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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Apr 18. 2024

[아동] 8살 딸아이 책육아 노하우_가족은 꼬옥 안아주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아이에게 '책읽기' 교육을 시키는 별다르지 않은 철학이 있다.


 첫째, 읽기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을 것

 둘째, 책읽지 않는 아이를 '놀릴 것'

 셋째, 유익한 책이 아니라 재밌는 책을 고른다.

 넷째, 책 중간 중간에 대화를 나눌 것.

 다섯째, 짜투리 시간에 읽힐 것

 여섯째, 이유를 막론하고 가방에 책을 챙기지 않으면 나가지 않을 것

 일곱째, 긴 책은 읽어주고 짧은 책은 읽게 시킬 것

 여덟째, 서점과 도서관은 외출의 필수 코스다.

 아홉째, 읽기 싫어 할 때는 반드시 멈춘다.

 열째, 다 읽은 책에 대한 성취감을 갖게 한다.


첫째, '읽기'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읽기에 대한 보상을 했었다. 책 한 권을 읽으면 '무언가'를 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역효과가 났다. 아이는 책을 수단으로 두고, 보상을 목적으로 두었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독서'를 '양치질'과 비교해보자. 양치질 할 때마다 칭찬할 수는 없다. 몇 번은 괜찮다. 다만 양치질은 그냥 '하는 일'이다. 그 어떤 목표도 '그냥 하는 일'을 이겨 낼 수는 없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양치질'을 하거나 최선을 다해 화장실을 가지 않는다. 그러니 이유를 불문하고 독서도 그냥 하는 일이 되도록 해야 한다. 어떤 보상을 위해 하는 일은 지속할 수 없다. 보상이 끊기면 반드시 행위는 멈춘다.


 둘째, 책읽지 않는 아이를 놀릴 것.

 책읽지 않는 아이를 놀린다. 진심을 다하여 놀린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하는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아빠는 책 안 읽는 사람 처음봤어. 그런 사람도 있었네... 이상한 사람 다 있네... 그래도 괜찮아. 그럴 수 있지.. 사람이 이상할 수도 있지...'하며 혼잣말을 한다. '읽으라'는 명령은 하지 않는다. 그저 읽지 않음에 수치심을 준다. 아이는 반발심으로 말한다. '아니거든, 나도 책 좋아하거든!'


 셋째, 유익한 책이 아니라 재밌는 책을 고른다.

'착한 어린이가 되세요' 혹은 '부모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합니다'라는 책을 권할 거라면 차라리, '괴물이야기' 혹은 '귀신이야기'를 보여주는 편이 낫다.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한다. 어짜피 아이는 점차 독립을 할 것이고 모든 것을 통제 할 수는 없다. 아이는 언젠가 총으로 사람을 쏴죽이고 점수 획득하는 게임에 몰입할 것이다. 어짜피 그렇게 될 것이라면 차라리 '공포나 판타지' 소설을 보는게 낫다. 다만 도서 리스트를 모두 그렇게 채울 수는 없다. 부모 권장도서, 학년별 권장도서, 자신이 원하는 도서로 독서 목록을 짠다.

 참고로 '수수께끼'나 '퀴즈' 책은 꽤 효과적이다. 아이에게 퀴즈를 맞추면 보상을 준다고 한다. 아이에게 계속 문제를 내다보면 아이가 자신도 내고 싶어 한다. 그때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책을 넘겨 주면 된다.

 '책 읽으면 보상을 준다'가 아니라, '책 자체'가 보상이어야 한다. 굳이 보상을 주고 싶다면 책을 읽으면 주지말고, '수수께끼'를 맞추면 주어야 한다.

 스마트폰 게임이 '착한 어린이 되기'나 '부모님 말 잘듣기'라는 주제를 갖는 거라면 게임 중독에 걸리는 아이는 없어질 것이다. 기본적으로 뭐든 재밌어야 한다. 이것은 '수단'을 변경하되, '취향'은 존중해야 한다. 대부분의 아이는 '취향' 때문에 '수단'을 바꾼다.


 넷째, 책 중간 중간에 대화를 나눠야 한다.

'빨간 부채, 파란 부채'라는 책을 읽는다고 해보자. 빨간 부채는 코가 길어지고, 파란 부채는 코가 짧아진다.

 '피노키오는 빨간 부채를 부치나 보네'

아이의 코를 보면서 '혹시 파란 부채를 부쳤나 보네'하고 놀린다. 어쨌건 책을 주제로 두고 이야기를 쌓는다. 대화가 많아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주제'다. 어쨌건 '책'은 아이와 부모에게 같은 주제를 던진다. 결국 아이와 부모가 대화를 이어나간다.

 원래 '기억'이란 '연결'에서 시작한다. 정보가 '기존 기억'과 연결되면 그 기억은 꼬리를 달고 장기 기억으로 넘어간다.


 다섯째, 짜투리 시간에 읽을 것.

 책상에 앉아서 바른 자세로 읽지 않는다. 최대한 편하게, 아무때나 읽기를 권장한다. 편한 복장으로 읽는다. 만약 '침실'의 이불은 결코 '거실'로 나와야 한다는 규칙이 있었다면 '책'과 함께 그 규칙을 풀어 버린다. 책읽을 때는 모든 규칙에서 해방되도록 한다.

 인간은 '자율성' 높은 것에 '흥미'를 가진다. 꼼짝없이 루틴으로 정해진 행동이 있다. 우리집 경우에 아이는 오후 3시 반이면 학교를 마치고 샤워를 한다. 일종의 '루틴'이다. 샤워를 마치면 반드시 아이의 머리를 말려준다. 그때, 아이에게 '아빠한테 진짜 재밌는책 하나만 골라서 읽어줄래?'하고 말한다. 아이는 자신이 고른 가장 재밌는 책을 자랑스럽게 읽는다. 책은 물론 아이가 정한다. 헤어드라이기 소리에 자신의 소리가 묻히면 아이는 더 큰소리로 읽는다. 원래 낭독은 집중력을 강화하고 기억력을 자극한다.


 아침이 되면 학교 갈 준비를 한다. 아이는 머리를 묶고 등교한다. 아이의 머리를 묶을 때도 마찬가지로 묻는다. 아이가 책을 읽으면 가만히 앉아서 머리를 땋는다. 최대한 복잡한 기교를 쓰며 땋는다. 실패해도 괜찮다. 실패하면 아이가 책읽는 시간이 늘어날 뿐이다.


여섯째, 이유를 막론하고 가방에 책을 챙기지 않으면 밖을 나가지 않는다.

 한 번은 아이와 '치과'를 갔다. 차를 타고 예약한 치과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려는데 아이가 '책이 든 가방'을 두고 왔다. 이왕 나온 것도 그렇고해서 보통의 경우에는 '다음 번에는 꼭 갖고 다녀!'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는 '스마트폰'이나 '지갑'을 두고 나왔을 때, '다음에 가져오지. 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드시 이유를 막론하고 반드시 집으로 돌아가 책을 챙겨오도록 한다. 몇 번의 큰 귀찮음만 감수하면 아이는 그것이 필수품이라는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

 그날 치과 예약을 취소했다. 도로 집으로 돌아갔다. 아이와 외식을 하러 갔을 때에도 책을 챙겼는지 확인했다. 아이가 책을 안 읽겠다고 하면 '외식'은 취소한다. 설령 밖에서 책을 읽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챙기도록 교육한다.


 일곱째, 긴 책은 읽어주고 짧은 책은 읽게 시킬 것

긴 책은 읽어준다. 독서는 점차 높은 수준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 가지 주제에 꽂혀서 비슷한 주제를 계속해서 읽히는 것도 좋다. 다만, 다양한 주제를 읽어야 어떤 것에 꽂히는지 알 수 있다. '독서'는 '덤벨' 들기와 같다.

 한 번 씩 무게를 증량해 주지 않으면 결코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 어느 순간부터는 소모성 노동이 되어버린다. 결국 무거운 무게도 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만들어주고 다양한 주제를 접하게 해주기 위해 긴 책은 읽어주는게 좋다. 또한 아이가 학교에서 교과서를 받아오면 그것을 공부시키지 말고, 그냥 소설처럼 처음 부터 끝까지 읽힌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아이에게 물어본다. 이거 누가 썼어? '김소은 씨가 썼어?' 그러면 아이는 '작가'와 '출판사', '목차', '들어가는 말' 등을 보게 된다. 전체의 구성을 알게 하고 다음 도서와의 연결성을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맥도날드' 음식이 맛있다는 인식이 있는 것 처럼, 어떤 작가의 글, 어떤 출판사의 책이 재밌는지 반드시 본인 기억이 될 수 있도록 돕는다.


 여덟째, 서점과 도서관은 외출의 필수 코스다.

서점에 가면 아이들이 결코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게 있다. '장난감', '인형', '열쇠고리'다. 아이들은 꼭 그것을 사고 싶어 한다. 이런 것들은 값이 꽤 비싸다. 그래도 꼭 하나씩은 사주도록 한다. 이유는 이렇다. 다음에 또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서점을 부를 때 나는 개인적으로 '책방'이라고 부른다. 무의식적으로 '책'이라는 명사를 사용하기 위해서다. 도서관을 갈 때는 최대한 맛있는 것을 먹도록 허락한다. 평소 과자, 라면, 아이스크림을 먹지 못하게 통제했다면 도서관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허가를 해준다. 또한 뛰어 놀 수 있도록 편한 옷과 공, 배드민턴 도구 등을 챙겨간다.


 아홉째, 읽기 싫어 할 때는 반드시 멈춘다.

읽기 싫다고 할 때 바로 멈춘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아빠는 계속 읽고 있을테니까, 나중에 보고 싶을 때 와'

거실에는 TV가 없다. 전자기기는 아무것도 없다. 혹여 아이가 끝까지 오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면 난데없이 '대청소'를 시작한다. 아이에게 빨래를 접거나 정리정돈을 시킨다. 한참을 집안일을 하다가 묻는다. '이제 쉴겸 해서 책이나 볼까? 제일 재밌는 책으로 골라오면 책 보면서 좀 쉬자.'


 열째, 다 읽은 책에 대한 성취감을 갖게 한다.

반드시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아이가 덮을 수 있도록 한다. 중간 중간에 읽은 페이지 두께를 보여주고 '이만큼이나 읽었네.' 하고 말해준다. 책을 다 읽으면 꼭 칭찬을 해준다. 다 읽은 책은 바로 정리하지 않고 한동안 책상이나 밥상 위에 쌓아둔다. 그것이 쌓여감을 느끼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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