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식물이 두렵다. 그리고 곤충도 싫다. 나무베란다에 나갔다가 벌이나 애벌레라도 만나면 도망치기 바쁘다. 그렇기에 식물가꾸기도 썩 실력이 좋지 않다. 식물을 사랑하지만 정성을 다하지 못하는 식집사이다. 내가 잘하는 건 물주기, 나무베란다 비질하기, 영양제주기 정도이고 가지치기, 분갈이 같은건 아직 서툴다.
이런 나에게도 가을국화가 찾아왔다. 이름은 모르겠다. 그냥 국화라는 정도만 안다. 게다가 장미도 나를 놀라게 했다. 봄에는 노란장미를 피우더니 가을에는 같은 줄기에 진분홍장미 봉우리가 맺혔다. 동백꽃도 벌써 핀다. 로즈마리는 연보라빛깔 꽃을 피운다.
나의 정성에 비해 수확이 좋다. 나는 잠시 꽃들을 바라보며 가을을 느낀다. 감사하다. 그리고 행복을 잠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