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서울연수. 지방에 살면서 덜컥 연수 신청을 해놓고 망설이기도 했다.누군가 대신 간다면 가라고 양보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낯선 곳을 찾아가고 낯선 사람을 만나는 일. 내성적인 나에겐 모든 것이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학폭과 관련해서는 의무감 같은 게 있다.학폭담당교사를 했기에 그와 관련해서는 좀 더 자세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직업의식 같은 것이기도 했다.
어쨌든 서울에 왔고 학교폭력 피해회복지원단 연수를 받았다. 연수 첫날, 마지막 시간, 유튜버이자 심리상담교수 박상미강사님이 왔다. 나의 최애 유튜버. 출근준비하며 듣는 박상미교수님 유튜브방송은 내게 단비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교수님을 직접 뵙고 강의를 들으며 또 한 번 생각을 깨는 시간을 가졌다.
주제는 피가해학생 및 보호자와의대화기술 접근방법이었다.
-가해자의 경우:아이가 죄책감이 없으면 부모도 죄책감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죄책감을 못 느끼는 아이들은 편도체 크기가 다르다고 한다. 자기 명령에 따르는 친구들 위에 군림하는 경험, 갑질의 쾌감은 쉽게 잊을 수 없다. 청소년이 폭력에 중독되면 성인 범죄자들 이상으로 힘과 폭력을 마음껏 휘두르게 된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용서할 때까지 기다려라. 만나자고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가해자를 방치하면 영원히 동물의 쾌락을 느끼며 타인을 존중하지 않고 배려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간다.
-피해자의 경우:학교폭력 트라우마는 최소 40년. 즉, 평생 간다고 봐야 한다. 피해자의상처가 그 자녀에게 대물림된다. 피해자를 방치하면 영원히 트라우마와 함께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 피해자 부모들은 가해자에게 피해자 곁에 오면 안 된다고강력하게 말해야 한다. 트라우마는 유통기한이 없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스트레스의 원인을 제거하고 벗어나는 것. 피해자에게는 전학, 이사를 권하기도 한다. 환경을 바꿔 주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또, 피해자의 경우 화해라는 단어에 엄청난 상처를 받는 아이들도 있다. 화해하라는 말은 안 쓰는 게 좋다. 모순적인 말이다.
늑대무리는 힘센 늑대가 힘 약한 늑대를 괴롭히면 우두머리가 경고한다. 한 번만 더 괴롭히면 너는 추방이라고. 그리고 힘센 늑대를 부모로부터 뺏어와서 교육을 시킨다. 용서가 없다. 범고래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힘센 범고래가 힘 약한 고래를 괴롭히면 추방해 버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피해자 부모들이 피해자의 상처를 키우는 경우가 너무 많다.
학교폭력 발생 시, 피해학생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하며 가해학생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용서와 화해는 그다음 문제다. 피해학생의 우울과 불안이 겉으로 드러나는 경우는 오히려 다행이다. 피해학생이 이전보다 더 밝게 놀고 발표도 많이 하는 경우가 더 위험하다. 깊은 우울과 불안을 감당할 수 없기에 반대행동을 보이며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더 위험한 것이다.
학폭 피해자에게 부모는 이렇게 말해주어야 한다. 형광펜을 칠하면서 하루에 10번씩 읽게 해야 한다.
피해자는 아무 잘못이 없다. 가해자가 잘못했다.
왕따 사건 판결문에 가장 많이 나오는 문구이기도하다. 폭력 피해자를 대하는 가장 좋은 태도는 공손함과 정중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