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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밤 Mar 14. 2022

혼자노는기록 #33 , 새벽산책하기




혼자노는기록 #33 새벽산책하기



가슴이 답답해지는 밤이 있다.

일이 잘 안 풀릴 때면 안좋은 과거의 기억들마저 잠에 들고 싶어 감은 눈 너머로 연달아 떠오르기 시작한다.



"어쩔수 없어 지나간 일인걸. 생각하지말자..."고 하는 순간 그 장면만 반복 재생된다. 

나는 내 편이 정말 맞는 걸까 싶을 정도다. 


왜 좋은 시간은 기억 저편에 금새 가라앉아버리고 상처받고 괴로웠던 시간은 

이다지도 쉽게 둥둥 떠올라버리는 건지.. 


그렇게 스스로를 학대한 밤이 지나면 날카로운 무언가에 살짝 베인 듯 마음이 아리다. 


이 상처에 바를 나의 연고는 새벽산책이다. 

물속에라도 잠긴 듯 파란 고요함 속에 마음 깊이 잠수할 수 있는 시간이다.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자주 꺼내어 보지않았던 사랑하는 기억들을 열어본다 .

마스크 안으로 미소가 번진다. 


따뜻한 기억을 누비며 한걸음, 한걸음에 집중하다보면 

뿌연 안개로 꽉 찬 머릿속도 한걸음, 한걸음 안개 속을 헤쳐 나온다. 


조용한 골목길을 헤치다가 드문드문 켜진 불빛들을 멍하니 지켜보며  

오늘과 내일의, 어제와 오늘의 경계에 있을 사람들 속에 나를 놓아본다. 


솟아오른 태양보다 먼저 오늘을 선언한 이들과 멋대로 동지애를 느끼며 발걸음에 힘이 실린다. 


하늘 저편에 노란 물감이라도 한 방울 떨어진 듯 이질적인 색이 물들기 시작하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의 방향을 바꾼다. 


산책을 떠날 땐 낭떠러지에 떨어져있던 마음이 돌아올 땐 작은 풍선에라도 실린듯 

소소한 확신을 품은 채 둥둥 떠올랐다.


어느새 환해진 하늘을 보며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따뜻했던 새벽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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