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를 읽고 토론하며
어린 왕자를 독서토론 책으로 선정하면서 너무나 익숙하고 많이 읽어서 잘 알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잠시 주저하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정한 이유는 왠지 어린 왕자가 어린아이의 마음을 잘 대변해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편으론 정말로 책을 읽은 아이들이 어린 왕자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궁금증이 들기도 했다.
아이들과 독서토론을 하면서 책을 읽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물어보았다. 생각보다는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유명해서 친숙한 느낌이 든다는 회원도 있었고, 슬픈 느낌이 든다는 회원도 있었다. 어릴 때부터 몇 번을 읽은 어른 회원 중 한 분은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달랐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르게 느껴졌다고도 했다.
첫 번째 그림인 코끼리를 소화시키고 있는 보아뱀의 그림을 어떻게 보았느냐고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몇 명은 우리와 똑같이 그냥 모자로 보인다는 아이가 있었고, 몇 명의 아이들은 다른 그림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이 책에서 인상 깊은 장면 및 구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아뱀을 삼키는 장면, 바오바브 나무가 나오는 장면이 인상적인 아이들도 있었고, 쓸쓸한 느낌이 든다는 회원, 왕은 리더의 생각을 하고 있다는 회원, 20쪽에 ‘어른들은 도무지 가장 중요한 것은 물어보지 않는다’란 천문학자의 말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8쪽 ‘어른들에게는 항상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어린 왕자는 어른들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 같다. 아이들은 어른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른들이 어느 때 이해를 못 해준다고 생각하는지? 에 대해 물어보았다. 아이들은 어른들은 요즘 유행어를 잘 모른다, 아이들의 마음을 잘 모르는 것 같다, 혼낼 때 피할 수 없는 말을 한다고 했다. 어른들은 스스로 일방적으로 아이들에게 주입, 강조하는 말을 많이 하는 것 같고, 아이들의 말을 먼저 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요즘 유행어에 대한 어른들의 이해를 알아보기 위해 즉석에서 아이들에게 요즘 유행어(줄임말) 퀴즈를 내보라고 했다. 아이들은 ‘강직인->강아지 키우는 직장인’, ‘알 잘 딱 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는’,‘젬민->초등학생’, ‘롬곡-> 눈물’, ‘일상가-> 일상생활 가능’ 등의 문제를 냈는데, 나는 한 문제도 맞히지 못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아이들의 실제 생활(언어, 문화)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은 문제를 신나게 냈고, 어른들이 맞추지 못하는 것에 대해 통쾌해? 했다.
다음은 ‘친구를 원한다면 길들여야 한다는 내용이 나오는 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에게 조금 어려운 것 같아 친구들 사이에서 중요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회원들은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싸우지 않는 것, 돈, 믿음, 우정, 예쁜 말이 중요하고, 친구를 도와주고 비밀을 잘 유지해야 하며,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한 사람에게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토론 후 소감을 나누었다.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고, 서로 솔직하게 이야기 나누는 것이 좋았다고도 했다.
토론할 때마다 느끼는 바이지만 같은 책을 읽지만 책을 이해하는 시선은 각자가 다르다는 점이다. 토론의 장점이기도 하다. 생각의 폭이 넓어진다. 토론할 때마다 느끼는 또 한 가지는 책의 내용을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다룬다는 느낌이 있다. 아이들이 참여하면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 굳이 긍정적인 측면을 언급하자면 책을 매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오늘처럼 퀴즈문제 내기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 왕자를 통해서는 아이들이 보는 세상과 어른들이 보는 세상에 대해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진 것 같아 좋았다. 어린 왕자를 통해 철학적 인문학적 내용을 언급하는 것이 의미 있는 독서토론일까? 아이들과 진정으로 소통하는 것이 의미 있는 토론일까?라는 측면에서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