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ok lilla Nov 29. 2022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명작이라길래 몇 년 전에 사놓고서는 몇 번째 시도 끝에 이번에서야 겨우 읽었다. 겨우 읽었다는 뜻은 재미있지 않은 것을 마지못해 읽었다는 뜻이다. 그럼 왜 마지못해 읽었느냐? 사람들이 명작이라고 하길래 도대체 어떤 의미에서 명작이라고 하는지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청소년, 그 심란함

내가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청소년기에 처한 16살 소년의 삶과 심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이다. 전반부에는 주인공이 학교를 나오고서 사흘 동안 겪었던 일을 주인공의 시각으로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외로움에 방황하는 홀든이 그저 안스러웠지만 잘 공감되지는 않았다. 내가 몇 번이나 시도를 해도 읽지 못했던 이유는 이 부분을 벗어나기 전에 책 읽기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펜시 고등학교를 뛰쳐나온 홀든은 사흘 동안 방탕한 생활을  하면서 온갖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보게 되고 절망하게 된다. 그 절망의 끝에서 사랑하는 동생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알게  된다. 그리고 회전목마를 타는 동생 피비의 모습을 통해  행복을 느낀다. 파수꾼이 되어 아이들을 돌봐주고 동생의 노는 모습을 행복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홀든의 원래 본모습이 아닐까? 한편으론 학교를 나와서 방황하던 그 시기는 얼마나 힘들었을까?하는 마음이 겹쳐졌다.


호밀밭의 파수꾼, 누군가를 돌보고 싶은

내가 관심 있게 보고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마지막 부분에 동생 피비를 만나서 대화하는 부분이다. 동생 피비는 오빠가 퇴학당하고 가출하려는 것을 알고, 어린애 답지 않게 오빠를 설득하려 한다. 그리고는 세상을 증오하고 부정하는 오빠에게 지극히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주인공은 갑작스러운 동생의 질문에 당황하다가 몰입해서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탐색하게 된다. 그리고는 주인공은 동생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어 호밀밭의 아이들이 낭떠러지에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왠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 부분이 너무 와닿았다.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주인공이 방황하는 부분이 잘 공감이 되었을 때, 동생과 만나 극복하는 부분이 더 와닿았을 텐데 나는 그냥 이 부분이 좋았다. 어찌 보면 주인공의 아이들을 돌봐주고 싶은 그 순수한 마음에 끌렸을지 모르겠다.


256-237, 어쨌거나 나는 넓은 호밀밭 같은 데서 조그만 어린애들이 어떤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을 항상 눈앞에 그려본단 말야. 몇천 명의 아이들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곤 나밖엔 아무도 없어. 나는 아득한 낭떠러지 앞에 서 있는 거야. 내가 하는 일은 누구든지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 가서 붙잡아주는 거지. 애들이란 달릴 때는 저희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 지 모르잖아? 그런 때 내가 어딘가에서 나타나 그애를 붙잡아야 하는 거야. 하루 종일 그 일만 하면 돼. 이를테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거야.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것은 그것밖에 없어.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지만 말야.


오래전에 본 심윤경의 소설 '아름다운 나의 정원'에서 주인공 동생 영주의 그 천진난만함과 영리함에 쏙 빠졌던 내가 이번에는 피비의 순수함과 영리함에 쏙 빠졌다. 내가 이 책이 재미가 있어지고 의미가 부여되었던 것은 이 부분 때문이었던 같았다. 마지막 부분에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겠다는 홀든의 깊이 공감한 것은 나도 누군가를 돌보고 싶다는 마음 때문은 아니었을까?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뭐지? 하다가 문득 내가 아주 우연하게 교사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생각이 났다. 교사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던 나는 원서를 한참 쓰던 고3 ,11월의 어느 날 종례시간, 담임 선생님께서 알지도 듣지도 못했던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도교육감 추천 지원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참고로 저는 88학번이고 4회 입학생임).이전에 교사를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나는 국립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선택하고서 대학 다니는 동안 수많은 후회의 날들을 보냈었다. 그러다 군대를 갔다오니 먹고 살아야지 라는 생각에 이후에는 임용고사에 집중했고, 간신히 초등학교에 발령을 받았다. 발령을 받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순간이 얼마나 행복하던지!!! 그 때, 나도 내가 무얼 좋아하는 지, 나에게  맞는  적성을 알게 되었다. 내가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이 때 알게 되었다. 아마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깊이 빠져들어 마음이 맑아지고 정화되는 느낌을 받은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지금껏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나에게 찾아온 가장 큰 행운인 것 같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자신의 꿈을 쫓아간다. 자신의 삶의 방향을  쉬이 찾지 못하고 방황하기도 하고,  찾아도 현실에서 쉬이 이루지 못해 좌절하기도 한다. 끝내 찾지 못하지만 대부분 무작정? 성실히 삶을 살아간다. 살아가다  보면 나처럼 의외의 행운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도 있다.

요즘은 너무 일찍부터 삶의 방향을  찾기를 강요한다 . 초등학교때 부터 진로교육이 활성화되어 진로검사, 진로 체험 활동 등 다양한 진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어찌 검사지 하나, 프로그램   하나로  나의  성격,  적성,  흥미, 진로를 쉽게 찾겠는가? 수많은  책들에서는 책 내용처럼 따라 하면 꿈이 쉽게 이루어질 것  처럼 씌여있다. 책처럼 쉽게 된다면 누구든 다 꿈을 이루었으리라.

삶이란 그리 간단치가 않다.

방황도 하면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현실에 부딪혀 자신의  삶을 놓치지 않고 버티어 가다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자신의 삶을 살아내게 될 것이다. 어찌보면 홀든은 3일간의 방황 끝에 동생 피비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게 되었을 지도.


결국 주인공 홀든이 병원에 있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 되지만, 홀든은 방황을 끝내고 다시 사회와 제도에 적응해 나가리라 믿는다. 비록 학교를 떠나왔지만 한때 그를 지지해 주던 선생님, 함께 했던 친구들, 동생 엘리와의 추억, 형 DB와 지극히 오빠를 사랑하는 여동생 피비의 순수함과 사랑,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겠다는 홀든의 순수한 영혼은  홀든을 든든히 지탱해 나가리라!


* 참고로 이 글은 서랍 속에서 아주 오랜시간의 숙성 기간을 거쳐 겨우 발행 되었습니다.ㅎㅎ


 도서정보: 호밀밭의 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저, 이덕형 옮김, 문예출판사





                    

매거진의 이전글 우직하게 불운한 삶을 헤쳐 나아가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