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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vcmw May 26. 2024

소설 [아몬드]와 [종의 기원]을 비교해 보았을 때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와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

두 작품을 같이 읽어서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책에 흠뻑 빠져서 제 일상이 이 책 속에 들어간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어요.

먼저 읽은 <아몬드>가

감정이 없는 아이가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사회의 일원이 되어 가는 성장 스토리를 그렸다면,

<종의 기원>은

사이코패스인 아이가 주변 사람들의 강압과 통제로 어떻게 점점 내면의 악을 표출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예요.

둘을 일대일 대응으로 두고 볼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어린아이의 선천적인 '결함'이 주변 사람과 환경에 의해 어떻게 그 아이 내면에 자리 잡는지를 비교하면서 읽어보니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아몬드


<아몬드> 책을 읽으면서 정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던 순간들이 많았어요.

책을 읽으면서 우는 사람들을 이해 못 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저도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독자의 감정은 아마 너무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담담한 주인공을 보면서 더욱 증폭되었을 것 같아요.

또한, 그를 너무나도 아껴주는 사람들을 만나 조금씩 감정의 씨앗을 피우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도 슬프기도 하면서 기쁘기도 했었어요. 



종의 기원


반면, 책 <종의 기원>은 지독할 정도로 잔인합니다. 극한의 악을 가지고 태어난 주인공 '유진'의 시점으로 쓰여, 분단위로 그의 정신세계와 감정을 느낄 수 있답니다. 이 300 페이지가 넘는 장편 소설에 오직 이틀하고 몇 시간의 사건이 담겨 있으니 말할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섬세한 심리 묘사와 작가의 필력으로 단숨에 읽어낸 책이었어요.

"올 것은 결국 오고, 벌어질 일은 끝내 벌어진다”


정유정은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의 말로 ‘작가의 말’을 시작한다. ‘살인’은 인간이 경쟁자를 제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고, 이 무자비한 ‘적응 구조’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우리의 조상이라는 것이다. ‘악은 우리 유전자에 내재된 어두운 본성이며, 악인은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나를 포함한 누구나일 수 있다’는 데이비드 버스의 논리는 살인과 악, 나아가 인간을 바라보는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는 하나의 열쇠가 된다.
사이코패스로 분류되는 이들이 저지르는 끔찍한 사건을 우리는 뉴스를 통해 종종 접하곤 한다. 우리와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 그들의 모습에서 작가는 인간 본성의 어둠을 포착하고 거침없이 묘사해 나간다. 어린 시절부터 학습돼 온 도덕과 교육, 윤리적 세계관을 철저하게 깨나 감으로써 비로소 평범했던 한 청년이 살인자로 태어나는 과정을 그린 ‘악인의 탄생기’를 완성시킨 것이다.
폭풍을 피할 항구 같은 건 없다. 도착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폭풍의 시간은 암흑의 시간이고, 나는 무방비상태로 거기에 던져진다. 널리 알려진 대로, 과정을 기억하지도 못한다. 의식이 스스로 깨어날 때까지 길고도 깊은 잠을 잔다. _ 본문 283쪽


출판사 서평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어차피 피어날 '악'이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이미 스며든 독은 결국 사람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런 본질적인 '악'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무엇일까요?

 



두 소설 다 내재되어 있는 '악'에 대해 다루지만 결이 매우 다른 소설들이었습니다. 

우연히 이 소설들을 연달아서 읽게 되었는데 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느낄 수 있어 좋은 독서 경험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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