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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밤 Dec 12. 2021

혼자노는기록 #23 , 향멍 & 홈스파하기





“이게 그냥 이렇게 되는 일이었구나..”

큰 프로젝트를 맡았고 일정대로 아무 소동없이 무난히 잘 끝마쳤다.


하지만 과거의 나는 이게 이렇게 무난히 되는 일일 줄 알리가 없다.

이걸 어떻게 하냐며 밤에도 걱정에 심장이 지나치게 뛰어

청심환을 먹고 잠을 청해야 했을 정도였다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들이 머릿속을 뱅글뱅글 돌며 나를 괴롭혔다.


비협조적일거라 지레짐작했던 팀원은 협조적이었고 

체감상 10일은 걸릴 거라 생각했던 잔업도 막상 시작하니 3일만에 끝나는 일이었다.

걱정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다니며 쓸데없이 스스로를 괴롭히는 버릇은 

도무지 고쳐지지가 않는다.



아무튼 일은 무사히 끝났고

마음고생하느라 심신이 지쳐버린 나를 위해 홈스파를 해서 달래주기로 했다.

컨셉은 <향멍 & 홈스파>로 잡았다.

혼자 하는거라도 뭔가를 하기로 했으면

스케쥴을 빼놓고 철저한 준비를 마쳐야 한다. 나는 어쩔수없는 j이기 때문이다.


일단 욕조가 없으니 스파는 족욕으로 대체하기로했다.

부모님께 선물해드렸지만 사용하기 귀찮으셨는지

3년째 시골 창고에 처박혀있던 불쌍한 족욕기를 슬그머니 서울로 가지고 왔다. (뺏어온 게 아니다)


디저트로는 달콤한 샤인머스캣과

견과류 향이 진한 원두를 손수 핸드밀로 갈아서 드립 커피를 준비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준비에 제일 까다로웠던건 역시 향멍을 위한 향기 선택이었다.

향초가 이미 있지만 익숙한 분위기보단

좀더 특별한 느낌을 내고 싶어서 인센스스틱을 써보기로 했다.


나뭇잎모양의 예쁜 도자기로 만들어진 인센스스틱홀더와

사티야 브랜드 인센스스틱 중 5종류를 골라봤다


나그참파, 샌달우드, 자스민, 포지티브바이브, 패츄얼리다.

이중 며칠의 간격을 두고 태웠을 때

가장 이번 심신안정 홈스파 컨셉에 딱 맞는 향기는 <포지티브 바이브>였다.


(다른 향 4개 후기는 글 맨밑에 적어놓을게요ㅎ)


포지티브 바이브의 향은 부드러웠다.

마치 샴푸하고 나서 뜨거운 바람으로 드라이를 할때 풍기는 향긋한 꽃향기와

비맞은 풀향 같은 느낌이랄까.

스틱을 태우고 나서는 독하지 않은 나무향이 잔잔하게 방안에 번졌다.

매캐한 탄내도 거의 나지 않았다.

단숨에 <이거다!> 싶었다.


이렇게 모든 준비를 갖추고 홈스파하기로 계획한 주말이 되었고

족욕기에 물을 가득 담았다.


모든게 내 취향으로 세팅 되어있었다.

시간, 음식, 온도, 향기까지 전부 내가 컨트롤 가능한 바운더리 안에 있다.

그것만으로도 벌써 영혼이 살찌워지는 느낌이었다.



<부글부글>

족욕기 안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고 거품 버튼을 누르자 부글부글 소리와 함께

큰 거품이 올라왔다 내려갔다하며 발을 간지럽혔다.


반쯤 연 창문으로 솔솔 불어오는 바람에

포근한 포지티브바이브 향이 코끝에서 살랑거렸다.


시원한 샤인머스켓 알을 톡 터뜨려 씹으며 달콤함을 만끽하고 난 후엔

고소한 핸드드립커피 한 모금을 호로록 삼키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 이게 사는 맛이구나!>


걱정인간인 나는 내일 또다른 걱정거리를 달고 괴로워하겠지만

종종 이런 완벽한 휴식을 쉼표 삼아 한숨 내려놓는다.




------

# 포지티브 바이브 외 다른 인센스 스틱 후기 순위별 (나의 1위는 포지티브 바이브)

ㅎㅎㅎ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입니다ㅎㅎㅎ


2위 패츄얼리 :

나무 향이 베이스로 난다. 거기에 약한 꽃향기가 섞여있다.

태우고 나서도 아주 운은하게 퍼졌고 탄내도 거의 나지 않았다.

포지티브바이브스 다음으로 괜찮았던 향기였다. 달큰한 꽃향보다 씁쓸한 풀 향이 더 강했고

향기가 생소하다고 느껴져서 익숙한 것이 편한 만큼 이 향기에

마음을 놓이기에눈 아직 약간 어색해 2위로 밀려났다.


3위 나그참파 :

스티븐 잡스가 사랑했다는 향기로 유명해서

장바구니에 담을 때부타 호기심으로 두근두근하게 만들었던 향기다.

이국적인 꽃향기에 나무향이 5프로 정도 섞인 느낌이랄까?

향이 진동한다고 느낄정도로 진한향은 아닌데 그렇다고 은은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꽃향기 같기는 한데 처음 맡아보는 이질적인 향기가 내 신경을 거슬렀다.

다시 이 향을 피우는 일은 없을 듯 싶다.


4위 샌달우드 :

도브 비누향이다. 태우기 전 상자 밖으로도 퍼져나오는 비누향에

정신이 아찔해 질 것만 같았다. 농도 1000%느낌의 비누향이다.

태우고 나서도 그 진한 비누향이 공기를 채웠다.

나는 잔잔한 발라드 속 통기타소리를 듣고 싶었는데 헤비메탈 일렉기타가 울리는 느낌이랄까.

향이 너무 진하게 느껴졌고 향기도 내기준 너무 화려한 편이라 장롱에 넣어두고 방향제로 쓰고 있다.


5위 자스민 :

태우기 전에는 향이 은은했고 적당한 꽃향기와 풀향이 공존하는 밸런스 좋은 향기였다.

태우고 나서도 같은 향이 퍼지기는 하는데 이상하게 유독 자스민 스틱만 탄내가 심했다.

잔향에 마저 매캐한 연기 냄새가 섞여있어 자스민 향기는 나에겐 큰 실망이었다.



Tip :

인센스스틱 1종 (15g, 12개 내외) : 3,500원

샤인머스캣 : 8,900원

인센스스틱홀더 :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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