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화원'을 읽고
예전에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책 이름은 아주 많이 들었는데, 왠지 재미있을 것 같지가 않아 주저하고 있다가 한 번 읽어 봤는데, 어찌나 재미있든지, 아마 약간 분량이 적은 문고판이었는데 금세 읽었던 기억이 있다.
독서토론을 위해 이번에는 제법 긴 분량의 책을 읽었는데. 내용을 다 알고 있어서 재미도 덜하고 번역자가 원문을 그대로 살린다고 사투리까지 번역을 했는데 그게 영 거슬렸다. 그래도 집중해서 읽으니 재미는 있었다. 원문을 그대로 살린 번역판이니 세부적인 표현에도 신경 쓰며 꼼꼼히 읽으려고 했다.
인도에서 양부모를 다 잃은 여자 아이 메리가 영국의 고모부 집으로 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부유한 환경에서 곱게 편안하게 자란 메리가 대저택인 고모부 집에서 고모의 죽음으로 거의 은폐된 체 살고 있는 고종사촌 콜린, 황무지의 자연인 디콘과 만나고 고모의 정원인 비밀 정원을 발견하면서 비밀 정원의 발견으로 메리와 콜린이 성장해 간다는 이야기이다.
고집스럽고 거만한 지배자 유형의 아이들이 자연에서 놀고 자연과 접하면서 아이 본래의 순수성을 되찾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우선적으로 얻는 교훈이 자연의 소중함이다. 자연의 공기를 마시지 못한 체 대저택 지하 골방에서 미쳐가고 있던 콜린은 메리를 통해 바깥으로 나와 공기를 마시고 디콘을 통해 자연을 마음껏 호흡한다. 이를 통해 콜린은 다시 건강하게 살아난다. 콜린은 이것을 마법으로 표현한다.
콘크리트와 학원에 갇혀 사는 현대의 아이들, 특히 코로나 상황에 컴퓨터에 갇혀 사는 아이들이 많이 생각났다. 동네의 온 들판, 산, 냇가를 마구 돌아다니던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났다. 그때는 우리 모두가 디콘처럼 자랐던 것 같다. 그때는 비밀의 화원까지는 아니지만, 우리들만의 비밀 공간이 있었다. 군 용어를 사용해서 ‘본부’라고 하기도 했다. 마을 산 한쪽 기슭에 나뭇가지를 얼기설기 엮어 허술한 우리들만의 아지트를 만들기도 했다. 토끼를 잡는다고 온 산을 헤매던 기억, 마을 앞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아 즉석에서 라면을 넣어 매운탕 시골 말로 ‘걸 베이 탕’이라고도 했는데 그걸 끓여먹던 일, 논두렁에 불을 놓던 기억, 겨울 논에서 썰매를 타던 기억, 겨울 냇가에서 얼음배를 타고 탐험을 논하던 기억, 2학년 어느 날 마을 작은 다리 난간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한다고 오버하다가 떨어진 기억...
지금 이 각박한 현실을 견디고 있는 것은 그때 자연에서 얻은 힘 때문이라고 하면 너무 나간 것일까? 이 책을 읽고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처음 이 책을 읽고서 너무 좋았던 것은 내 어릴 적 자유로운 영혼이었을 때의 그 기억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이를 낳고 이런 기억에 사로잡혀 아이들과 함께 산으로 들로 다니려고 노력했지만 나의 의지만 강했고, 이미 컴퓨터와 핸드폰에 마음을 빼앗긴 아이들에게 자유로운 영혼까지는 심어주지 못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을 때는 나는 예전의 기억을 완전히 잊어버렸고, 내 머릿속은 온통 성적, 수능, 내신, 진로 진학으로 세팅되어 그것들에게 마음을 뺏겨 버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잊혔던 아련한 기억들이 살아났고, 그 삶을 동경하지는 하지만 지금 내 삶의 현실에서 실천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때의 기억들이 내 마음속의 비밀의 화원으로 고이 간직되어 있는 한 비록 팍팍한 삶이지만 여전히 내 삶의 힘의 원천이 되고 있을 것이다.