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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밤 Feb 06. 2022

혼자노는기록 #27 , 체스게임하기




혼자노는기록 #27 체스게임하기



이러다 머리가 진짜 굳어버릴수도 있지 않을까? 

주말이면 생각이란 걸 놓은채 침대에 누워 예능 재방을 몇시간이고 보며 낄낄거리다가 문득 드는 걱정이다.

그렇다고 딱히 적극적인 대처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어플로 스도쿠를  한 판 때린 후 그래도 조금은 머리를 쓰지않았냐며 스스로를 달랠 뿐이다. 

그러던 중  퀸스갬빗 1화를 재밌게 본 나는 언제나 그렇듯 급작스레 체스에 불타올랐고 

어린이용 체스 입문서를 사왔다. 

책 리뷰에 아이가 너무 시시해해서 심화편으로 한권 더 살 수 밖에 없었다는 

푸념어린 학부형의 글을 보고 더 신뢰를 얻었다.

"아! 이 정도라면 나도 이해할수있겠다!" 

도착한 책은 큰 그림으로 가득차있고 체스말들이 깜찍한 캐릭터가 되어 차례대로 자기소개를 했다.

몇 쪽 안 되고 거의 그림책이라 뼈대가 되는 룰은 몇 번의 복습 끝에 머릿속에 넣을 수 있었다. 

이제 게임만 시작하면되었지만 

누군가가 건너편에 있다고 생각만하면 게임에 집중하긴 커녕 

상대의 기분을 헤아리는 혼자만의 지긋지긋한 또 다른 게임을 동시에 시작할 내가 

시작하기도 전에 너무 피곤했다. 

거기다 다음, 또 다음수까지 계산하며 체스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게임을 치루는 것 또한 

나에겐 거대한 숙제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체스를 즐기는 방법은 1수메이트 퍼즐이다. 

1수메이트 퍼즐은 체스게임어플로 할 수 있는데 스테이지마다 주어진 체스판 상황에서 

단 한 수로 체크메이트를 할 수 있는 수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 한 수에만 집중해 갓배운 체스룰을 더듬더듬 대입해보며 숨은 그림 찾기 하듯 

부담 없이 머리 쓰는 놀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처음엔 내가 찍은 수는 왜 체크메이트가 안되냐며 

납득을 못하고 지식인에 캡쳐해서 물어보곤 했는데 당연한걸 왜 묻느냐는듯 땀표시를 찍어대며 

알려주는 체스고수들의 답변 덕분에 체스 시야가 점차 트여갔다. 

이 체스퍼즐을 하면서 제일 흔하게 하는 실수는 폰으로 체크메이트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까맣게 잊는 것이다.

답은 폰인데 퀸이나 비숍으로 체크메이트하려고 하니 어거지로 수를 만들어내고 틀릴 수 밖에 없다.

킹을 상대하려면 적어도 공격력이 제일 약한 폰은 아닐것이다라는 나의 선입관이 판단을 방해한 것이다. 

체스말은 상황만 주어지면 자신이 누구든 킹을 쓰러트릴수있는데 말이다. 

남과 비교 하기 쉬운 환경에 둘러쌓인 요즘 무의식적으로 조금씩 움츠러든 나머지 행동반경에 들어온 기회를 체크메이트할 타이밍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았다. 

예전엔 스스로를 과대평가해서 채찍질을 하다가 번아웃에 빠져 실패한 경험도 있었고, 

되려 아무것도 못한다고 지나치게 과소평가해서 2~3년을 통으로 날린 적도 있었다. 

지금은 목표가 날 마냥 억압하게 두지 않는다.

중간에 목표는 몇번이고 변경되어도 하늘이 무너지지 않고, 

난 채찍질을 당하면 쓰러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소소하고 의미없어보이지만 무언가를 씨앗뿌리듯 하면 그것들 중 한 줌 정도는 

언제가 열매가 되어 거두는 날도 있다는 것도 긴 시간을 겪은 후 배웠다.

요즘의 나는 꽤나 당찬 폰 정도는 되지않을까 싶다. 

오늘도 1수메이트 퍼즐을 2판 정도 하고 하루치 뇌운동 최소 할당량을 채웠다고 자평한 뒤 마치 헬스장을 갔다온 듯한 종류의 뿌듯함을 품은 채 침대에 도로 누웠다. 

Tip : 체스어플(ch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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