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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하지 않은 에너지는 반드시 '사탄'의 먹잇감이 된다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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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하니 좋은 점이 있다. 상념이 사라진다.



'고흐' 역시 그랬다.


'자신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괴롭힐 때면 비로소 펜을 잡고 그림을 그려라.'



'재능이 없어', '안될꺼야', '지금 하는 일이 미래가 있을까',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지금 하는 일이 의미가 있을까'


속삭임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힐 때, '야! 싹 닥쳐!'하고 제 할일에 몰입이나 하는게 상책이다. 순서는 상관없다.



'몰입'의 중요성은 상념의 입을 다물게 한다는 데 있다. 유학시절, 나의 카카오톡 프로필 메시지는 '덜 바쁘면 잡생각이 많아져...'였다.



당시는 도망갈 곳 없는 '사면초가'의 상태였다.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거기에 짧은 이별을 경험했고 금전적 문제와 진로에 문제가 호흡하는 매순간, 나를 옥죄는 괴물이 되어 덮쳐 올 것만 같았다.



나를 덥쳐 올 것 같은 그 보이지 않는 공포는 말했다.


'그것봐라...', '지금이라도 포기해라...', '그래서 어쩔껀데...'


나를 괴롭히는 내부의 목소리는 혼자 있는 시간에 나를 괴롭혔고, 밖으로 나가면 외부에서 비웃음 섞인 목소리들이 나를 좌절시켰다.



'그것봐라...', '지금이라도 그만둬'



그때 내가 살던 구닥다리 아파트에는 지하 1층이 있었다. 서너평 밖에 안 되는 그 곳에 헬스기구들이 있었는데, 운동 방법이고 자세고 규칙이고는 모르겠지만 숨이 찰 만큼 뛰고 무거운 것을 들었다 내렸다 놓기를 반복했다.



딱하나의 규칙이라면



머릿속에서 '목소리들'이 나가떨어질 때까지 였다.



'제발 좀 떨어져 나가라!'



'목소리'들은 기본적 에너지를 나와 공유했다. 내가 잘 먹고 움직이지 않으니, 목소리는 더욱 신이나서 에너지 넘치도록 나를 쪼아댔다. 너를 굶겨 죽이겠노라, 생각을하고 덜먹고 많이 소진될 때까지 움직였다.



'언제까지 네가 떠들 수 있나보자.'


에너지를 그 구식 아파트 지하 1층에 쏟아 붓고나면 나의 체력은 완전히 끝나며 그 머릿속 상념도 아사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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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을 마치고 현지취업하여 일을 하는 중간에도 카카오톡 프로필'은 바뀌지 않았다.



'덜 바쁘면 잡생각이 많아진다.'



'방해자'라는 의미를 가진 히브리어가 '사탄'이라하니, 그의 목소리는 다름아닌 내안의 에너지를 함께 공유하고 있는 또다른 의미의 '나'였다.


사실 숨이 헐떡거릴만큼 운동을 하고 '그것'을 몰아내면 완전한 고요만 남는다. 그 백지장 같은 머릿속에서 다음 일과를 차근차근 구성하고 할몫을 해 나갔다.



'사탄'에게 줄 먹이를 소진하고나면 비로소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다. 몰입하면 몰입이 가져가는 상당한 '에너지'에 '사탄'은 다시 아사한다. 몰입하면 상념이 사라진다.



'퀀텀 라이프'의 저자 '하킴 올루세이'의 습관은 자신을 괴롭히는 목소리가 들려 올 때, 주변의 물건을 그냥 센다고 했다. 옆에 있는 책의 권수라던지 바닥의 무늬, 하다못해 손등 위에 나 있는 잔털의 갯수라도 그것을 몰입해서 세다보면 자신을 괴롭히는 목소리는 서서히 가라 앉는다.



내가 의식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나의 에너지는 반드시 '사탄'의 먹잇감이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 분명한 것은 개나 줄 지언정, 심지어 아무 의미 없는 쇳덩어리를 올렸나 내렸다 할 지언정, 앞으로 가지 않는 자전거 바퀴를 굴려될 지언정, 그것의 양분으로 제공하지는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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