국되었던 모든 나라에 대한 역사. 이 모든 것이 이곳 론 도서관에 있었다. 


“검사를 시작할게요.”


 필립 국장은 자신의 안주머니에 넣어놓았던 처형인의 혈액을 꺼냈다. 그리고는 컵 모양의 석상에 가지고 있던 피를 모두 부었다. 


“아니, 그 곳에 혈액 모두를 떨어뜨리면 어떻게 하십니까. 그것을 얻어내려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잠자코 보기나 하세요. 이것은 정말 중요한 정보를 우리에게 선사할 겁니다.”


 스톤은 믿기지 않았다. 그의 눈엔 국장이 쓸데없는 의식 따위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검증되지 않은 행동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의 그의 판단은 옳은 것이었지만,  이번만은 그런 그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다.

 국장이 처형인의 피를 석상에 부은지 얼마 되지 않아, 가만히 있던 석상이 앞으로 쏟아졌다. 그것을 지켜본 스톤은 쓰러지는 것에 놀라 피를 받으려 했지만, 국장이 그를 저지시켰다. 단지 지켜보라는 말고 함께 말이다. 놀랍게도 그녀의 말처럼 혈액은 스스로 움직였다. 처음엔 단지 바닥에 나있는 홈에서, 중력으로 의해 미끄러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갈림길 홈에서 중력에 의하지 않고, 스스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곳엔 길이 있었다. 

 혈액은 도서관의 깊숙한 곳 까지 들어갔다. 론 도서관의 깊숙한 곳은 크게 서양과 동양 그리고 아랍 및 아프리카 문화로 나뉘어 있었다. 혈액은 서양 파트를 지나, 아랍 파트를 지나, 동양 파트로 들어갔다. 동양 파트에서도 동양문학에서 잠시 주춤하던 혈액은 동양소설 쪽으로 최종 방향을 틀었고, 더 깊숙한 안쪽으로 들어갔다. 순조롭게 계속 가던 그것은 동양에서도 한국의 전래동화에서 멈추더니 사서의 벽을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 ‘한 책’ 에 스며들었다. 처형인의 혈액 모두가 책에 들어갔다. 혈액을 따라 가던 필립 블랙타이거는 혈액이 들어간 책을 집어들었다. 그 책의 이름은 ‘홍길동전’ 이었다.


“어디보자.”


 필립은 홍길동전을 꺼내 펼쳤다. 혈액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 봐야 했기 때문에 말이다. 그녀가 혈액이 들어가는 것을 본 그대로였다. 흘려보낸 혈액의 책의 구석구석에 퍼져있었다. 홍길동전 전체에 퍼져있든 혈액은 유난히 한 부분에 뭉쳐있었다. 필립은 그 부분을 펼쳤다. 그리고 혼잣말을 했다.


“혈액이 뭉쳐있다는 것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이야기하는 건데...”


그녀는 궁금증에 그 부분을 읽어나갔다.


“홍길동은 그녀와 함께 새로운 땅에 도달하였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도술을 사용하는 3명의 요괴들을 만났다. 그는 이끌고 온 사람들과 요괴를 물리치려했으나, 힘에 부쳤다. 그러나, 요괴들이 홍길동을 죽이려는 찰나, 그는 기억해냈다. 자신이 사용했던 모든 도술과 술법을 기억해냈다.”


이를 다 읽은 국장 필립 블랙타이거는 놀랐다. 놀라서 손까지 떨 정도였다.


“술법을 기억해 냈다니. 자신이 사용했던 모든 도술과 술법을 기억해 냈다니.”


“무슨 말인가요.”


“설마...”


 필립은 뛰어갔다. 그리고는 홍길동에 대한 연구자료를 찾아봤다. 그리고 허겁지겁 홍길동에 대한 사실적 근거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필립이 스톤에게 말했다.


“홍길동은 실존했던 인물이예요.”


“그런데요?”


“이 혈액이 정말로 처형인의 것이 맞다면, 처형인은 홍길동의 능력을 이어받았어요. 그는 홍길동이 사용했던 ‘도술’ 이라는 것을 사용할 수 있을 지도 몰라요.”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죠? 믿을 수가 없습니다. 말도 안돼요.”


몽키 팀장 스톤은 고개를 저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생소한 현상이었으니 말이다.


“제가 설명해 드리죠. 사람은 세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본명’ 과, 흔히 별명이라고 불리는 ‘다른 이름’ , 그리고 ‘계승이름’ 이죠. ‘본명’ 은 말 그대로 자신의 자아를 잃지 않도록 해주는 이름이고요. ‘다른 이름’ 은 주변 사람들이 그 사람의 특성이나, 재주, 혹은 성격에 대해 붙여준 이름이죠. 그리고 계승이름. 이것이 중요하죠. 계승이름이란 그 사람의 선조 혹은, 그 보다도 더 이전의 존재를 가리킵니다. 동양학에서 보면 사람은 피로써 그 계승자가 정해진다고 하죠. 더 순수하고 더 맑은 피가 그 계승이름을 이어받고, 그에 따른 능력을 얻는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최근에 그것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는데요. 상당부분 진실로 밝혀졌습니다.”


“그런 일이 어디 있습니까. 말도 안 됩니다. 피로써 전해지는 능력이라니, 계승이름이라니...”


“이 세상은 믿을 수 없는 일로 가득하죠. 믿을 수 없다고 해서 이 현상이 일어나지 않으니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


스톤은 말을 잊지 못했다. 아직까지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처형인 조혜근의 계승이름은 홍길동입니다. 이것만은 확실해요. 덧붙여 말하지면, 홍길동은 한국에 전해지는 모든 술법의 창시자이자, 동양문학에서 처음으로 무릉도원을 건설한 인물입니다. 엄청난 존재이지요. 처형인은 그런 전설적 존재의 계승자입니다. 지금은 그가 단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모를 뿐이지만, 나중에라도 알게 되면, 아니, 깨닫게 되면 그를 막을 수 없을 겁니다. 이 세상의 그 어떤 무기로도 말이죠.”


“그 어떤 무기라뇨. 폭탄이나 총으로도 죽지 않는다는 겁니까.”


“이미 그는 총으로는 죽지 않는 존재가 아닙니까. 거기에 폭탄으로 죽지 않는 다고 해봤자, 별로 달라질 것은 없다고 보는데요.”


“맙소사.”


그는 이마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저도 마찬가지로 믿기 힘들어요. 아니 믿기 싫죠. 그의 계승이름이 도술을 부리는 사람이라니.”


 스톤 팀장은 손을 떨었다. 그는 머릿속으로 포탄에도 꿈쩍하지 않는 홍길동 조혜근을 상상하고 있었다.


“안타까운 에드워드.”


“파워 국장 말인가요? 왜 그가 안타깝다고 하시는 겁니까?”


“그는 평생 동안 ‘토터스의 힘’ 을 표출할 인물을 찾고 있었어요. 20년 동안 몇 몇 적정자를 찾긴 했지만, 모두 그릇이 모자랐죠.”


“‘토터스의 힘’ 이라뇨? 그것은 또 무슨 말입니까.”


“나중에 알려드리죠.”


 필립은 스톤의 물음에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팀장이 알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스톤 팀장도 그 정도 눈치는 있었다. 더 이상 물어보는 것은 관뒀다.


‘홍길동이라면 ‘토터스의 힘’ 을 실현할 인물로 부족함이 없어. 그가 바로 에드워드가 평생 동안 찾던 존재였는데... 당신 너무 멀리서만 찾았군요. 바로 옆에 있었는데 그것을 못 찾다니요. 아쉽군요. 내가 다 안타까워요.’


 생각에 빠져있는 국장에게 스톤 팀장이 말을 걸었다. 


“‘그녀’ 말로는 처형인이 토터스 시각이 판 함정에 제 발로 찾아갔다고 하는 군요.”


“들었습니다.”


“처형인이 살아있진 않겠죠?”


“그렇겠죠. 시각의 함정은 빠져나올 수 없기로 유명하니까요.”


“하지만, 만약. 만약에. 지금 만약 처형인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살아있다면?”


“그는 지금 3명의 적에게 공격을 받고 있을 겁니다. 이 홍길동전에 씌여있는 것처럼요.”


필립은 이어 말했다.


“워터리그 중앙회의기구 (WCA) 에 연락하세요. 그리고, 뉴질랜드 워터리그 지부에도 연락을 하시고요.”


“타그니토 말입니까?”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만이 처형인을 막을 수 있어요. 당장 연락하세요. 처형인이 홍길동으로 되는 것을 막으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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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과과광.

 처형인의 몸이 벽을 통과했다. 그는 늑골이 몇 개 부러지는 엄청난 충격을 받고 나뒹굴어졌다.


“퇫.”


 입술이 터지면서 입안에 피가 고이자, 그는 그것을 뱉어내려 침을 밷었다. 먼지는 가라앉는 법이라 계속해서 숨을 쉴 수 만은 없었다. 숨만 계속 쉬고 있으면 피와 먼지가 굳어버려 기도가 막혀버릴 수도 있었으니까.


‘온다. 이번엔 어느 쪽이냐.’


 위쪽이었다. 천장의 벽면에 무너지며 거대한 주먹이 처형인을 향해 오고 있었다. 그는 떨어지고 있는 거대한 주먹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그것은 피하기엔 너무 컸다.


콰과과광.

처형인은 거대한 주먹과 함께 밑으로 추락했다. 19층으로.


“벌써 죽었나. 처형인? 파워 팀장이라는 사람도 별 것 아니군.”


 알 수 없는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처형인은 그 목소리가 어느 방향에서 나오는지 알아내려 애썼다. 그는 아직도 공격자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공격을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알아낸 것이라고는 터무니없는 저 주먹의 길이가 한정되어있다는 것뿐이다. 저 시각 팀장은 21층으로 가는 계단을 막고 있어. 그를 지나야만 올라갈 수 있다. 그런데 다가갈 방법이 없다니... 그건 그렇고, 저것은 진짜 주먹인가? 아니면 착시현상?’


 처형인은 거대 주먹에 맞을 때의 느낌을 기억하려 했다. 


‘부딪혔을 때의 느낌은 철면이었다. 철로 이루어져있는 것이 틀림없다.’


탕. 탕.

 처형인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시각 팀장의 주의를 끌고 있는 동안, 제임스 본드는 그 뒤를 돌아 그의 뒤를 치기로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만만치 않았다. 시각요원이 알려줬던 정보와는 달리 20층에는 2명의 시각 팀장이 있었던 것이었다. 본드도 처형인과 같은 상황이었다. 힘든 싸움을 하고 있었다. 상대는 물로 된 인간이었다.


“환각이 틀림없어. 저것은 환각에 의한 허상일 뿐이다. 물로 된 사람이라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앞에 펼쳐진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탕.탕.

 본드는 다시 한번 시각 팀장을 향해 발포했다. 하지만, 물로 된 그의 몸은 또다시 총알을 관통했다. 물로 된 시각팀장의 몸은 바닥을 미끌어지며 천천히 본드에게로 다가갔다. 권총 총알이 바닥난 본드는, 상대적으로 느린 물 인간의 이동속도를 이용해, 재빨리 뒤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막다른 어두운 곳으로 가서 장전했다. 그런데,


“환각이 아니다. 우린 마약 상인이 아니라고.”


 순간, 그의 뒤에서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아무도 없는 막다른 골목이었는데 누군가가 있었던 것이었다. 섬찟한 본드는 뒤를 돌아 목소리의 정체를 파악하려 했다. 그러나, 그의 공격이 더 빨랐다. 뒤에 있는 존재는 그의 목을 감았다. 그리고 그의 기도를 조였다.


“이런...세...세 명 모두 같은 층에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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