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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토마토 Nov 24. 2024

이월상품

여든여섯 할머니 마주이야기3

  엄마는 경기도, 나는 지방에 살기에 한 달에 한 번, 엄마를 보러 간다. 지난달에 비해 날씨가 추워졌다. 엄마가 입고 계신 누빔자켓이 오래되어 보였다.


-안그래도 엄마 자켓 사려 했는데. 어떤거 사고싶어?


엄마는 괜찮다고 했다.

-작년에 네가 사준 패딩바바리도 있으니 봄에 사줘. 내년 봄.


하지만 봄은 멀고 아득했다.


-사줄거야. 가을에. 어떤거 사줄까?


엄마가 마지못해 말했다.

-병원에 온 다른 노인네들이 입고있던건데. 솜들고 누빈 옷 있잖어. 그거 엉덩이 덮히게 좀 긴거. 키가 작으니 너무 긴거 말고.


-색깔은 어떤거?


-남색.


  또래들이 병원에 올 때 많이 입고 오는 옷이 엄마의 취향이다. 어르신들 옷의 유행을 알기 위해 동네병원을 가야한다는게 씁쓸했다. 엄마가 자는 틈에 인터넷으로 옷을 찾았다. 엄마 취향 옷을 얼른 장바구니에 담았다. 신상은 비싸서 할인하는 이월상품을 기웃거렸다. 그게 또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다시 신상을 몇번 살펴보았다. 하지만 너무 비싼 것 같았다. 결국 이월상품을 선택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 며칠이 지났다. 엄마에게서 옷이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엄마는 색깔도 곱고 좋다고 했다. 가격표를 보고 왜이리 비싼거 샀느냐고 그러셨다.


-엄마, 그 가격에서 할인된거야. 걱정 안해도 돼.


  엄마가 할인된 가격을 물어서 말해줬더니 그것도 비싸다고 걱정했다.


-엄마, 그 돈도 안 주면 옷 못 사. 그냥 기분좋게 입으세요.


  엄마는 잠시 멈칫하더니 오냐~ 하고 말했다. 나는 속으로 내년 봄에는 신상사드리게 돈 좀 모으자, 하고 생각했다.


  엄마는 색깔이 곱다고 했다. 옷이 마음에   엄마가 하는 말이다.엄마는 이월상품 자켓 입고 저물어가는 가을을 느낄 것이다.


  옷은 엄마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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