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노는기록 #28 기타치기
책상에 앉아있으면 옆에 세워진 통기타가 마치 나를 쳐다보며 말을 거는 것 같다.
"지금 나랑 장난해?"
내 첫 기타는 일렉기타였다.
계기는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에 반해 손을 놓은 이유는 뚜렷했다
내가 듣고 싶은 연주와 내가 하고 싶은 연주가 또 달랐다
내가 내는 다죽어가는 기타 선율에
앰프의 전자 잡음까지 섞이니 지옥에서 온 소음 생산자가 된 기분이었다.
난 점차 유튜브로 통기타 튜토리얼을 찾아보며 일렉기타를 통기타처럼 쓰고 있었다.
좀처럼 늘지 않는 실력의 원인을 불쌍한 일렉기타에 뒤집어씌우고 1년 전에 통기타를 샀다.
끝까지 칠수 있는 곡이 단 한 곡도 없으면서 집에 기타만 2개가 됐다.
가끔 눕는것도 지겹고 좋아하는 유튜브보는것도, 그림그리는 것도, 뭘해도 지겨울 때가 있다.
싫은건 아닌데 나를 둘러싼 모든 익숙함들이 사는 것도 지겹게 만드는 것만 같다.
장식품으로 1년의 대부분을 보내는 기타를 손에 움켜잡는 건 그럴때다.
집밖을 나가지 않고 영혼을 엄청 이상한 음에 실어 낯선 산책을 다녀오게 하는 거다.
나한테 음악연주는 고등학교시절 단소연주 수행평가 이후로 존재했던 적이없다.
20대후반을넘어서 찾아온 악기연주라는 행위는 떨림이었다.
<내 손에서도 음이 흘러나올수 있다니!>
치고 싶은 곡들에 필요한 코드만 유튜브를 보고 조각모음하듯 습득해나가며 독학했다.
1~5플랫 이상을 넘어가는 현란한 움직임이 필요한 곡들은 일찌감치 포기한다.
분명 전문가가 보면 이미 손쓸 수 없게 엉망진창 나쁜 버릇들이덕지덕지 붙어있을테다.
그래도 좋다. 연주자도 나고, 청취자도 나뿐이니까.
기타를 허벅지에 올려놓고 고개를 숙인다.
왼손가락을 더듬더듬 c코드 줄에 갖다대고
오른손 엄지로 위에서 아래로 6줄을 사악 스치면 그렇게 좋은 소리가 난다.
뚱땅거리는 소리도 자세히 귀기울이면 원곡과 묘하게 닮은 부분을 찾아낼 수 있다.
어쨌든 같은 음이긴 하니까 말이다.
혼자 스승님이라 정한 유튜버 Gareth Evans가 무료로 제공하는
나의 최애원탑곡 비틀즈 렛잇비 악보를 프린트해 튜토리얼을 따라
첫번째와 두번째장만 반복해서 몇년째 치고있다.
발전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안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특별하다.
기타연주는 매번 낯설어도 매번 반가운 손님처럼 독하도록 진해진 익숙함에 투명도를 높여준다.
C,g,am,f 렛잇비 메인코드를 짚어보며 지루한 주말 오후에 개운함을 더한다.
Tip )
1. 일렉트릭기타 cort g50 : 14만원
2. 통기타 포레스트 : 8만9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