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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혜근 Sep 30. 2015

토터스 : 정보생성자 (24)

TOTERS : Who making information

‘들린다. 나를 부르는 소리가 분명히 들렸다.’


처형인의 시야가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과다출혈로 인해.


'죽음... 이것이 죽음인가.'


 피가 멈추었다. 처형인의 심장은 움직임을 멈추었다. 처형인이라는 생명은 그 끝을 고했다. 죽음을 맞이했다. 단지, 그의 사고(思考)만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죽음에 도달한 인간의 사고는 그의 피에 도달한다. 처형인은 이것을 모르고 있었다. 처형인은 자신은 느끼지 못하는 사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피에 자신의 사고를 전달했고, 그곳에 이미 있었던 또 다른 사고와 만났다. 그 둘은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말을 처음 건 것은 ‘피’ 였다.


‘누...누구냐. 내 안에 누가 나에게 말하는 거냐.’


피는 자신이 ‘홍길동의 의지’ 라고 말했다.


‘피... 내 피가 말하고 있다. 내 피는 나와 다른 존재인 것인가.’


그것은 처형인의 말에 긍정했다.


‘뭐냐. 홍길동. 넌 누구냐.’


피는 그의 물음과는 상관없이 말을 계속했다.


‘율도국? 무릉도원? 이상향? 무슨 말이지?’


피는 그에게 방향을 제시했다.


‘세계정복. 그래. 내 꿈이 세계정복이다. 그것은 어떻게 아나?’


그는 처형인의 목표도 알고 있었다.


‘너와 나의 꿈이 같다고? 그래서 도와주겠다? 내 꿈을 실현시켜 주겠다고? 어떻게 어떻게 말이냐.’


 그것은 단지 '피' 였다. 처형인은 단순히 피가 말한다고 해서 죽은 몸이 되살아날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달리 ‘피’ 는 그의 몸을 다시 살아나게 만들 수도 있었다. 피는 인간의 몸을 구성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피가 스스로 순환을 계속 한다면 죽었다는 말은 성립되지 않게 된다. 그렇듯 피가 다시 회복된다면 다시 살아날 수도 있었다. ‘홍길동의 피’ 는 처형인을 살리고자 했다. 


‘말도 안돼. 네가 나를 다시 살릴 수 있다는 말이냐.’


게다가 그 것 뿐만이 아니었다. 피는 인간 몸의 한계치까지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정말. 정말이냐?’


'홍길동의 의지' 는 장담하고 있었다.


‘하하하. 나쁘지 않군. 마음에 든다.’


피는 다시 한번 그에게 물었다. 자신의 말에 따르겠냐고.


‘알았다. 네 말을 한 번 믿어보지.'


 처형인은 승낙했다. 그는 다시 살아나야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해야할 일이 있었다. 처형인은 자신이 죽는 다면, 안나도 죽을 것이고, 닥터 글러브도, 파워 국장도 살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자신의 옆방에는 자신을 구해줬던 제임스 본드가 죽어가고 있었다. 


'그래. 어디한번 네 생각대로 해봐라! 나는 처형인이니까!!!'


 홍길동의 의지와 처형인의 의지가 합쳐졌다. 그들은 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냈다.


후우우욱.

홍길동의 숨이 다시 이어졌다. 그는 눈을 뜰 수 있었다. 하지만, 심장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다만, 그의 피는 홍길동의 의지대로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심장은 멈춰있었지만, 홍길동의 의지가 혈관을 타고 온 몸을 휘젓고 다니고 있었다. 혈색이 돌아왔고, 온몸의 신경도 제자리를 찾았다. 이젠 상처가 나도 상관없었다. 피는 스스로 제 갈 길을 찾아가고 있었으니까 출혈이 일어날 일도 없었다. 다시말해 그는 불사의 몸이 된 것이었다.


“누...누구냐. 너는 누구냐?.”


 시각의 세 팀장들은 놀라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죽었던 인간이 다시 살아난 다는 것은 당연히 놀랄 일이었으니까. 그들의 눈에 처형인의 모습은 살아있는 송장이었다. 좀비였다.


“내 이름? 내 이름은 홍길동이다.”


 그도 마찬가지로 시각의 팀장들처럼 시각형태를 바꾸었다. 홍길동이 즐겨입던 패션으로 말이다. 초립모자를 쓰고, 너른바지에 긴고름의 삼회장 저고리의 남자로 말이다. 다만, 시각 팀장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홍길동 조혜근은 ‘허영심’ 이 아닌 ‘자신감’ 으로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오호라. 숨 쉴 필요도 없군. 혈액이 알아서 세포에 산소를 공급해주니 자동적으로 가는 구만. 죽었다는 것은 이럴 때 편하군.”


 그랬다. 그는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그는 숨 쉴 필요도 없었다. 즉, 몸을 이동시키는데 그만큼 제약이 없었다. 

“혈관의 피를 빠르게 이동시키면 그만큼 뇌가 회전하는 속도도 빨라진다? 그로 인해 사물을 느린 속도로 볼 수 있다고? 그렇다면 내가 총알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평소에도 네가 관여했다는 말이냐.”


 피는 그의 말에 맞다고 대답했다. 처형인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때때로 그것이 자신의 능력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아까부터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미쳤군. 단단히 돌았어!”


 시각 팀장들은 혼잣말을 하는 홍길동이 자신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옐로우 팀장 옴바토슈는 그에게로 달려갔다. 오른 주먹을 거대하게 부풀리면서 말이다. 블랙과 블루 팀장도 이번엔 말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너에게 묻겠다.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을까.”


 그는 더 특별한 신체적 능력을 원했다. 그의 바람에 걸맞게, 홍길동의 의지는 처형인에게 인간 신체의 능력을 이용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종아리에 피를 모았다가, 한순간에 발끝으로 이동시킨다? 그럼 혈관이 터지지 않나?”


피는 그에게 인간의 신체가 그렇게 약하지는 않다고 설명해줬다.


쿵쿵쿵. 

 옐로우 팀장은 홍길동에게 달려갔다. 그러면서 발도 크게 만들었다. 거대 주먹에 체중이 실리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혈관이 그렇게 약하지 않다라...그럼 견딜 수 있다는 말이냐.”


피는 그의 말에 동의했다.


“그럼 그렇게 하면 무슨 효과가 나타나지? 내가 얻는 것이 무엇이냐.”


피는 그 작용의 명칭을 알려주었다.


“축...지...법?”


 그는 처형인에게 축지법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었다. 단순간에 엄청난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과거 한국인들이 사용했던 한국 특유의 보복법이었다.


“받아라!”


 옐로우 팀장 옴바토슈는 체중까지 실린 거대 주먹을 그에게 뻗었다. 전보다 더 큰 크기였다. 복도보다 더 큰 크기의 주먹은 복도의 모든 물건을 부수며 홍길동을 향해 뻗어갔다. 앞에 벌어지고 있는 사실에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홍길동 조혜근은 종아리에 있는 모든 혈액을 무릎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는 일제히 한순간에 발바닥으로 쏘아내렸다.


콰과과광.


“맞았겠지?”


 옐로우 팀장의 거대주먹이 홍길동이 있던 자리를 쓸고 지나갔다. 마치 동굴이 생긴 것 같은 모습으로 변해버린 복도에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오호. 이거 멋진데?”


 그런데, 어디선가 홍길동 조혜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각의 팀장들은 그의 목소리가 등 뒤편에서 나왔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들은 뒤를 돌아봤다. 


“마...맙소사.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홍길동은 이미 그들의 등 뒤로 이동해있었던 것이었다. 엄청난 속도로 그들을 지나간 것이었다.


“보...보이지도 않았어.”


“마...말도 안돼. 저런 것은 듣도 보도 못했다고.”


 그들의 반응은 같았다. 그들은 믿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보고 있었으면서도, 홍길동의 능력에 대해 부정하고 있었다. 그들은 홍길동이 자신들과 같은 ‘허영심’을 겉으로 표출하는 능력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딜레마에 봉착했다. 홍길동의 능력을 부정하자니, 자신들의 능력도 부정하는 셈이 되고, 그의 능력을 인정하자니, 그의 능력이 믿지 못할 정도로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내면에 있는 공포가 되살아났다. 사회적으로 패배자였던 그들은 자신의 능력을 부정하게 될지도 모른 다는 공포가 나타났다. 그들은 무서워했다. 홍길동의 엄청난 신체능력을.

 그러나, 이미 그들은 홍길동의 자비를 바라기엔 너무 늦었다. 그들은 이미 처형인을 살해했고, 제임스 본드에게 중상을 입혔다. 그들은 홍길동의 선처를 바랄 수 없었다. 그들은 이 사실을 몸으로 깨닫고 있었다.


빠아아악.

 옐로우 팀장이 엄청난 충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날아갔다. 축지법으로 날다시피 이동해온 홍길동은, 팔꿈치에 모아놓았던 혈액을 순간적으로 주먹으로 이동시켰다. 그 힘에 축지법으로 얻은 속도가 더해졌으니, 사람의 뼈가 견딜 수 있는 충격이 아니었다. 


“주...죽었나?”


 블랙팀장 블랑 드 누아흐는 날아가버린 옐로우 팀장이 움직이지 않자 두려웠다. 그러나 그는 곧 상황을 파악했다. 그의 앞엔 홍길동이 와있었다. 남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자신의 차례였다.


“도...도망가야해.”


그는 급히 벽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미 늦은 상태였다. 


콰광.


“끄아아악.”


 홍길동은 맨손으로 벽을 뚫어 그의 목을 잡았다. 그리고 그의 목을 으스려 뜨리고자 했다. 그런데, 목뼈가 나갈 때 쯤, 블랙 팀장의 몸이 물이 되어 터져버렸다.


“물?”


 홍길동은 짚이는 것이 있어 자신이 날려버린 옐로우 팀장을 바라봤다.


“흥, 허상이었나. 어쩐지 맞는 느낌이 이상하다했다.”


 역시 그의 예상대로였다. 쓰러져 있어야할 옐로우 팀장자리에는 물로 변한 흔적만이 있었다. 그도 역시 물로 변한 것이었다.


“허억. 허억.”


“이봐. 고...고마워.”


“네 덕에 살았다. 아리안 흐란트.”


 시각의 세 팀장들은 22층으로 이동해 있었다. 그랬다. 블루팀장 아리안은 그들의 몸을 순간적으로 고체의 물과 바꿔치기 하여 그들이 홍길동에게 당하지 않게 한 것이었다. 블랙 팀장은 자신의 목을 만지며 안심했다. 옐로우 팀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한 것은 그들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삐쩍마른 블랙 팀장과, 고도비만인 옐로우 팀장, 아주 작은 키의 블루팀장은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외모의 소유자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홍길동의 힘에 놀라, 허영심을 버리고 자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있던 것이었다.


“도망갔나. 뭐. 상관 없지.”


 홍길동 처형인은 별로 아쉬워하지 않았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시각 팀장들이 도망치고 나서 그들이 만들어놓았던 가상의 21층은 이미 복구되어 있었다. 복도 중간에 있는 소파와, 화분들, 그리고 벽에 걸려있는 액자가 보였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듯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홍길동은 갑자기 본드가 걱정되었다. 


“아, 그래. 본드.”


 홍길동은 그가 살아있기를 바라며, 본드가 쓰러져있는 방으로 달려갔다. 복도가 변하기 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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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M 호텔로부터 28km 떨어진 빌딩. 워터리그 뉴질랜드 지부.


 빛이 들어오지 않는 사무실이 있었다. 창문엔 커튼이 쳐져있어 저녁의 노을이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일부러 빛을 차단시킨 그곳에 한 남자가 포도주를 마시며 의자에 앉아있었다. 너무나도 하얀 피부를 가진 그 남자는 무도회장에나 어울릴 법한 정장 차림이었다. 그는 마시던 포도주가 떨어지자, 더 마시기 위해 포도주 병을 기울였다. 그런데, 그만 손이 미끌어져 병이 바닥에 떨어졌다. 바닥에 부딪힌 병은 깨져버렸고, 포도주는 바닥에 흩어졌다. 그런데, 포도주의 색이 조금 이상했다. 여느 포도주와는 조금 다른 아주 진한 색이었다.


“이런.”


따르르릉.


 그때마침 전화가 왔다. 그는 깨진 포도주 병을 잡으려는 것을 놔두고 전화기를 들었다. 


“예. 타그니토입니다.”


 타그니도 D. 암스트롱. 워터리그 네덜란드 지부 CEO. 부국장 레스텔로 네프코와 함께, 자료국장의 명령에 따라 이곳 뉴질랜드에 도착해 있었다. 토터스 자료 요원들이 각종 정보를 얻어다 주는 덕에 그는 이제까지 몰랐던 많은 사실들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가 얻은 정보 중에는 많은 것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 특히, 사람의 혈액에 관한 자료를 중요시했다. 때문에 그의 책상에는 피에 대한 많은 종류의 의학 서적이 펼쳐져 있었다.


“예? 사실입니까. 그가 홍길동의 피를 가지고 있다니요.”


 그는 흥분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깨진 포도주병을 신경쓰지도 않고 책상 주위를 왕복했다. 


“그래서. 제가 '물건' 을 보호하라는 겁니까.”


 타그니토는 싫은 눈치였다. 물건을 지키는 파수꾼 따위는 자신이 할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가 홍길동이라면 상황은 달랐다. 중요한 물건이기에 꼭 지켜야할 물건이라는 것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뛰어난 적이 물건을 노리고 있다면 당연히 자신이 지켜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만이 홍길동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3단계까지 해방하도록 허락해주십시오.”


 그는 허락을 구했다. 하지만, 상대는 3단계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 


“안됩니다. 홍길동을 상대하려면 그 정도는 해주셔야 합니다.”


그랬다. 그는 홍길동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마치 전에 만나 본 것처럼 말이다. 전화의 상대방은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2단계만 해방시키도록 그에게 명령했다. 타그니토는 실망한 눈치였다. 하지만, 그의 기분은 곧 풀렸다. 그의 취향에 맞는 또하나의 명령이 그에게 내려 졌기 때문이었다. 선제공격이었다.


“선제공격을 하면 홍길동이 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잡기가 쉬워진다?”


그는 터무니 없는 생각이라고 여겼다.


“국장. 당신 지금. 그가 말려들 것이라고 생각해? ”


 역시 예상대로 전화 건넛편의 사람은 자료국장이었다. 자료국장은 타그니토에게 직접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확률적으로 봤을 때, 그가 안나를 구출하러 올 확률은 80% 입니다. 당신이라면 80%에 걸으시겠습니까. 아니면, 나머지 20%에 투자하시겠습니까?"


 책상에 있는 책 한 권이 빛나기 시작했다. 트랜스포터의 일부로 만든 축소판이었다. 타그니토는 책을 펼쳐봤다. 그곳에 한 장의 사진이 있었다. 타그니토의 동의를 받기도 전에 이미 국장은 그녀의 사진을 보냈다.


“안나 라고 했습니까? 이 여자 이름이?”


“예. 현재 우리 몽키 팀에서 활동 중인 사람입니다. 파워 쪽에 스파이로 심어뒀지요. 하지만, 이제 제 역할을 다했습니다. 더 이상의 계약은 필요가 없습니다.”


‘스파이? 스파이라면 같은 소속 사람이라는 말인데... 그녀를 공격하라니. 매정하구만.’


“아직도 상대 세력에 스파이를 심어놓습니까? 수완도 좋으시군요. 블랙타이거.”


“맡아 주실거죠?”


그는 말없이 사진을 바라봤다.


“안나... 안나 라.”


그는 미소를 띄었다. 돌출된 송곳니를 혀로 햝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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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는 군. 처형인 씨.”


 안나는 이미 오페라 극장에 도착해 있었다. 웅장한 크기의 오페라 극장은 황금빛의 카페트가 펼쳐진 입구를 자랑하고 있었다. 또한, 극장 밖 주차장 근처에서 밤하늘을 향해 쏘는 불빛은 그날의 오페라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이 곳부터는 통제구역입니다. 진입하실 수 없습니다!”


 오페라 극장 반경 5 km 이내는 3시간 전부터 교통이 통제된 상황이었다. 그 곳엔 수많은 취재기자들이 몰려와있었던 탓이었다. 워터리그 수뇌부들이 모여서 회담을 하는 비밀장소라는 사실을 누군가 언론에 흘린 것이었다. 때문에 그들이 오페라 극장에 모여 오페라를 관람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버렸다.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무슨 스타라도 오나?”


 그리고, 중국패왕과 미국 대통령이 같은 극장에서 같은 오페라를 관람한 다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뉴스거리였다. 세계의 판도를 뒤엎을 수 있는 권력자들의 만남이란. 언제나 특종거리였으니까 말이다.


“입장권 부탁드립니다.”


 안나는 티켓을 가지고 있었다. 쿼터메인이 준 골드티켓은 어느 티켓으로든 변화할 수 있었다. 입구를 지키는 안내원은 티켓을 확인하자, 그녀를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리고 황급히 문을 닫았다. 그 사이에 들어오려는 취재기자들을 막기 위해서였다. 오페라 극장안에 들어온 안나는 아주 시끄러운 밖과 달리 실내는 조용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주변을 살펴 공연장 안쪽으로 들어가는 문을 찾아보았다. 왼쪽 구석에 그 문이 보였고, 그녀는 그곳으로 갔다. 


“거기. 아가씨.”


 그때, 누군가 안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차가운 기운이 느껴진 그녀는 순간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그녀의 어깨를 잡은 이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누구인지 본 그녀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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