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구몬 학습', 그 중에서 '수학', '한자', '영어'를 시키는 중이다. 아이의 입에 들어가는 '음식'에 성분 분석표를 찾아 확인하는 느낌으로 '구몬'에 대해 알아봤다.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찾아 보는데 '유튜브', '네이버' 할 것 없이 관련 정보가 극히 적은 것 같아서 '개인 소장용' 혹은 비슷한 정보를 찾는 부모를 위한 용도로 글을쓴다.
관련 학습지 회사의 그 어떤 협찬, 광고 등의 상업적 제안이 없었음을 밝힌다.
일단 '구몬'은 일본의 '구몬 토루'라는 교육자의 이름이다.
구몬은 1914년 3월 26일 그러니까 아직 일제가 한반도를 강제점령하던 시기의 수학 교육자다.그는 고치현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오사카 대학에서 수학 학위를 취득한 뒤 고등학교 수학 교사로 근무한다.
1954년 그는 그의 아들 구몬 타케시의 수학 성적이 생각보다 낮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들 타케시는 성실한 편이었다. 다만 공교육 특성상 학교수업과 개인의 이해력 수준에는 분명한 간극이 있었다. 이는 현대 공교육에서도 분명하게 문제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구몬 토루는 이것이 단순한 '수학 능력 부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공교육은 다수를 교육한다. 고로 개인의 발달상 혹은 개인적 사유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앞으로만 나아가는 공교육'에서 구몬은 개인의 발달상, 환경적 사유상 그밖에 어떤 사유로 흐름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있음을 깨닫는다.
고로 아이가 진도의 흐름을 따르다 어떤 개념에 막히게 되면, 그 부분에 있어서는 공교육의 흐름과 별개로 추가적인 시간과 연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이가 어떤 개념에 막혔는지, 어디서부터 다시 구조를 세워야 하는지, 그 지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이런 판단으로 그는 자신의 아이를 기준으로 '할 수 있다'라고 느끼는 난이도를 기준으로 매일 아주 짧은 분량을 반복하게 하는 '학습 설계'를 시도했다. 그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구몬식 학습'의 시작이다.
구몬은 아들 '다케시'에게 '학교 진도'와 무관하게 현재 능력보다 정확하게 한 단계 쉬운 문제를 먼저 제시했다. 이것이 현재 구몬의 핵심 철학이다.
'꾸준한 난이도 조절과 수준 파악, 매일 학습, 반복 자동화'
실제로 '구몬'을 네이버에 검색했을 때, 가장 많은 질문 중 하나가 아이의 진도가 너무 느리고 지나치게 반복을 강요한다는 질문과 대답이 많다. 나 조차, 선생님께 '몇번'이나 아이가 너무 쉬운 문제를 반복해서 푸는 것 아니냐고, 수준 좀 올려 달라고 했던 바가 있던 터라, 다른 학부모들의 조바심이 함께 이해되는 부분이다.
기초를 꾸준하게 반복한 타케시는 '수학 수준'이 빠르게 안정된다. 이후 기초 연산 속도와 정확성이 눈에 띄게 올라갔고 연산이 자동화 되자, 문제에 대한 '사고'를 깊게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타케시는 그 후 초등학생 신분으로 '중학생 수준'의 수학을 풀기 시작했고 이것이 '구몬'에게 '구몬식 학습'에 강한 확신을 주었다.
실제로 구몬은 기초 연산에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데, 처음에는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문제를 지나하게 반복하는 듯 하다가, 특정 단계를 넘어서면 갑작스럽게 '선행'의 단계로 넘어가는 성향이 있다.
실제 아이가 풀고 있는 구몬의 단계 구성을 보자면 A-B-C-D 식으로 나눠지지만 그 내부로 들어가면 난이도 구분이 거의 '미세 조정 단위'로 쪼개진다. 또한 같은 형태의 문제를 여러 장에 걸쳐 반복하게 하는 이유는 아이의 연산이 머리로 생각하는 단계를 떠나 '손'이 먼저 반응하는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다.
이 과정은 지나치게 비효율적이고 느린 것처럼 보인다. 다만 우리의 뇌는 기초 학습을 잘 밟고 넘어가야 응용의 단계에서 사고가 가능하다.
가령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요즘 수학은 '연산'보다 '사고력'이 중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지만 실제로 사고력은 기초 연산을 기반으로 세워진다. 실제로 '수능 영어'에서 '단어의 뜻이나 단어 스펠링'을 물어보지는 않는다.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 즉 외국어 문해력을 확인한다.
'This is an apple that I bought yesterday.'
이와같은 영어 문장이 있다고 해보자.
어떤 사람은 '이것은', '사과다', 내가 어제 산'. 이렇게 세 부분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이것은 사과다', '내가 어제 산'과 같이 두 부분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은 저 문장을 보자마자, '어제 산 사과를 가리키고 있구나'하고 바로 이해한다. 또 어떤 사람은 저러한 문장이 만들어내는 하나의 논리를 한 덩어리로 이해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해하는 덩어리를 처음에는 작게 그리고 넓게, 그리고 더 크게로 넘어간다는 점이다.
수능은 10개의 문장이 만들어내는 논리의 구조에서 핵심 주제를 파악하는 힘을 확인한다. 문해력을 기르기 위해서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알파벳'이 만들어내는 '소리'를 알아야 하고 그것이 만들어낸 단어를 알아야하고 그 단어가 만들어내는 문장의 의미를 파악해야하고, 그 문장이 만들어내는 논리를 파악해야 한다.
여기서 '최초의 알파벳'과 '단어'암기 보다 중요한 것은 '문해력'이다, 라고 말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글을 읽을 수 있고 단어의 의미를 알고 있어야, 그것이 조합한 문장과 문장이 말하고자 하는 맥락을 파악 할 수 있다.
운전 연습을 할 때, 처음에는 브레이크와 악셀레이터, 기아봉, 핸들의 각도. 모든 것에 의식을 사용하지만 나중에는 음악을 따라 부르면서 자동으로 운전을 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연산이 자동화 되면 그때서야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 여유와 힘이 생긴다.
사고, 추론, 응용으로 사용되는 에너지가 '연산'에 분산되지 않도록 학습체력을 길러내는 것이다.
이 문제는 대부분 부모의 조급함과 쉽게 충돌한다. 학교 시험은 단기간 문항 적응력과 유형파악이 중요하다. 고로 우리 아이를 봤을 때,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구몬 단계가 설정되어 있음을 느낀다. 다시 말해서 구몬은 '시험 대비' 목적이 아니다.
손웅정 작가는 축구를 배우러 온 아이들에게 '킥'을 연습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초체력과 같은 기본기다. 결과적으로 '아침마다 습관처럼 하는 조깅'이 다음 경기 득점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일류 운동선수가 꾸준하게 하는 이유와 같다.
이런 식의 학습은 '언어습득'과 매우 흡사한데, 실제로 '수학'도 영어나 한국어처럼 '소통'의 도구라는 점에서 '언어'라는 큰 범주로 묶을 수 있다고 보면 구몬에서 배우기 유리한 학습은 '국어, 수학, 영어, 한자'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