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평론
1988년. 지금 봐도 믿기지 않는 퀄리티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있다.
『아키라』.
스토리, 작화, 연출—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그저 ‘잘 만든 옛날 애니’가 아니라,
핵폭탄 투하 이후의 불안, 버블경제의 광기, 과학에 대한 집착…
지금의 우리에게 더 선명하게 와닿는 이야기다.
(*스포일러 주의)
이 영화의 가장 큰 주제는 이것이다.
“인간은 결국,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1988년, 제3차 세계대전 중.
일본 정부는 네 명의 아이를 실험해 ‘초인류 병기’를 만들려 한다.
그중 하나인 ‘아키라’가 통제불능이 되며 도쿄는 소멸하고,
31년 후, 그 자리에 ‘네오도쿄’가 세워진다.
하지만 재건된 도시는
혼란, 부패, 폭력, 통제—모든 것이 무너진 사회의 축소판.
정부는 여전히 같은 실험을 반복하고,
또 한 명의 소년, ‘데츠오’가 그 힘을 물려받는다.
그리고 다시, 모든 것이 폭발한다.
(에반게리온이 생각난다)
힘을 가지면 우리는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까?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처럼 말이다.
하지만 영화는 말한다.
그 힘이 인간의 손에 들어오는 순간, 파멸은 이미 예정되어 있다고.
데츠오는 사회의 약자였다.
그는 열등감으로 친구를 질투하고,
손에 넣은 힘을 폭력으로 휘두른다.
그의 분노는 곧 도시 전체를 집어삼킨다.
모든 것이 무너진 후, 남은 사람들은 다시 시작한다.
무너진 건물, 잿더미 위에서.
그게 희망일까?
아니면 또 한 번의 파괴가 시작되기 전, 잠시 찾아온 평화일까?
그리고 초반 오토바이 질주 장면.
지금 유튜브에서 ‘아키라 오마주’만 검색해도 수많은 영상이 쏟아진다.
그 시대, 일본은 도대체 어떤 상상력을 품고 있었던 걸까.
시간이 아깝지 않은, 아니,
시간을 뛰어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