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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의 개 짖는 소리

by 그린토마토

쉬는 시간, 반 자리배정 관련된 얘기를 나누다가 제인과 피터가 말다툼이 났다. 두 아이를 포함하여 일곱, 여덟 명의 아이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피터가 제인의 말이 거슬렸는지 발끈했다.

ㅡ뭔 x소리냐?

피터의 말은 내 귀에 선명히 들렸고 나에게 하는 소리 같았다. 물론 피터는 제인에게 했다고 했지만 제인보다 내가 피터와 더 가까웠다. 그래서 그 말을 듣자마자 앵그리지수가 올라갔다.

주변의 아이들도 이 분위기를 알아채고 모두 조용해졌다. 좀전까지 왁자하게 웃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나는 화가 났지만 갑자기 개 짖는 소리를 내었다. 왈왈 멍멍. 왈왈왈. 멍멍멍. 선생님 이런 소리 잘 내

네가 ×소리라고하니 한번 짖어봤다. 강아지 소리도 잘내. 들어볼래? 깨깽깽깽~ 킁킁. 나는 신이 나서 제법 오래 개 짖는 소리를 내었다.


긴장했던 아이들이 깔깔깔 웃었다. 아. 선생님, 하고 어이없이 웃는 소리들이 들렸다. 나는 아이들이 겁먹지 않기를, 자주 혼나는 피터가 덜 혼나는 순간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짚을 건 짚어야지. 피터야 비속어 쓴거 사과하고 약속해야지.

피터, 네가 비속어 쓰는 순간 세상이 그렇게 되는거야. 조심하자! 사실 피터는 좀 거칠긴 해도 달라지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다. 그랬기에 나도 한번쯤 피터의 실수를 덮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한참 개 짓는 소리를 내다가 교실 밖을 잠시 나왔다. 부끄러웠다. 이 나이에 애들 앞에서 개 짖는 소리나 내다니.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교실로 들어갔다. 아이들 얼굴이 여전히 밝다. 다행이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다들 일주일 학교다니느라 애썼는데 금요일 오후만은 기분좋게 집에 가서 주말 보내야지!


얘들아, 대신 개 짖는 소리는 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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