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토트를 읽고
창가의 토토, 구로 야나기 테츠코, 권남희 옮김. 김영사
워낙 많이 들어본 책이름이라 한 번쯤 읽었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건 나의 착각이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 잘 알려진 몇 가지 에피소드 때문일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제일 놀랐던 게 시대적 배경이었다. 내가 막연히 책 내용이 대안교육과 관련되어 있다고만 알고 있었을 때는 그 당시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었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1945년, 태평양 전쟁 무렵이다. 일본은 이때부터 교육에서 자유로움을 추구했었구나! 우리나라보다 훨씬 교육에 있어 앞서 갔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반면 당시 우리는 일제 치하에서 군국주의 교육을 받으면서 우리말과 글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음이 상기되어 분하기도 했다.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그냥 토토라는 말썽쟁이 아이가 아이들을 잘 이해해주는 교장 선생님을 만나 학교생활을 즐겁게 했겠구나라고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시대적 배경을 알고나서부터는 이 책이 단순히 교육적 차원에서만 생각되지 않고, 새삼 일본이라는 나라의 책이며 당시 일제 치하에서의 우리나라를 연관되면서 단순히 교육적 차원에서만 읽히지 않았다.
토토가 새롭게 다니게 된 교장 선생님은 토토와 처음 만난 날, 무려 4시간 동안 토토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콘셉트의 교실, 기차 교실을 만들어 아이들이 즐겁고 자유롭게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 학교의 교장인 고바야시 선생님은 ‘어떤 아이든 태어날 때는 좋은 기질을 타고난다. 아이가 자라며 주위 환경이나 어른들의 영향으로 좋은 기질이 변질된다. 그러니 일찌감치 좋은 기질을 발견해서 키워주고, 아이들이 개성 있는 사람이 되게 하자’라는 교육방침을 가지고 계셨다. 또한 음악을 전공하여 리드미크(정확한 내용 확인 필요) 적용하였다.
이 학교 교육의 상징적인 내용이 ‘원래대로 해놓으렴’이라는 이야기에 잘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 화장실에 목걸이 빠트린 토토는 그걸 찾으려고 정화조 뚜껑을 열어놓고서는 안에 분뇨를 일일이 다 퍼서 밖으로 내놓으면서 찾고 있었다. 이를 발견한 교장선생님은 토토가 왜 이러고 있는지 이야기를 듣고서는 ‘원래대로 해놓으렴’이라고 딱 한마디만 했다. 우리나라 기준에서 당시 1945년 배경으로 생각하면 이러한 교장선생님의 대처방식은 놀라움 그 자체이다. 나였다면 심한 경우 때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는 아이들이 마냥 어리다고만 생각한다. 어리다는 것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온전히 책임을 지지 못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고바야시 선생님은 나이에 기준을 두지 않고 한 인간으로 존중하고, 인간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안다는 것만 상기시켜 준다. 토토도 이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어른이 먼저 아이들을 존중하고 그렇게 대하면 아이들도 이러한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어른인 우리가 아이들을 아이처럼 대하면 아이처럼 행동하고, 한 인간으로 존중하고 대하면 아이 또한 그렇게 행동한다라는 것이 이 책이 주는 중요한 메시지이다. 머리로는 늘 생각하고 있지만, 아이들과의 생활에서 실천이 잘 안 되고 있다. 이 책이 잠시 잊고 있었던 진리들을 상기시켜 주었다.
25여 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이 가르친다는 의미에는 단순히 교과지식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삶에서의 온전한 나를 그들에게 거울에 온전히 나를 비쳐주는 것이 교육이 아닐까? 그러기에 위해서는 가르치는 나와 삶에서의 나를 일치시켜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기에 어렵다. 또 하나 가르치는 것이 성숙한 인간을 기르기 위함이라면 나 또한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을 분명히 해야 되지 않을까? 그 올바른 관점을 기르기 위해 책을 읽고, 토론하고, 경험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나는 완전하지 않지만 성숙함을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는 나를 응원하고 격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