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읽고
아이들 인문고전 도서 읽기에 가장 많이 추천되는 도서 중에 하나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아닐까? 처음에 도서 선정할 때 사실 전혀 기대감이 없었다(많이 읽은 듯한데,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고, 별 기대도 되지 않는 책 중의 하나). 아이들에게 많이 추천되니, 그냥 좋은 책으로 막연하게 생각하던 차였다.
고전 도서목록(송재환 책) 4-6학년 목록에 있기에 선정하였고, 참가한 아이들이 읽고 싶은 책 중의 하나로 선택을 하였기에, 그리고 ‘초등학생 고학년이라면 한 번쯤 읽어봐야지’라는 생각 때문에 선정한 것 같다.
한 동안 내 머릿속에 기억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라는 빈 상자(안에 내용물은 아무것도 없는)로 존재하고 있었다. 책을 받아두고 한 동안 방치되었다. 보통 한 달 정도 기간이 있는데 그렇게 두껍지도 않고, 너무 일찍 읽으면 잊어버리기 때문에 토론 1주일 정도 남겨두고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첫 부분은 몇 장씩 읽으니 잘 몰입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50쪽 정도 지나서 제제 가족의 처참한?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집중해서 읽었다. 너무 슬펐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옛날에 읽었던 것 같은데, 내용이 전혀 기억이 안 났는데... 아! 이렇게 슬픈 이야기였나? 돈이 없어서 크리스마스나 아무 선물을 받지 못한 제제, 그러나 마음이 아프실 아버지 선물을 사기 위해 자신의 00을 팔고, 이웃집 아저씨에게 돈을 빌리는 제제
제제는 장난기가 많은 아이이다. 가끔은 조금 심하다 싶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순전히 5살 꼬마의 호기심에서 나오는 장난일 뿐이다. 이로 인해 제제는 가족들에게 구박받고 천대받으며 심지어 심하게 맞기도 한다. 그래도 엄마와 글로리아 누나는 제제를 지탱해 준다. 이 와중에 포르투갈인 뽀르뚜가를 만나게 된다. 뽀르뚜가와 첫 만남은 좋지 않았지만, 뽀르뚜 가는 누구보다 더 제제를 이해하고 사랑해 준다.
어느 날은 잔디라 누나와 크게 다투고, 제제는 화가 나 누나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해버리고 만다. 그리고는 아빠와 가족들에게 심하게 구타를 당하고 정신을 잃어버린다. 이후 제제는 엄마에게 “엄마, 난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요. 내 풍선처럼 됐어야 했어요.”라고 한다.
힘들 때 뽀르뚜가에게 위로를 받던 제제는 뽀르뚜가가 기차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처럼 제제는 삶에 의욕을 잃고 만다.
어려운 시절, 사는 것이 간단치가 않다. 스스로 강하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나의 존재를 인정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이 소설은 제제를 지탱해준 존재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라임 오렌지 나무는 제제의 상상 속에서, 가정에서는 엄마와 동생 루이스와 누나 글로리아, 학교에서는 세실리아 빠임 담임 선생님, 이웃에서는 발라다 리스 아저씨(뽀르뚜가). 특히 뽀르뚜 가는 제제의 인생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뽀르뚜가를 아빠로 삼고 싶을 만큼. 제제는 실제로 뽀르뚜가가 기차 사고로 죽었을 때 글로리아 누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있잖아, 누나 난 더 살고 싶지 않아. 다 나으면 다시 나쁜 아이가 될 거야. 누나는 몰라. 누구를 위해 착해져야겠다고 마음먹을, 그럴 사람이 이젠 없어.”라고.
어떤 범죄자도 초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의 모욕적인 말을 듣고 나쁜 길로 빠져 들었다고 했다. 또 어떤 사람은 단 한 사람의 관심과 보살핌에 삶의 의욕을 갖기도 한다. 그만큼 한 사람의 존재가 어떤 사람에게는 삶과 죽음의 명운을 가르기도 한다.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작가가 어려운 시절을 견뎌내고 이 글을 쓰기까지는 가족과 뽀르뚜가 같이 곁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준 사람들 덕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또 하나 든 생각은 가족은 우리가 흔히들 생각하는 나의 편이고, 나의 존재를 지지해주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될 수도 있지만, 정반대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족이라는 미명 하에 아주 가혹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즈음 뉴스를 접하면 성폭력, 아동학대 범죄가 가족 간에서 더 흔히들 일어나는 것 같다.
책을 읽고 나서 처음에는 책 제목을 ‘뽀르뚜가‘로 짓지 않고, ’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라고 지었지?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라고 지은 이유는 현실의 삶에서 나를 지탱해 주는 사람들이 없을 때는 제제처럼 내가 소중히 여기는 나무나 인형에게라도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의지해 보는 어떨까?라고 얘기해 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