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긍정주의자'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운동을 하고 깨달았다. 생각보다 냉소적인 부분이 많았구나...,
냉소적인 부분이란 이렇다. '트레이너 선생님께서 전력으로 10분 런닝을 제안하셨을 때, 고작 10분?'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어떤 분야든 '전문가'의 말을 신뢰하는 편이다. 토를 다는 바 없이 10분씩 뛰었으나 '이게 맞나...'하는 의구심은 떨쳐지지 않았다. 그 생각은 최근까지 크게 변하지 않았다가 오늘 아침에서야 깨졌다.
ChatGPT에게 물었다.
'10분만 뛰다와도 될까.'
GPT는 '생각중....'이라는 표시를 한참 돌리다가 답을 내렸다.
10분이면 한달 5시간이란다. 한달 중 하루 전력질주 5시간을 한다면 꽤 엄청난 양이다. 예시에 따르면 매달 한번 하프마라톤을 뛰는 것보다 많은 운동량이란다.
10분이라면 짧은 노래 세곡 들으면 끝난다. 오자마자 나가는 느낌이다.
그렇구나.
복리로 커지는 힘을 '경제'에만 둘 것이 아니다. 작지만 꾸준하게 하는 것이 '만고의 법칙'이다. '학습'도, '운동'도, '경력'도, '자산'도... 생각보다 단순한 법칙이 승패를 좌우하는 것 같다.
언젠가는 '트레이너 선생님'께 여쭤 봤다. 이거 지금 '세개 밖에 안 했는데 운동이 된게 맞아요?' 충분히하다고 말씀하셨다. 지금은 의심치 않는다.
티가나지 않는 정도의 노력을 해야 '지속가능성'이 생기는 것 같다. 삶을 살아가는데 '계발'이라는 주제로 챕터를 나누면 핵심 키워드는 '지속가능성'인 것 같다.
뭐든 열심히하는 것보다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는 동생은 헬스장을 나서며, '샤워하러 간다'는 느낌을 가지고 간다고 했다. 하루 두번 씩 샤워를 하는 나에게 그중 하나를 '헬스장'으로 바꿔도 크게 특별한 노력을 더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학습과 다르지 않게 계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메타인지'다. 자신의 성향을 '장단'을 포함하여 완벽히 알아야 잘 다룰 수 있다.
내가 파악한 나의 성향이라면 '완벽주의', '체면', '귀차니즘', '용기 부족'이다. '완벽주의'는 굉장히 부정적인 성향이다. '완벽하지 않다면 시작하지 않는다'의 결론으로 도달하기 때문이다.
고로 나는 '첫장을 망친다'라는 전략을 항상 사용한다. 제일 처음은 언제나 대충, 아무렇게나 한다. 어린 시절, 아끼던 신발을 신발장에 넣어둔 적이 있따. 결국 나는 그 신발을 한번도 신지 못하고 사촌동생에게 물려줬다. 완벽하게 유지하고 싶던 욕심이 사실은 그것을 한번도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책을 사면 구겨지는 것이 싫어서 펴보지 않았다. 노트는 첫장을 찢어 새로 시작하기도 했다. 고로 나는 이제 소유물을 함부로 대한다. 책을 사면 바로 그것을 구긴다. 공책도 가장 '후진 글씨체'로 첫장을 써버린다. 새로 전자기기를 사면 꽤 못되게 구는 편이다.
'체면' 또한 꽤 좋은 방향으로 사용 중이다.
나를 비웃는, 자존심을 긁는 상대를 향해 이렇게 말한다.
"너, 내가 하나 못하나 봐라!"
글쓰기와 독서도 그렇다. 하도 나의 정체성을 그렇게 주변에 형성해 두어서 이제는 완전히 그것으로 주변과 스스로에게 굳어졌다. 이제는 그냥 일부가 되어 버렸다.
블로그와 인스타를 포함해 대략 3만에 가까운 팔로워가 있다. 지금의 글을 쓰며 '나 운동합니다', '보세요. 운동을 계속할겁니다'라고 공언하는 것도 같은 일이다. 이글은 미래에 포기를 앞둔 나에게 자극을 주는 글이 될 것이다.
귀차니즘은 이런 식이다. 집에서 사용하는 '세면도구'를 모두 '헬스 가방'에 집어 넣는다. '면도기'를 넣어 버리니, 꺼내고 빼고 하는 일이 귀찮아 그냥 '나가고 만다'라는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용기부족'이다.
사실 시작할 용기를 한번만 내면, 사실상 그만둘 용기가 없는 사람이다. 시작은 대체로 '긍정적인 이유'를 가지고 하지만 '포기'는 대체로 '부정적인 이유'로 하게 된다. 고로 시작은 쉽게 할 수 있지만 '포기'를 할 때는 쉽지가 않다. 매일 글을 쓰겠다는 다짐도 이제는 시작보다 포기가 어려워서 못 그만둔다.
어쨌던 멋있는 몸이 아니라 꾸준한 습관 형성이 목적인 편이라 '연금처럼 근육리셋'은 꽤 내 철학과 맞다. 요즘 나의 만족도는 99%. 100을 향해 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