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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밤 Dec 24. 2021

혼자노는기록 #24 , 반려식물 키우기

새벽같이 나갔다가 저녁에 집에 돌아올때면 캄캄한 내 방이 막막해 한숨을 푹 쉴 때가 있다.

그 한숨에 집 밖에서 겪은 사람 관계에서의 사소한 스트레스들이

먹구름이 되어 내 방 위에 둥둥 떠다닌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배출구를 찾지 못하고 집에서도 내 주위를 맴도는 것이다.

이 캄캄한 방에 생명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가끔 먹구름 낀 내 방에서도 동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내 방에 반려식물 봄,여름,가을이가 들어왔다

봄이랑, 가을이는 비단이끼고, 여름이는 월동자라는 삐죽삐죽하게 생긴 다육이다.

이렇게 만난 것도 찰떡같은 인연인가 하면 또 그렇지만도 않다.

분명 물과 햇빛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앟아 관리가 쉽다는 이야기를 듣고 들여왔는데

어째 이끼들은 시시때때로 생기를 잃고 누래져 매일같이 물을 뿌려줘야만 했고

월동자는 사진으로 본 느낌이랑 달라 삐죽빼죽 비호감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미워도 내새끼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매일 물을 뿌리고 주말 아침마다 집안의 유일하게 해가 드는 창문으로 식물의 자리를 옮기는

그런 일방적인 수고로움 속에서 나는 홀로 사랑을 키워갔다.

이젠 이 녀석들이 밉지 않다. 사실 집에 온 반려식물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더라도

돌보기로 마음 먹은 순간 그저 사랑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말없는 작은 아이들 셋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생각했다.

<너희들이 지금 어떤지 궁금해.>

비실비실한 애는 그저 걱정 되어 애틋하고, 건강한 애를 보면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다.

누군가를 보살피면서 생기는 몽글몽글한 감정들이 솟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반려식물에게 마음을 쏟으면서 내 안의 고여있던 감정들도 배출구를 찾았다.

소심한 나는 타인과 척을 지는 게 무척이나 두려웠고 여전히 그렇다.

착한 사람, 항상 웃는 사람, 화 안내는 사람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던 것은

나름의 생존전략이었다.

그러려면 많은 것을 참아야한다.

내 방까지 따라온 먹구름은 아마 시도 때도 없이 나를 숨겨야 하는 분함 같은 종류일 것이다.

반려식물에게 마음을 내어주니 떠다니는 먹구름에 집중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봄,여름,가을이에게 덜어낸 가공하지 않은 진짜 마음이 작은 등처럼 반짝인다.

요즘은 막막함이 한껏 누그러진 밤을 보낸다.

이 글을 쓰고 일주일 뒤 시름시름 앓던 봄과 가을이가 생을 다했다.

빈자리가 쓸쓸해 하트호야, 난봉옥, 괴마옥을 새식구로 맞아들였다.

첫 반려식물이었던 비단이끼들의 이름을 내어줄 수 없어서

하트호야는 겨울, 난봉옥은 바다, 괴마옥은 하늘이라 이름지어줬다.

오래오래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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