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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가 떴다

by 그린토마토

아침 독서시간을 조용히 시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늦게 들어오던 위니가 작게 소리쳤다.

-선생님, 무지개가 떴어요!

아이들과 나는 어디, 어디? 하고 말하며 동시에 창문 앞으로 갔다. 무지개는 오른쪽 하늘에 떠 있어서 위치에 따라 안 보이기도 했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독서시간에 나가도 될까? 그러곤 아이들을 보았다. 이미 들떠 있었고 사진을 찍겠다고 휴대폰까지 주섬주섬 꺼내고 있었다.

-무지개 보러 나가게 줄 서자!

다른 반에 방해될까봐 단단히 주의를 주고 급히 줄을 세웠다. 그러곤 빠른 걸음으로 4층에서 1층으로 내려갔다.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무지개가 눈에 가득 들어왔다.

- 얘들아, 소원 빌어! 무지개 보면 소원 비는 거야.

나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정보를 흘렸다. 어김없이 처음 들어보는 어설픈 정보에 왜요? 하고 질문을 하는 아이가 있었다.

- 그건, 음, 보기 힘든 걸 마주치면 소원을 비는 거야. 추석 보름달이나 별똥별처럼. 무지개가 사라지기 전에 얼른 빌자!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원을 빌었다. 무슨 소원일지 궁금했다. 소원을 빈다고 무지개를 한참 쳐다보고 서 있는 아이들 모습이 참 귀여웠다. 이대로만 자라라, 하는 말이 저절로 마음속에서 우러났다.

나도 소원을 빌었다. 아이들 중학교 배정 잘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모두 1 지망이 되게 해 주세요.


무지개는 곧 사라졌지만 무지개 덕분에 독서시간에 콧바람을 쐰 아이들의 표정이 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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